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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23. 2021

크리스마스이브 콘서트

쌈짓돈으로 여러 콘서트를 다녔다. 20대 콘서트 가려고 돈을 아꼈다고 할 정도 나는 공연장을 갔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유리상자 의외에도 여행스케치, 조성모, 이기찬, 김장훈, 윤도현 등등 가수들의 콘서트를 다녔다. 그런데 정작 그 유명한 이승환 콘서트는 2008년까지도 가지 못했다.


대학 시절, 이승환 콘서트를 다니며, 드림팩토리라는 티셔츠까지 입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팬클럽 회원에도 가입해 활동했던 녀석으로 기억한다. 그 녀석의 에너지와 열정에 감탄했다. 나는 그저 일 년에 한 번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가는 것으로만 나의 팬심을 다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와 나는 콘서트라는 공통점이 있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 녀석으로부터 가수 이승환은 콘서트를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열정적으로 노래를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보통 콘서트를 하면 3시간 정도인데 그 이상을 공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물도 준비해야 된다며 이승환 콘서트를 자랑했다. 열정이 많은 가수 이승환 콘서트에 대해 들었는데도, 정작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연말이면 어김없이 챙길 유리상자가 있었으니까.     




한참 세월이 흘러, 나는 친한 언니와 드디어 이승환 콘서트를 예약했다. 2008년 이승환 명곡 오리지널 버전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예약하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친한 언니와 부푼 가슴은 안고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 그런데 미처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2층 예약 좌석으로 향하면서 바로 알아차렸다. 우리 자리를 기준으로 앞자리, 뒷자리, 옆자리 모두 커플이 앉아 있었다. 이를 어쩌지 싶었다. 같이 간 언니가 이승환을 엄청나게 좋아했던 사람이라 근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린 같은 마음으로 콘서트도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이 앞섰다. 콘서트에 신나게 참여해 노래를 따라 부르려고 했는데,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콘서트를 시작하고, 우리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콘서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일어나서 부르라고 해도 일어나지 않고 앉아있는 것은 물론 살짝 애정행각도 해, 눈살을 찌푸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의치 않고, 일어나라며 일어나고, 앉으라며 앉아 콘서트에 참여했다. 그러나 100% 즐길 수는 없었다. 가수가 공연 중 크리스마스이브가 제일 힘들다는 말했을 때, 우리는 그의 말에 덜컥 위로가 되었다.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에 동질감이 느껴졌다. 우리가 너무 과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증명해준 것 같았다. 그 콘서트로 인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절대 콘서트를 보러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수가 열정을 다해 그에 만족하지만,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즐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콘서트를 보러 갔을 때, 커플끼리 공연을 보러 와 공연은 안 보고 애정행각을 하거나, 서로 눈치 보면 쭈뼛쭈뼛하는 모습을 볼 경우, 콘서트를 즐기려고 온 사람으로서 아쉬울 때가 있었다. 나까지도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이렇게 과하게 콘서트에 몰입해도 되는지 싶어, 한 번씩 주저하게 된다.


싱글이라면 크리스마트이브에 콘서트 가는 것을 되도록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비추천한다. 차라리 그 기간을 피해 콘서트에 가 주변 눈치 없이 가수의 열정적인 열창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솔로인 우리가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닌 날, 다시 한번 가수 이승환 콘서트를 가보고 싶다. 그때 나는 누구랑 가야 하지 걱정이 된다. 예전에는 혼자도 잘 갔는데, 지금은 살짝 그러고 싶지 않은 문화생활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연락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없어지고, 점점 사는 것이 다르니 연락하기도 조심스러워 갈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싶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그때 가면 같이 갈 사람 누군가는 반드시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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