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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24. 2021

사라져버린 증상

상황에 따라 양방, 한방 치료 모두를 한다. ‘양방이 낫다.' '한방이 낫다.’ 말은 많지만,  나는 각자에 자신에 맞는 치료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거의 2009년부터 몇 년을 목 디스크로 무척이나 고생했다. 한방병원에서 MRI를 찍었는데 목디스크가 확인되었다. 걱정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방병원이라서 그런지 수술적 치료를 권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할까 두려웠다.


나는 수술하지 않고 몇 년간 자세 교정, 운동치료, 양방, 한방 치료를 모두 병행했고, 지금은 그때처럼 아프지 않다. 디스크라고 무조건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치료를 통해 알았다. 일할 때 목 보조기를 차고, 주변을 두려움에 떨게 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짐이 별로 들어있지 않는 백팩조차 무거워 어깨에 짊어지는 것이 상당히 힘겨웠다. 그렇게 아팠지만 나는 꾸준히 여러 가지 치료를 병행하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지금은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어찌 되었든 양방, 한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잘 찾아 적절한 치료하는 가장 좋은 선택이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맞는 병원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함정이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어머니의 병명을 찾는데도 2년이나 넘은 시간이 걸렸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녔다. 그렇게 병원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양방, 한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일이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몸소 체험했다.




이십 때에 나는 오후가 되면 눈이 풀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붉어지고, 배도 아프고, 다리도 풀리는 증상이 복합적으로 찾아왔다. 나의 증상으로 볼 때 일차적으로 내과를 갈 필요가 있겠다 싶어 갔더니, 의상 소견이 없다고 했다. 의사에게 나는 ‘그럼 어느 병원으로 가요?’, ‘얼굴 부분이 붉어지는 것은 어디로 가야 하고, 다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물었다. 내과적인 소견은 이상 없으니 우선 피부과 먼저 가라고 추천했다. 그래서 피부과를 갔더니 피부과에서도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내과를 가도, 피부과를 가도, 정형외과를 가도 큰 이상이 없었는데, 나의 증상은 멈추질 않고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한의원으로 한 번 가볼까'라는 마음이 생겼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한의원으로 갔다.      


진찰 시 진맥부터 보면서, 한의사가 먼저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을 차근차근 말했는데, 딱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이었다. 내가 증상을 말하기도 전에 말해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내 증상을 다 아시는지 신기했다. 내 생각에도 내 증상이 각 과별로 따로 볼 증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양방에서는 각 증상별 개별적인 판단을 했고, 나에게 전해준 말은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었는데, 한방에서 진맥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막혔던 체증이 한 번에 싹 씻겨 내려갔다. 이렇듯 나의 경험상으로 어떤 증상은 한방이 맞지 않지만, 어떤 증상은 양방보다 더 효과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로 병을 진단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어릴 적 약한 아이라 병원을 한방, 양방 할 것 없이 수시로 들락날락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기억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고, 양방만 찾아다녔다. 결국 한의원을 찾았고, 당시 한의원에서 지어준 약을 두 번 먹고, 증상은 모두 사라졌다. 그렇게 한동안 한의원을 다니면서 치료했다. 한의사는 나에게 체질상 살면서 그런 증상은 또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해줬다. 아직까지 그 정도 수준까지 간 적은 없지만 만약 그때처럼 그렇다면 나는 그때는 양방보다 한방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한의사에게  가지  고마운 일이 있었다. 지금은 괜찮지만 어릴  나는 소아천식이 앓았다. 국토대장정 참여 시에도 약간 증상이 남아 있어 출발  상당히 걱정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국토대장정을 하는 게 꿈이었기에 포기할  없었다. 그래서 어렵사리 나는 한의사에게 부탁했다. 급박한 일이 생길 경우, 전화로 문의해도 되는지를 조심스레 물었고, 한의사는 망설임 없이 흔쾌히 승낙했다. 전화 거는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국토대장정  천식으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고, 그중 한번 연락드렸다. 당시 바로 전화 받으시고,  상담해준 덕분에, 마음도 많이 안정되고 위로되었다.       



그렇게 나는 치료를 위해 한방이든 양방이든  수만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좋다. 저것이 나쁘다.’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의학이든 아픈 사람을  치료하면 되었지, 환자 입장에서 어떤 것이 정통이고 아니고 논쟁거리는 아니다. 그것이 뭐가 중요한지 싶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당시 양방으로도 잡아내지 못한 증상을  알아내고 치료해준 한의사에게 고맙다. 아직도  한의원 이름이 생각난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와 살고 있는지도   이상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생각나는  보니,   치료 받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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