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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09. 2019

이러시면 안 돼요. 전 새댁이 아니에요.

달라진 세상, 이제 과거의 호칭은 청산하는 게 어때요?

이 지구상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외모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간혹 닮은꼴이 있지만 그렇다고 같은 사람일 수 없다. 다 다른 만큼 삶도 다양하다. 누구 하나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백 년도 안 된 시간 속에서 우리의 삶도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시골에서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자가 소유로 자동차를 가진 친구가 거의 없었다. 자동차를 가진 친구는 엄청나게 부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민학교를 지나 어느덧 스무 살이 지날 무렵에서는 자동차는 돈이 있으면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물건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사이 우리의 경제는 급속도로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비단 경제만 빠르게 성장한 것뿐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도 변했다. 그중 하나를 예를 들면 결혼의 형태일 것이다.



70대 이상 어르신 중에서 부모님이 중매를 서거나 결혼할 사람을 정해줘 결혼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누가. 부모님이 정해주는 사람과  정략 결혼을 하라고 권유한다면 거절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그만큼 결혼은 부모의 선택에서 본인 선택으로 세월의 흐름 속에서 바뀌었다. 거기에 으레 나이가 되면 결혼해야 하는 예전의 삶의 형태에서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더불어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의 비중도 많이 늘어났다. 우리 사회가 정말 다양한 가족 구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의 대가족 형태는 어느새 없어지고, 핵가족, 핵가족에서 더 나아가 1인 가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시간이 멈춰있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예전보다 상처를 덜 받지만, 살짝 불편하다. 양말을 사러 들어간 매장에서 양말을 고르고 있는데 곁에 와서는 ‘남편 것은 안 사세요’라는 말을 무심히 던진다. 난 아직 싱글이다. 난 이런 분들에게 '그냥 웃지요'가 잘 안된다. 내 나이 정도 되면 무조건 결혼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에게 ‘저 결혼 안 했어요’라고 웃으며 말이라도 해야 속이 시원하다. 그런데 요즘은 웃으며 넘어가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모두가 결혼하며 사는 것이 아닌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오직 이 세상에는 이 나이가 되면 결혼한 사람들만 사는 세상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해가 안 된다. 한 가지 잣대로만 사람을 보고 거침없이 말을 던진 자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받는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다. 이 세상에는 결혼한 사람만 사는 세상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다. 며칠 전 길에서 젓갈을 파는 분이 ‘새댁 한번 보고 가세요’라고 말을 건다. 무시하며 걸어갔지만 왜 내 나이쯤 되면 결혼한 사람으로 판단하는지 짜증이 섞어나왔다. 나름 내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구성원이다. 근데 왜 천편일률적으로 결혼한 사람으로 판단하는가. 이제 예전보다 그런 말을 들어도 불끈불끈 화가 올라오지 않지만 잠시 기분이 별로인 것은 여전하다.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고요. 말 좀 조심히 하세요.’ 하고 싶지만 침묵할 뿐이었다. 달라진 세상, 이제 다양한 구성 형태로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이 있는 현실을 알고, 과거의 생각을 쓰레기통에 과감히 버리고, 호칭 좀 조심해서 쓰면 어떨까. 만약 자신이 결혼하지 않았는데 새댁이라는 말을 계속 듣는다면 어떨까. 다양한 삶의 형태도 존중받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보다 한걸음 움직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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