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항아리 Sep 18. 2022

알레르기

귀가 가렵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결국 면봉을 들고 귀지 때문이지 싶어 귀 청소를 한다. 귀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가려움은 지속된다. 몇 시간이 갈 때도 있고, 며칠이 갈 때도 있다. 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가끔 나를 괴롭히는 그 가려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증상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귀를 눌러 비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다.   

  

어릴 적 유난히 정형외과, 피부과보다 내과, 이비인후과를 많이 다녔다. 잔병치레가 많아 엄마가 고생했다. 한 번은 초등학교 3학년 아침 조회하려 나가다가 픽하고 쓰러졌을 때, 누가 연락했는지 엄마가 달려왔었다. 쓰러지고 난 뒤 기억은 없지만, 엄마가 나를 업고 집으로 황급히 달렸던 기억의 잔상은 있다. 그날 누워서 시름시름 앓다가 다음 날 병원에 갔던 기억도 남아있다. 병원에서 선생님이 나를 보며 놀라던 모습 역시 있다. 왜곡된 기억이 있을 수 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인 내 얼굴을 보면서 “화병”이라고 말한 그 순간은 나는 필름처럼 남아있다.      


어릴 적 엄청 내성적인 아이였고, 불우한 어린 시절로 말은 없지만 잘 울던 아이였다. 지금의 엄마를 닮아 거의 참는 성격이었다. 지금에서야 그때 화병에 대해 알지만 어린 내가 뭘 알겠는가. 그 이후로 나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약한 사람, 누군가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보면 소심하지만 째려보기라도 해야 속이 풀렸고, 차별하는 선생님과 단판을 보기도 했다. 나는 그때 그 사건이 나를 바꾸었다고 생각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설사를 빈번하게 했다는 사실을 성인이 돼서야 엄마에게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위, 장 때문에 병원을 자주 다녔고, 지금도 여전히 가끔 위와 장으로 고생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소화기관이 약하게 태어난 것이다.     


장이 안 좋아 생기는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책 도서관을 들락날락할 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증상이 있다. 책 도서관에 들어서서 10분도 안 돼 화장실로 급하게 달려가야만 한다. 과민대장증후군 증상인지 모르겠다. 유독 책 도서관에만 가면 바로 화장실을 간다. 책 도서관 전에도 분명 화장실을 갔는데도 책 도서관에 가면 틀림없이 10분도 안 돼 신호가 와 책 보다가 바로 달려갔다 와야 속 편히 책을 볼 수 있다.      


대학 때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2층 책 도서관으로 갈 때면 반드시 휴대용 화장지를 챙겼다. 당시 이런 증상이 희한하고, 이상해 분명 책 즉 종이에서 나오는 어떤 물질 때문이지 아닐까 추측했다. 그렇게 의문을 품고 있는 어느 날, 다큐멘터리에서 내가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해 나왔었는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 까먹었다. 기억해내고 싶지만, 기억이 사라졌다. 여전히 이 증상의 원인이 궁금하다. 단순 과민대장증후군은 아닌 것 같다. 그때도 그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큐멘터리의 제목도 기억 안 나고, 너무 오래전 다큐멘터리가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어릴 적 자주 다녔던 내과 외에도 이비인후과이다. 여전히 나는 이비인후과를 자주 다닌다. 이십 대 때 대학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했을 당시에는 특별한 알레르기 반응은 없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알레르기 때문에 가끔 고생한다. 그때처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알레르기로 인해 나는 주기적으로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심할 때면 알레르기 약을 먹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눈까지 알레르기 반응이 오고 있다. 알레르기 반응이 눈으로 오면 상당히 불편하다. 한동안 흐릿하게 보여 무서웠다. 시력이 좋았던 엄마도 갑작스럽게 실명이 되었는데 나는 엄마보다 시력도 안 좋고, 난시라서 걱정되었다. 안경을 쓰고도 계속 흐릿하게 보이며, 눈이 가려워 계속 손을 올리고 비볐다. 손을 가져가 눈을 비비는 것이 안 좋은 것은 알지만 눈이 가려우니, 자꾸 손이 올라갔다. 나는 처음 알레르기 증상인지 몰랐다. 그리고 안과에 갔다. 안과에서 알레르기라며 알레르기 처방 약을 주셨다. 이비인후과 쪽 부위 염증으로 인해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이비인후과 가서도 진료를 봤다.      


안과에 가기 전에도 나는 수시로 이비인후과에 가서 알레르기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었는데도 눈은 해결되지 않는 모양이다. 알레르기라 반응 가끔 나를 괴롭힌다. 세수하고 나면 자주 재채기하고, 어느 날은 3~4시간 계속  같은 콧물을 흘리며, 환절기에는 잠을   기침 때문에 힘들고, 꽃가루가 생기는 봄철에도 힘들어한다. 건조할 때도  좋고, 에어졸 형식의 제품은 쓰지도 못한다. 그런데 에어졸이 아닌 제품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페브리즈를 뿌릴 때면 단박에 알아차리며, 허브 바디 미스트를 바르면 바로 알아차린다. 알레르기 반응기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갈수록 점점 새로운 증상이 출현하면서 가끔 생활이 불편할 때가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좁쌀만 한 붉은 반점이 주기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1차 접종 시 후유증으로 고생했는데 이것 역시 내가 가지고 있는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한 것은 아닐까 싶다. 다행히도 2차, 3차는 잘 넘어갔지만, 알레르기라는 게 여러모로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독감 백신은 부작용도 없었는데 코로나19는 후유증이 있어 사실 다른 백신을 맞는 것도 무서워진다.


어쨌거나 예전에는 주로 알레르기가 귀 쪽 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얼굴 주변과 몸 전체적으로 반응이 넓어졌다. 알레르기를 없앨 수 있는 좋은 치료 방법을 찾고 싶다.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만든다. 오늘도 나는 귀가 가렵다. 그나마 면봉에 연고를 바르면 증상이 완화돼 지금 그렇게 약을 바르고 글을 쓰고 있다.      


나 같은 알레르기가 국소적으로 일어나는 사람도 힘든데 아토피 피부염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다. 대학 시절 얼굴에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던 친구는 결국 중퇴하고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시골로 들어갔다.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알레르기 치료법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방송을 봤지만, 지금보다 더 나아간 치료법이 개발돼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완치돼 편안한 일상을 보내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라져버린 증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