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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Jul 30. 2021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것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어른이 되면, 내가 생각한 데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살았다. 어린 시절부터 이십 대 중반까지도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 갈피를 못 잡았다. 쉽게 흔들리고, 쓰러지고, 눈물을 흘렸다. 어른들은 사회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상황을 타인들 앞에서 면박을 주거나 모멸감을 줬다. 그렇게 나는 그런 사람들 향해, 사회를 향해 소리쳤으나 나의 외침은 허공만 맴돌았다.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그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저런 일로 어릴 적 죽고 싶다는 생각을 꽤 하면서도, 막상 이 세상에 없을 나를 생각하면 그것 역시 몸서리가 쳐졌다. 지금 생각해도 아리송한 일이다. 그렇게 나는 이쪽저쪽을 넘나드는 감정으로 살았다.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아, 나의 내적 갈등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저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친구라는 정도가 어릴 적 친구들로부터 기억되는 나이다. 열심히 살아내는 데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에 대해 걸고 넘어지는 일이 많아 울분이 쌓였다. 지금도 그 울분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따금 불합리한 일이나, 특정 일에는 과도한 감정이 표출된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어른들이 걸고넘어질 때마다, 빨리 어른이 돼 그들이 나에게 했던 것처럼 해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라 생각했다. 내가 선택하지 않는 삶에 핍박당하며 살고 싶지 않았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바람도 컸다.     


그러나 나는 이 사회에서 내가 받았던 고통을 바꾸는 어른은 되지 못했다. 내가 선택한 상황도 내가 어쩌지 못해 머뭇거리는 상황들이 많았고, 어떤 선택을 할 때 자주 쓰디쓴 실패의 맛보았며, 자신감도,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져, 쓰러지는 일이 수두룩했다.      


내가 겪었던 고통을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줄 알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비록 내가 하지 못했지만 사회적으로 내가 무차별적으로 겪었던 일들이 인권 존중 아래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없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어른이 되면 어떤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정작 그러지 않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어른하고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무게도, 선택의 무게도 모두 무겁다. 그래서 생각한다. 이젠 어릴 적 생각했던 어른이 아닌 주변도 둘러볼 줄도 알고, 나를 둘러볼 줄도 알며, 조금 더 너그럽고, 조금 더 포용력이 있고, 조금 더 이해력이 넓은 어른으로 욕심내지 말고 살고 싶다고. 어른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무게감과 부담감을 주지 말고, 그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무게감 정도만 주고, 묵묵히 살아가고 싶다. 그동안 나는 나의 감정과 정신을 몰아세웠다. 조금은 내려놓자. 나를 옥죄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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