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가 진짜 웰빙이 되려면
6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가요?
일하고, 재테크 공부도 하고, 운동과 식단도 하고, 열심히 살고 있기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가끔은 지치고 허무한 마음이 스치지는 않으셨나요?
‘갓생’이라는 말은 우리를 ‘열심히 사는 삶’이 곧 ‘잘 사는 삶’이라고 믿게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오늘은 이 질문으로 열한 번째 웰빙 코칭을 시작합니다.
5월 말, 조금 뿌듯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학기 성적이 나왔는데 두 과목 모두 Distinction,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어요. (오예~) 첫 학기에는 한 과목만 Distinction이고, 다른 과목은 간신히 통과했기에 이번 결과가 더욱 기뻤습니다. 4월 한 달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과제를 했거든요.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첫 학기 패스만 한 과목도 Distinction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재수강하고 싶네.' 허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얻은 성취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이루지 못한 한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다니요. 인간 마음이란…
곧이어 마지막 학기 캡스톤(Capstone, 실천적 공백을 메우는 프로젝트)을 생각하며 또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내 비교가 시작됐죠. '동료들은 이미 기업 코칭을 하고 있고, 자기만의 프로그램도 널리 알려져 잘 나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 공부만 하고 있고… 이 프로젝트 잘 해낸다고 해서 훗날 그들처럼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을까?' 이 생각을 하고 난 후 스스로 이렇게 생각을 이어갑니다. ‘지금은 채우고 배우는 시기다. 이 시간을 내가 선택했다. 결국 잘 될 거야.'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오는 감정은, 그런 건설적인 생각을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양가감정 속에서 에너지를 살짝 잃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을 해보자고 다짐하면서 생각과 감정을 갈무리합니다.
5월의 산티아고 포르투갈 길은 이런 제 생각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길 위의 순례자들은 모두 같은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걷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걷는 이유, 걷는 속도와 체력, 그날 걷는 구간, 모두 다릅니다. 같은 시각 출발한 순례자여도 어떤 이는 빠르게 걷고, 어떤 이는 천천히 걸으며, 길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빨리 간 사람이 카페에서 쉬다가 뒤에 오던 사람이 지나가는 걸 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하루의 여정을 마친 숙소에서는 다시 서로를 만나 안부를 묻습니다. 숙소에 먼저 도착했다고 이긴 것도, 늦게 도착했다고 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페이스로 걷는 길. 그것이 바로 순례길이었습니다.
삶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요.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모두 제각각의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습니다. 심지어 산티아고 길처럼, 그 목적지마저 같지 않을 수 있는 거죠. 자기의 목표를 향해 누군가는 빠르게 걷고, 누군가는 천천히, 누군가는 자주 멈춰 서며 걷습니다. <중요한 건 속도나 남들과 같은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 정한 방향을 향해 자기의 리듬을 의식하며 꾸준히 걸어가는 삶.> 그게 진짜 성취가 아닐까, 그 길 위에서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성취’는 너무 자주 외적인 기준으로 정의됩니다. 몇 시에 일어났는지,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얼마나 생산적이었는지가 그 사람의 가치와 연결되곤 하죠. 혹시 ‘성공한 사람들의 모닝 루틴’을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갓생'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루틴과 성과를 쌓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기준은, 정말 나를 위한 것일까요? 성취는 정말 그런 방식으로만 이뤄져야 할까요?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성취가 웰빙에 기여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오직 성취 그 자체를 위해 무언가를 해나가는 겁니다. 기쁨도, 의미도, 관계도 없이, ‘이겼다’, ‘넘었다’는 결과를 위해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놀랍게도, 이 자체도 웰빙에 기여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예를 들어, ‘축적을 위한 축적’, ‘승리만을 위한 승리’ 말입니다.
또 하나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에서 오는 웰빙입니다. 결과가 없더라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만족.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경험에서 느끼는 성장감. 그런 성취의 여정은 우리를 진짜로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문제는, 그 단단함을 가장 쉽게 무너뜨리는 게 비교라는 점입니다. 비교는 자기 효능감을 조금씩 갉아먹죠. “나는 아직 멀었어. 저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생각이 스치기 시작하면, 내가 해낸 것들도 작아 보이고, ‘더 해야 해’, ‘이것도 부족해’라는 압박이 자연스레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비교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긍정심리학에서는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을 제안합니다. 자기 연민은 비교에 휘둘리는 대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실패했을 때도, 잠시 멈췄을 때도, “지금 이 순간의 나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마음속 따뜻한 목소리가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그 사려 깊고 다정한 내면의 소리 덕분에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비교가 아닌 자기만의 걸음으로 성취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 권하는 코칭 질문입니다.
요즘 여러분은 어떤 성취를 향해 가고 있나요? (혹 없다면, 여러분의 웰빙을 위해 어떤 성취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여러분은 누구의 기준으로 이미 성취한 것들을 바라보고 있나요?
혹,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나 루틴을 추구하고 있다면 여러분에게 잘 맞게 변형시킬 수 있을까요? (배운대로 하는 게 본인에게 잘 맞다면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비판이나 사회적 비교가 마음에서 피어날 때, 여러분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는 작은 응원은 무엇인가요?
‘갓생’(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웰빙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그 길을 걷고 있는지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향과 속도로 꾸준히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성취를 통한 웰빙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미, 무언가를 해낸 적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실을, 남들과 비교하지 않은 채, 기억해 주세요.
참고문헌|
Seligman, M. E. P. (2011). Flourish: A Visionary New Understanding of Happiness and Well-being. Free Press.
Maddux, J. E. (2002). Self-Efficacy. In C. R. Snyder & S. J. Lopez (Eds.), Handbook of Positive Psych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