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가 마무리되면 길고 험난했던 업무 하나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기억 속에서 지우려는 그 순간....
"부당징계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라는 메일 혹은 팩스가 도착하고 그럼 그때부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조사기록부터 징계위원회 회의록, 소명자료, 이메일, 내부 보고서까지 모든 자료를 다시 꺼내어 읽고, 사건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구성한다.
'왜 이 징계가 정당했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답변서를 작성하고, 그 한 줄 한 줄이 훗날 회사의 방패가 되길 바라며 심혈을 기울여 수정한다.
그리고 지방노동위원회로 향한다.
온갖 자료를 묶음으로 제출하고 회사 입장을 유지하며 설명을 이어간다. 그 이후 노동자가 제기한 부당징계 주장에 대한 '기각 판정'을 받아도 안심하긴 이르다.
다음 단계가 있다. 바로 중앙노동위원회.
대상자가 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했고 이번엔 기차 타고 세종시로 간다.
자료를 새로 정리하고, 증인 진술을 준비하며 또다시 서류를 쌓는다. 어쩔 땐 거짓말 조금 보태서 그 높이가 100cm는 될 것 같다.
결국, 징계가 끝난 자리에 다시 또 다른 절차가 시작된다. 이쯤 되면 HR은 알게 된다. 징계는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노동부는 생각보다 꼼꼼하다.
징계위원회 회의록, 출석 안내문, 소명 기회 부여 기록, 서면 통보일자까지 - 모든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하나씩 확인한다. 징계 과정 중의 한 문장, 한 날짜가 이렇게까지 중요할 수 있구나를 매번 느낀다.
게다가 대상직원에게 "고소하겠다", "책임자를 직접 만나겠다"는 연락이 이어지면 감정이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감정으로 대응하면 회사는 바로 불리한 위치에 선다. 그래서 HR의 기본은 언제나 같다.
'감정이 아닌 절차로, 말이 아닌 기록으로.'
징계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
1️⃣ 징계의 사유는 명확해야 한다.
불명확한 사실관계나 추측성 진술에 기반한 징계는 반드시 문제가 된다.
HR은 증거와 진술을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하며, 내부 규정에서 징계 사유로 명시된 항목에 부합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 절차의 공정성이 핵심이다.
출석 안내문 발송, 소명 기회 부여, 징계위원회 구성 등은 단 한 단계라도 누락되면 부당징계로 판단받을 수 있다.
"결과가 맞으니까 괜찮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과정의 정당성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3️⃣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
유사 사례 간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직원들은 불공정을 느낀다.
HR은 과거 징계 이력을 참고하며 사안의 경중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그 기록이 바로 회사의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4️⃣ 징계 이후의 관계 관리도 HR의 몫이다.
징계는 처벌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제도다.
징계가 끝난 뒤, 해당 직원이 조직에 남는다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HR의 역할이다.
징계의 목적은 '배제'가 아니라 '회복'이어야 한다.
징계의 본질은 단호함과 공정함이지만, 그 과정에서 HR은 절차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며 나중에 협박까지 받아야 하는 자리임을 깨닫는다...허허
정의는 누가 심판을 보든 결국 인사팀의 체력과 멘탈은 휘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