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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Sep 16. 2022

약을 끊은 지 일주일 만에 또다시 대상포진

재택근무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엄마는 나에게 말한다.     

“오후부터 귀가 아프다.~!!!”

“어떻게 아픈데”

“쿡쿡 쑤셔”

“찌릿찌릿해?”

“아니”

“왼쪽이야? 오른쪽이야?”

“오른쪽”     


오른쪽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로 귀 뒤쪽의 통증을 확인하려고 머리카락을 잡아 올리니, 머리카락 만지는 것도 아프다고 했다. 웬만해서는 엄살을 부리지 않는 엄마가 아프다면 아픈 것이다. 참다가 병원 가면 바로 수술로 간 적이 여러 번이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나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부터 엄마가 조금이라도 아픈 기색이 엿보이면 수시로 질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이번에도 귀를 살피며 계속 질문을 했다.          


그렇게 질문하다가 글을 써야  시간이 한참 흐른  물어봤더니 계속 아파했다. 다시 확인하니 처음 확인   시간이 흐른 뒤의 상태는 아픈 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육안으로도 상당히 부어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임파선염, , 대상포진    통증이 발생할 경우 의심되는 병명들이다.     


인터넷 검색 전에 엄마에게 냉찜질 팩을 해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상포진 증상이라 대상포진에 대해 검색했고, 대상포진 대처 방안대로 일단 귀 뒤를 깨끗이 씻은 뒤 약을 바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하니 두 시간에 부풀어 올랐던 증상은 멈춰있었다. 그러나 빨간 정도는 더 심해 있었다.     


전날 혹시 몰라 나는 약국 선생님과 피부과 의사 선생님에게 글을 썼다. 내가 함께 병원 가지 못할 경우 몇 년 전부터 하는 방식이다. 엄마는 엄마의 증상을 의사 선생님에게 잘 설명하지 못한다. 아프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말하다 보니, 선생님이 엄마에게 질문을 던질 때 아픈 증상만 이야기한다. 진료할 때 아픈 증상 이외에도 이야기할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놓치는 경우가 있어 내가 함께 가지 못할 경우 종이에 상황 설명과 궁금한 질문을 적어 보낸다.  그러면 대게 의사 선생님들은 자필로 간단히 적어 돌려보낸다. 선생님이 간단하게 적어준 것이 도움이 된다.

  

  

전날 쓴 글을 엄마에게 약국 선생님과 피부과 선생님에게 전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내용을 보고 약국 선생님의 처방전을 인쇄해주셨고, 그것을 들고 엄마는 피부과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 보러 갔다.    

  


진찰실로 들어서서 엄마는 내가 써준 종이를 의사 선생님에게 건네줬다고 한다. 선생님은 내가 써준 글을 보고 바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엄마가 나에게 전화하기도 전에 병원에서 직접 삼차신경통 치료하는 경희의료원으로 가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약하고, 연고 처방해주시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큰 병원 가서 진찰하라고 했다. 약은 처방받지 못하고, 연고를 부탁해 처방받았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약 처방을 내리는 게 현명하리라고 판단하신 모양이다.     


겁부터 났다. 엄마의 오른쪽 얼굴은 약하다. 눈은 실명 상태이고, 삼차신경통은 오른쪽 부위다. 그리고 8월 말 대상포진도 오른쪽 눈과 볼이었다. 이번 귀도 오른쪽인데 약을 끊은 지 일주일 만에 온 것이다. 걱정이 너무 되었다.      


“대상포진인 것 같아요?”라고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했음에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급하게 몇 시간 휴가를 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하철로 뛰어가 병원에 도착했다. 다행히 진찰 가능하다고 해서 부랴부랴 예약했었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엄마 혼자 직접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시골에서 60년 이상을 사신 분이라 항상 경희의료원을 같이 다닌 터라 혼자 잘 올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아 더 걱정되었다.     


출발하면서 엄마에게 전화하니 벌써 병원에 도착했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병원에 도착해서 엄마를 보니, 쓰러질듯한 얼굴이었다. 이 상태로 어떻게 병원에 왔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바로 경희의료원 신경과가 아니라 통증클리닉으로 갔다. 삼차신경통 담당 교수님의 진찰 일도 아니었고, 또 신경과 간호사 선생님과 통화할 때 대상포진으로 의심이 되거든 통증클리닉으로 먼저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통증클리닉을 예약했고 바로 통증클리닉으로 갔다.      


아침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했을 때 친절히 전화받아주신 간호사 선생님은 여전히 우리를 잘 케어해주셨다. 감동 그 자체였다. 마음이 약해질 때는 작은 배려와 관심은 힘이 된다. 고마움을 안고 진찰을 기다리는데 의사 선생님마저도 친절 그 자체였다. 무엇인가를 설명하려고 해도 말을 편히 못 할 때가 많은데, 선생님은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셨다.      


경희의료원에 여러 과를 다닌 이력이 있어 여러 과의 진료 기록을 살펴보시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가 가져간 것도 함께 살펴보셨다. 선생님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삼차신경통까지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음파 검사와 주사 치료를 하겠다고 말해주셨다.      


병원에서 상냥한 간호사 선생님과 우리 이야기를 다 들어준 의사 선생님을 만나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불안은 여전하다. 엄마의 아픈 증상은 대부분 신경과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 계속 삼차신경통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데 상황 속에서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삼차신경통에 침투한 것 같다고 하니 더더욱 안심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을 믿고 잘 치료하려고 한다. 선생님의 따뜻한 말과 귀를 기울여 주는 태도에 엄마와 나는 동시에 “이렇게 잘 들어주는 선생님은 별로 없어”라며 진짜로 좋은 분 같다는 데에 서로 공감하며 병원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급했고, 힘들었지만 급하게 큰 병원으로 가길 잘했다. 만약 오늘 가지 못했다면 다음 주 화요일이 되어야 진료가 가능한 일이었다. 수포가 올라오기 전에 바로 확인하고 빠르게 병원 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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