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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골칫거리가 아니다

감정을 삶의 안내자로 바꾸는 첫 연습

by 명랑세린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뿌듯함, 아쉬움,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읽는 이 시간만큼은,
여러분 안에 있는 답을 마주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열두 번째 웰빙 코칭을 시작합니다.


지난 여정 돌아보기

지난 11번의 코칭에서 우리는 웰빙의 기초를 함께 다져왔습니다. 웰빙이란 무엇인지,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행복의 토대가 되는 강점과 PERMA 모델까지. 이제는 삶에 웰빙을 녹여낼 차례입니다.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웰빙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이제까지 읽어온 글을 요약하자면 강점을 잘 쓰고, 긍정 정서를 누리고, 몰입·관계·의미·성취까지 챙기면 되는 건데… 말만 들어도 벅차게 느껴집니다. 너무 많으니까요. 버거움을 덜어드리고자 살짝 힌트를 드리자면, PERMA의 다섯 가지 요소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합니다. 다시 말해, 이 중 하나만 충족되어도 웰빙감은 의미 있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웰빙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민했습니다. “웰빙을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무엇일까?” 많은 분들이 코칭을 통해 자기만의 통찰을 얻습니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어요!” 하지만 막상 실천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벽을 마주하게 되죠. 머리로는 분명 알고 있는데, 실행은 쉽지 않습니다. 그 간극을 저는 여러 번 목격해 왔습니다. 꼭 코칭이 아니더라도, 제 삶에서도 수도 없이 반복되었고요.


이제, 이 질문이 떠오릅니다. “실행이 왜 어려운 걸까?” 우리가 게을러서일까요? 물론 어떤 분들에게는 그럴 수 있겠죠. 혹은 완벽주의 성향으로 미루게 되는 걸까요?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행동을 가로막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하고,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밑바닥을 깊이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하나의 장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감정’입니다. 우리는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알지 못한 채, 그 앞에서 자주 멈춰 서게 됩니다.



우리가 감정을 대해온 방식

예를 들어볼까요?

불안, 분노, 무기력함 같은 감정이 들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불안_“이걸 빨리 없애야 해.”

분노_“참아야지.”

무기력함_“지금은 이러면 안 되는데,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야.”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감정을 미루거나 억누르는 것을 ‘프로다움’으로 여깁니다. 직장에서 화가 나거나 실망하더라도, 감정보다 생산성과 결과가 우선이니까요. 일이 끝난 뒤, 누군가 감정을 물어봐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운이 좋으면 좋은 상사나 동료와 술 한 잔 나누며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감정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압니다. “뭔가 불편했는데,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어.” 그리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잠을 청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괜찮아졌다고 여기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알아봐 주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우리의 에너지와 관계,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습니다.



익숙하지만 배운 적 없는 감정 지능

우리는 자주 감정을 ‘참아야 할 것’, ‘컨트롤해야 할 것’으로 여깁니다. 화가 나거나 무기력해지면 “왜 이러지?”, “예민하게 굴지 말자”는 말부터 떠오르곤 하죠.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불편하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에게조차 지치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감정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감정이 몰려올 때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그 감정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걸 어떻게 표현하고 다뤄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고, 그 공백 속에서 우리는 자주 길을 잃습니다. 감정은 결코 부담이나 결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웰빙을 향한 통로가 되는 자원입니다.



정보 시스템으로서 감정

감정은 기분보다 더 선명하고 구체적인 반응으로, 특정 자극에 대한 우리의 마음과 몸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의력, 기억력, 판단력, 건강, 관계, 삶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주는 정교한 데이터입니다. Yale 감정지능센터의 Marc Brackett 교수는 『Permission to Feel』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감정은 우리 삶의 정보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중요한 정보를 자주 무시하고, 내면의 미세한 신호들을 흘려보낸 채 살아가곤 합니다. 코칭을 하며 저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됐습니다. 감정을 억제하는 삶이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고 다룰 줄 아는 삶, 그것이 진짜 웰빙의 열쇠라는 것을요.



때로는 나침반

감정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방향 감각입니다. 우리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신호죠. 기쁨은 “이 방향이 좋아요!” 불안은 “여긴 준비가 더 필요해요.” 분노는 “지금 뭔가 침해당하고 있어요.” 슬픔은 “무언가를 잃었어요.” 그렇다면, 감정을 웰빙의 ‘안내자’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요?



RULER 모델: 감정을 다루는 첫걸음

감정을 마주하고, 다루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 Yale 감정지능센터에서 개발한 RULER 모델을 소개해볼게요. 이 모델은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다섯 가지 단계입니다

R – Recognize (감정을 인식하기)
U – Understand (감정의 원인과 맥락 이해하기)
L – Label (정확한 감정 언어로 이름 붙이기)
E – Express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기)
R – Regulate (그 감정을 조절하고 다루기)


저는 가장 첫 단계, ‘Recognize –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머물고 있는지, 그 감정이 어떤 모양인지, 지금 내 안에서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잠시 멈춰 인식하는 연습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될 거라 생각합니다.



코칭가 권하는 시간

1. 지금 이 순간, 여러분 안에서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2. 그 감정은 여러분에게 어떤 정보를 주고 있나요?
3. 최근 억누르거나 외면했던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었을까요?



답하기 막막한 분들을 위한 예시

1. 지금 이 순간, 여러분 안에서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꼭 뚜렷한 감정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살짝 서운함’,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대감’, ‘좀 멍한 느낌’처럼 떠오르는 단어 하나면 충분합니다. (편안함, 지루함, 초조함, 안도, 아쉬움, 뿌듯함, 외로움, 민망함, 애틋함, 번거로움, 기대됨.. 등, 감정 단어를 검색해서 힌트를 얻으셔도 좋습니다)


2. 그 감정은 여러분에게 어떤 정보를 주고 있나요?

감정은 “지금 뭐가 중요하다”라고 말해주는 신호일 수 있어요.


3. 최근 억누르거나 외면했던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었을까요?

감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순간 몸의 감각을 떠올려보세요. 어깨가 무거웠나요? 마음이 조급해서 가슴이 답답했나요? 터질 거 같았나요? 눈가가 살짝 뜨거웠나요? 그 감각이 어떤 감정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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