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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24. 2021

마음 따뜻한 약사

집 주변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조금 큰 병원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지가 넓어, 대형병원까지는 아니어도 작지 않은 병원이 충분히 들어설 수 있는 자리였다. 사람들도 병원이 들어설 것라며 말했다. 그런데 누구는 또 병원이 아니라고 말했다. 병원이어도 병원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지만, 주변에 좀 큰 병원이 없어 내심 바랬다. 만약 병원이 들어서면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데서 응급치료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조금 편리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건축물이 올라가는 상황을 보니, 부지 전체를 다 활용하지 않고, 일부만 건축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건물의 크기가 작았다. 병원이 아닐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건물이 완공되고, 현수막이 걸렸는데 병원이었다. 재활병원이었다. 아직은 내 생활과는 큰 연관성이 없는 병원이었다. 조금 더 큰 병원이었으면 좋았을 것라며, 나 혼자 기대하고 나 혼자 아쉬워했다. 나도 내가 웃기다. 그 땅 주인이 내가 아닌데,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 격이니까. 지저분했던 그 자리에 병원이 들어서고 깔끔해졌다. 아직 나와 상관없더라도 병원 주변 환경이 깔끔해져 너무 반갑다.      




그 건물 1층에 약국도 들어왔다. 요즘 나는 간단한 약이나 기타 의약용품은 새 병원 건물에 있는 약국으로 간다. 그전에 자주 가던 약국은 안 가고, 이젠 새 건물에 있는 약국으로 간다. 내 성향상 익숙한 곳이 있으면, 귀찮아서라도 잘 바꾸지 않고 익숙한 곳으로 가는 편인데, 급하게 들렸다가 약사의 친절하고, 선한 행동에 약국을 바꿨다. 병원 진료 후 받는 처방전은 병원과 가장 가까이 있는 약국으로 가지만, 일상적으로 간단하게 필요한 두통약, 대일밴드, 기타 소화불량, 의료용품 등은 집 주변 편한 약국으로 간다.


원래 자주 가던 약국이 있었는데, 조금 더 비싼 약을 권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난 약국이 그런 행동을 할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알아버렸다. 쓰레기를 버리다가 발목 부분이 2센티정도 찢어져 치료 후, 흉터가 덜 나도록 하기 위해 약국으로 갔다가 알았다. 자주 갔던 약국과 새로 들어선 1층 약국 모두에서 며칠 사이를 두고 약을 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기존 약국은 18,000원, 새로운 약국은 8,000원이 약을 권했고, 나는 권한 약을 모두 구매했다. 기분이 떨떠름해 집에 와 비교하니, 제조사, 제품명이 모두 같았다. 다만 스펙만 차이 날 뿐이었다. 즉 성분이나 효과는 같은 것이었다. 그 이후로 몇 번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기존에 다니던 약국에서 계속 조금 더 비싼 약을 추천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약사가 그럴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별거 아니지만,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결국 요즘은 같은 성분이지만 저렴한 약을 추천한 새 건물에 들어선 약국을 다닌다. 그전에 자주 가던 약국은 그 이후로 잘 가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친절한 약사님의 태도도 한몫했다. 상처와 고통을 걱정해 주는 행동과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그곳으로 향한다. 한 번은 미안할 일도 아닌데, 미안하다며 약 값을 500원이나 "깎아주겠다"라고 했다. 약국에서 약 값을 깎아준다고 말하는 약사는 내 평성 처음이라 깜짝 놀랐다. 좀 당황하며 나는 “그럴 수 없다며, 그러면 다시 이 약국으로 안 오겠다” 말하고,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원래 값으로 지불했다.  


여러 상황에서 보여준  약사의 행동에 약국을 바꿨다. 우리 어머니도  약사에게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했다. 최근에는 어머니도  약국으로 다닌다. 나와 어머니는 서로 다른 약국으로 다녔는데, 이젠 웬만하면  약국으로 향한다. 어머니와 나는 “요즘 저렇게 착한 약사도 있어 하며  약국으로 향한다. 약국이 약만 지으면 되는  알았는데, 그렇 소통하는 약사를 알고 나서 약국에서도 그런 소통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약사를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삶을 대하는 자세를 우리 주변의 이웃들로부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착한 마음을 가진 젊은 약사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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