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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항아리 Aug 12. 2019

현재의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편의점 사장님의 남다른 음악 선곡에는 이유가 있었다.

Photo by Jacek Dylag on Unsplash


온라인 창업 후 ‘0원’ 매출을 찍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영하는 품목 중 반응이 오는 상품이 하나가 생겼습니다. 한 달 남짓 판매하는 즐거움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조금 팔리기 시작하는 행운을 거머쥐니 그 행운은 손에서 잡히자마자 사라졌습니다. 독일로부터 수입이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다시 저는 ‘0원’ 매출을 찍고 있습니다.     


한 달 남짓 주문이 한, 두 개씩 들어와 거의 매일 편의점을 들락날락하였습니다. 그 전에 이따금 편의점에서 택배를 붙이러 가 편의점 사장님과 얼굴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고, 사장님은 언제나 응원의 말을 해주셨습니다.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이었고, 이따금 택배를 보내려고 들르는 제게 응원해주니 너무 힘이 되었습니다. 응원의 한마디가 풀이 죽어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사장님의 응원도 힘이 실렸던 것일까요? 저는 한 달 남짓 거의 아침이면 편의점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면서 편의점 사장님과 단순히 인사와 응원을 오갔던 것에서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었죠.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계산대가 있고, 왼쪽에 우유, 핫도그 등을 넣는 진열대가 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과자, 생활용품 각종 제품을 놓은 진열대가 있습니다.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오른편으로 눈을 돌려 인사를 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나오셔서 피곤하실 텐데도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그렇게 아침에 문을 열고 들어가던 어느 날, 편의점에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음악 선곡이 범상치 않습니다. 음악의 장르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택배를 붙이는 일이 더 급선무이기 때문에 택배 붙이는 기계로 냉큼 달려갑니다. 그리고 열심히 택배 상자를 기계에 올려놓고 무게를 측정한 뒤 주소를 출력해 택배 상자에 말끔히 붙인 후 택배보관함에 살포시 넣고, 영수증을 들고 다시 사장님이 계신 계산대로 향합니다.     



슬며시 범상치 않은 음악 선곡이 궁금해 운을 띄웁니다.      


“음악 선곡이 대단하세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정하실 수 있어요?”     


편의점 사장님은 주저주저하다가 말을 꺼냅니다. 오래전 음악을 했고, 지금도 가끔 연주한다며.  



사장님의 남다른 음악 선곡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발라드를 들으면 발라드만 주야장천 듣고, 재즈를 잘 모르지만, 재즈를 듣고 싶으면 제가 선호하는 팟캐스트 채널 ‘재즈 홀릭스 애프터 아워스’를 듣습니다. 음악을 듣는 범위가 굉장히 협소합니다. 다양한 음악을 알고, 내가 알지 못하는 음악을 찾아내는 사람을 보면 그들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곤 합니다. 그렇게 편의점 사장 역시 음악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었습니다.     






우리는 현재의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의 과거, 미래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남다른 음악 선곡에 제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저는 편의점 사장님이 음악을 했다는 것도 몰랐을 것입니다. 즉 우리는 타인의 현재의 모습만 보고, 단순히 그 사람을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젊은 날, 인생의 방향키를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내 인생을 나 스스로가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밤. 그래서 노력하면 결과가 당연히 나와야 한다는 믿음 아래 그것이 정의고 진리라며 생각했던 날들. 그것은 순전히 과오였고 자만이었고, 판단 착오였습니다.


     

인생의 방향은 예측할 수 없고, 선로를 벗어나는 일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원래 목표로 했던 삶에서 벗어나는 일은 자주 일어났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내 안에 중심은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좌절과 실패는 저를 쓰러뜨렸죠. 실패로 거듭한 날들이 사람을 작아지게 만듭니다. 이런저런 경험으로 인해 저는 현재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주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되뇝니다. 하지만 실천은 매우 어렵네요.


우리는 타인의 삶에 너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서히 그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 그리고 그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나의 삶도 존중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모두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가져야 할 태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편의점 사장님의 남다른 선곡을 통해 인생의 또 한 가지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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