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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나요

평범한 하루에도 의미는 피어난다

by 명랑세린
지난 2주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포르투갈 길을 걸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여러분도 2주간 코칭 휴식기를 가졌네요. :)

5월, 잘 보내셨나요?
서울은 벌써 여름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리던데요. 날은 뜨거워도, 여러분의 웰빙 라이프는 시원하게 잘 흐르고 있기를 바라며

웰빙 코칭, 열 번째 시간을 시작합니다.


무거운 질문 앞에서 멈칫했던 과거

"당신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누군가 제게 이런 질문을 던질 때면, 마음 한편이 늘 무거워졌습니다.
"글쎄요... 제 삶에 의미가 뭐가 있을까요...?"

'의미'라는 단어는 제게 언제나 어딘가 무겁고, 진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만 의미가 생길 것 같았고, 그러지 않으면 의미 없는 삶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억지로 의미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때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보다는, ‘삶이 의미 있어야 하니까’ 하면서요. 그런데 최근 두 가지 경험이 저의 의미에 대한 좁았던 생각의 틀을 열어주었습니다. ‘삶의 의미가 꼭 무게감 있어야 할까? 내가 매 순간 느끼지 못하면 삶의 의미가 없는 걸까?’



플롬 기차, 그리고 터널을 판 사람들

노르웨이에는 ‘플롬(Flåm)’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피오르드와 협곡 사이에 자리한 이 마을은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가파른 철도로 유명한 ‘플롬 기차(Flåmsbana)’의 출발지입니다. 이 기차는 20년 넘게 수많은 터널을 뚫으며 건설되었는데, 그전에 사람들은 오로지 걸어서 혹은 말을 타고 산을 넘나들며 이웃 마을과 소통해야 했습니다. 플롬 여행에서 박물관에 갔을 때 한 장의 흑백 사진을 봤습니다. 가파른 산비탈에서 곡괭이로 터널을 파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모습이었어요.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매일 흙을 파면서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꼈을까?’ 그들의 손끝에서 이어진 터널이 오늘날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편의를 주고 있다는 걸 떠올렸을 때, 그들의 ‘삽질 한 번’은 제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삶의 의미는, 때로 그 일을 한 사람이 크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그것을 건네받은 사람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것 아닐까?



포도밭 사람들을 지나가며

또 하나의 순간은 까미노에서 만났습니다. 포르투갈 길을 걷는 내내 계속해서 펼쳐지는 포도밭을 지났습니다. 어느 날 자신의 포도밭에서 경작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매일 포도밭만 보다가요. 그들은 평소에 하던 대로, 그저 자신의 일을 하는 것뿐이었겠지만, 지나가던 저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을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냥 자신들의 하루를 살았을 뿐인 그들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저들이 살아내는 이 일상이, 나에게는 선물 같은 순간이 될 수도 있구나.’



PERMA에서 M, 의미(meaning)란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플로리시(Flourish)』에서 의미 있는 삶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의미 있는 삶은 자신보다 더 크다고 믿는 무언가에 소속되고, 그것에 기여하는 데 있다.
Meaningful life is belonging to and serving
something that you believe is bigger than the self.

그리고 그는 이어 말합니다. 인간은 그러한 소속과 기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종교, 정당, 환경운동, 보이스카우트, 가족과 같은 다양한 긍정적 제도들을 만들어왔다고요. (Seligman, 2011, p. 39).


여기서 말하는 ‘더 큰 무언가’는 꼭 거창하거나 위대한 사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가족, 공동체, 내가 믿는 가치, 그리고 세대와 문화를 잇는 삶의 흐름. 또는, 내가 지금 하는 작은 일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깊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에도 의미가 있겠죠? 읽어주시는 분들과 연결되어 있을 테니요.


플롬에서 마주친 터널 공사 인부들의 사진을 떠올려봅니다. 매일같이 흙을 파고 터널을 만들던 그들의 손끝은 아마도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노동이었겠지만, 그 반복된 일상이 결국 오늘의 저에게는 감동과 이동의 자유라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삶은 '더 큰 무언가' 인류의 역사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었던 것이죠. 까미노에서 만난 포도밭의 사람들. 그들은 그저 자신의 땅을 일구고 있었지만, 그 평범한 일상의 장면은 어느 낯선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삶의 의미란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한 특별한 행동이나 엄청나게 큰 업적이어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기 삶의 자리를 진심으로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의미는 왜 웰빙에 중요할까?

