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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27. 2021

취향 저격한 향

싱가포르 여행 때 사원을 나와 거리를 걷다가, 홀린 듯 다양한 향을 파는 노점으로 향했다. 나는 그곳에서 4가지 정도의 다른 향을 구매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방에 이상한 냄새날 때나 문득 조용하고 고요해지고 싶을 , 싱가포르에서   인도 향을 꺼내 들고, 불을  향에 불을 붙인다. 살살 타들어 가며, 피어오르는 연기가 날아가는 순간, 나의 불안도 같이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나는 나의 불안을 향에 실어 냈다.


너울대는 감정이 고요해지며, 내 방 가득 싱그러운 향기, 부드러운 향기, 달콤한 향기로 채워진다.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한 향 존재하고, 어떤 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콤했다가, 부드럽다가 될 수 있는 향이 나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다. 또 다른 내가 되는 순간이고, 내 방도 역시 또 다른 방이 되는 순간이다.      


살짝 켜진 불빛을 머금고 타들어 가는 시간 모두가 아름답다. 향이 좋아 향과 내가 하나가 된다.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부터 향을 태우는 것을 선호했다.


싱가포르에서 구매했던 인도 향이 한국에도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했었는데,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신났다. 싱가포르 여행 전에 한국에 이런 향을 파는 매장이 있는지도 몰랐고, 인터넷으로도 판매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나는 싱가포르가 아닌 한국에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인도 향을 구매해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놓는다. 적은 투자로 마음의 안정을 나에게 실어다 주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어디 있겠느냐.


이렇게 좋아하는 향을 엄마는 엄청 싫어했다. 내가 향을 피울 때 간혹 문 열고 들어오는 일이 있으면,


“야, 이게 무슨 냄새니, 피지 좀 마"

“뭐, 어때서, 좋잖아”
 

라는 대화는 자주 반복되는 대화였다. 그런데도 나는 또 향을 태웠다. 그런 엄마도 이젠 익숙해졌는지, 나보다 먼저 향을 찾는 일이 종종 있다. 엄마 역시 인도 향이나 향초를 시시때때로 피운다.


인도 향은 직접 만들지 못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양초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피운다. 양초 만드는 작업이 생각보다 단순하다. 양초 재료를 넣고, 불을 가열해 녹이다가 향을 넣고, 식히면 그만이다. 단순한 작업을 몇 번 반복하면, 몇 달 사용할 향초를 만들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향초를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을 알고 난 뒤부터,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그 작업을 엄마도 함께 동참한다.


향이 엄마에게까지 도달했다. 슬그머니 엄마에게 침입했다. 나에게 스리슬쩍 침입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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