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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Aug 30. 2022

대상포진 조심하세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는 눈이 가렵다며, 나에게 얼굴을 보여줬다. "눈이 가렵다"는 말을 듣고, 얼굴을 바로 확인하기 위해 엄마의 얼굴을 살폈다. 보자마자 오른쪽 눈인지, 왼쪽 눈인지 먼저 확인했다. 오른쪽은 망막박리로 실명을 한 상태이고, 양 눈에 녹내장은 있지만 그나마 상태가 좋은 눈은 왼쪽이다. 아픈 쪽이 오른쪽 눈이다. 사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표현을 하기도 어렵다. 실명은 했지만 모두 소중한 눈이다.


이미 실명한 눈 윗부분이 벌겋고, 부어 올라 와 있었다. 거기에 눈두덩이 아래쪽 볼살도 적잖이 부어 있었다. 거기에 아직까지는 완치가 잘 없는 삼차신경통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부위라 불길한 마음과 걱정이 눈앞을 가렸다. 이마 쪽의 삼차신경은 수술로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코와 치아 쪽 삼차신경은 해결되지 않고, 수술 예후도 좋지 않다.


수술 후 환자 입원실로 올라와 의사가 수술 내용을 설명해줬을 때 동맥 부분에 붙여 있던 신경은 수술 예후가 좋지만 정맥에 붙어있던 신경은 수술 후 10명 중 7명이 안 좋다고 했다. 10명 중 3명이기를 바랐다. 고통을 없애려고, 두려움에도 머리 절개 수술을 한 것인데 예후가 안 좋다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마 부위의 삼차신경통으로 인한 고통은 해결되었지만, 코와 치아 부위는 수술 후 3개월 정도 좋아졌다가 그 이후로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최근 몇 달은 고통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다시 또 시작된 지 한 달 조금 안 되었다. 요즘 삼차신경통으로 아픈 부위 근처에 볼이 부어 이런저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9시가 되자마자 안과에 가라고 엄마에게 신신당부하고 일터로 향했다. 일이 바빠 정신이 없는 중에도 계속 신경이 써서 그런지 오타가 났다며 상사가 메일로 지적했다. 결국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내가 낸 오타가 아닌 그 상사가 수정하다 낸 오타였다. 상사가 수정해서 보내 준 자료가 오타가 없겠지 하고 메일을 보낸 게 화근이었다. 마지막 체크 안 한 나도 잘못이지만, 내가 맨 처음 메일을 보내 검토 요청했을 때는 분명 오타가 없었다. 이래저래 엄마로 인해 신경 쓰는 바람에 내가 오타를 냈나 보다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하고 보니 열받는다. 오타로 인해 그 상사는 나를 두 번이나 불렀다. 내가 워낙 오타를 잘 내는 편이라 크게 신경 안 쓰고 있었지만, 집에 와서 보니 억울하다. 예전에도 오타가 종종 있어, 나는 왜 그렇지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왼손잡이의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왼손잡이에 대한 책을 찾아 읽었고 그 원인이 그 책이 나와 있었다. 왼손잡이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때문에 오타가 잘 난다고. 그것을 보면서 나를 자책하던 마음에 조금은 위안받았다. 요즘은 글을 쓰고 최대한 한글 맞춤법 검사기를 돌린다. 안 하는 적도 있지만


점심시간에 병원 진찰 결과를 물어보기 위해 전화를 거는데 심장이 왜 이리 쿵쾅거리는지, 큰일이 아니어야 할 텐데 마음속을 되뇌며 전화했다. 엄마는 자신의 아픈 상태를 병원 진찰 시 잘 설명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와 함께 병원 가는 것을 좋아하신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는 날이니, 제대로 진찰받고 왔는지 걱정이 되었다. 병원에서 맨 처음은 알레르기라고 했다가 계속 의심이 가셨는지 한참을 진찰하더니 대상포진이라고 검진했고, 그에 대한 처방을 내리셨다. 나는 ‘대상포진’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엄마의 대상포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17년에도 대상포진이 걸렸다.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위에 대상포진이 왔었다. 그때는 수포까지 올라온 상태에서 피부과에 가서 대장포진 진단을 받고 약 먹고 치료했었다. 더 이상 수포가 커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 다음 해에 삼차신경통이 왔다.


삼차신경통이라는 병명은 2년 뒤에 병원을 헤매다가 알았지만 처음 발병은 2018년 4월~5월이다. 그래서 대장포진 발병의 원인이지 않을까 싶어 의사 선생님에게 여쭤봤는데 크게 연관성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분명 인터넷 검색 시 대상포진도 삼차신경통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글을 봤는데 말이다. 그래서 2번째 대상포진 확정을 받으면서 나는 또다시 삼차신경통을 걱정 안 할 수 없다. 거기에 ‘이미 망가진 망막 신경인데 또다시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엄마를 진찰한 의사 말에 걱정이 물밀듯 찾아왔다.


그렇게 걱정을 잔뜩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우선 엄마의 상태를 살폈다. 엄마의 상태가 아침보다 훨씬 나아졌다. 72시간 이내 치료하면 병세가 빨리 완화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것이지 않을까 싶다. 새벽에 발생하고, 바로 병원을 방문했으니 72시간이 아니라 12시간 이내에 병원에 간 것이다. 그 덕분에 처방전으로 준 먹는 알약을 먹고, 바르는 연고로 아픈 부위를 발랐더니 엄마의 상태가 호전되었다. 며칠 더 두고 봐야겠지만 발생 후 초기에 바로 병원 진찰 후 치료했더니 걱정이 덜 된다. 집으로 돌아올 때 무거운 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대상포진 백신을 2021년 3월에 접종시켜드렸는데, 일 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2번째 대상포진이 걸리니 백신의 효능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번 치료 후 한 번 더 맞아도 되는지 병원에 문의하고 더 백신 접종해드릴 생각이다. 그리고 나도 접종해야겠다. 엄마의 유전자를 받았을 테니 말이다.


평소 엄마하고 거의 싸우지 않는 편인데, 2017년 말에 유독 내가 엄마에게 화를 냈다.(엄마는 일방적으로 나에게 당했다) 그것 때문에 엄마가 대장포진에 걸린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을 늘 갖고 있다. 근데 이번에는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었는데 발생해, 대상포진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 정리되지 않는다.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도 또 걸리신 것 보니, 백신을 다 믿을 수 없지만 2017년보다 약하게 온 것 같아 백신의 효능은 있는 것 같다. 50대 이상도 아닌 내 나이대의 가까운 지인도 두 명이나 걸린 것을 보면 내 나이도 안심할 나이는 아니다. 아직 비싸서 맞지 않았지만 맞아야겠다고 오늘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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