삶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떠오르기도 해요. “그래서요, 그게 우리의 웰빙과 무슨 상관이죠?” 긍정심리학에서는 웰빙을 단지 기분 좋고 만족스러운 상태로 보지 않습니다. 삶이 얼마나 단단하게 지속 가능한가, 삶의 흐름 안에서 내가 무엇에 연결되어 있는가를 함께 봅니다. 그래서 웰빙의 요소로 의미(Meaning)를 넣었다고 하고요.


삶이 버거울 때, 기분이 좋지 않을 때조차도, 사람은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붙잡고 살아가려는 경향이 있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누군가를 돌볼 때,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계속 시도할 때, 그게 당장은 행복하진 않더라도, 의미는 삶이 흐트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내면의 방향성이 되어줍니다. 긍정정서가 느껴지지 않아도, 관계가 잠시 멀어져도, ‘이 일은 내가 해야 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감각이 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웰빙을 경험할 수 있다고 긍정심리학이 말합니다.


의미는 단지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의 선택과 흔적이 역사에 남긴 깊이를 알고 있죠. 삶의 의미는 그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그 일이 더 큰 무언가와 어떻게 연결되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어떤 가치를 남기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때로는 주관적인 판단조차, 역사와 논리, 일관성에 기반한 객관적 시선 앞에서 다시 해석되기도 하니까요. (Seligman, 2011, p. 46).



코치가 권하는 시간

여러분의 삶은, 무엇에 소속되어 있고, 어떻게 기여하고 있나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의미 있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래의 질문들을 통해, 여러분만의 삶의 의미를 천천히 되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오늘, 던지는 세 가지 질문

1.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일은, 나보다 더 큰 무엇과 연결되어 있나요?

예: 가족, 세대, 공동체, 미래 세대, 내 신념 등

2.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경험은 내게 어떤 감정을 남겼나요?

3.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가치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지켜내고 싶은 나의 태도나 철학은 무엇인가요?


삶의 의미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와 연결되고, 어떻게 살아내느냐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하루가 누군가의 마음에 남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여러분의 삶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 같습니다.



| 참고문헌|Seligman, M. E. P. (2011). Flourish: A Visionary New Understanding of Happiness and Well-being. Free Press.



<부록> 코치의 답

1.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일은, 나보다 더 큰 무엇과 연결되어 있나요?

저는 요즘 긍정심리학 코칭 공부와 커리어 발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공부는 웰빙이 필요한 미래의 고객들뿐 아니라, 제 삶을 지켜보는 가족과 지인들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또한 커리어를 잘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 사회 구성원들이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오늘 영어 논문과 씨름하는 시간도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2.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경험은 내게 어떤 감정을 남겼나요?

친구가 자료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찾는 자료 말고, 좀 더 깊이 있는 자료를 보고 싶다고 했어요. 챗GPT 사용자로서 쌓은 경험을 살려, 친구가 원하는 주제와 관련한 공신력 있는 해외 자료들을 정리해 보냈습니다. 잘 도와주고 싶었고,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친구는 자료를 받고 나서 “이런 자료는 어떻게 찾은 거야? 너는 정말 내 편이야!”라고 했어요. 제 진심이 전달되고, 도움이 되었다는 걸 느끼니 그 시간이 몇 배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3.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가치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지켜내고 싶은 나의 태도나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게으르지만 성실한 사람입니다.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쾌락 중추를 가진 평범한 인간으로서(모두가 그렇듯) 눕고 싶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상에 앉습니다. 도서관도 꾸준히 가고요.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후회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얻은 가르침 덕분에, 요즘은 그런 후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성실’이라는 가치를 이런 시간관리 방식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켜내고 싶은 저의 태도나 철학은? 절제할 줄 알아 가장 감미로운 상태를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자유롭되, 저와 타인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싶고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지키는 것도 제게는 소중한 태도입니다. 나쁜 습관은 조금씩 덜어내고, 좋은 습관은 자라나게 하여, 언젠가는 ‘좋은 태도가 몸에 밴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물론 이 모든 걸 완벽하게 지킬 수는 없겠지만, 그 방향을 향해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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