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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스 Jul 03. 2024

마흔에 떠난 안식휴가 04

스위스/이탈리아_04.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멘리헨, 슈피츠

그린델발트의 둘째 날,

눈 뜨자마자 융프라우요흐로 출발!

7시 반에 조식을 먹고 8시 넘어서 출발했다.


융프라우요흐는 그린델발트 터미널에서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를 타고 아이거 글랫처 역에 도착, 여기서 다시 산악 열차를 타고 융프라우 정상까지 갈 수 있다.

다른 탈 것 들은 융프라우 VIP pass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지만 아이거 글랫처 <-> 융프라우 정상으로 가는 산악열차는 왕복 1회만 탈 수 있다.


나는 그린델발트의 숙소에서 그린델발트 터미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서 15~20분 정도 되는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슬슬 걸어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걷는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아... 이것이 스위스구나.



아침의 공기, 소의 종소리, 푸른 초원, 스위스를 온몸으로 느끼며 터미널로 향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

왜 숙소에선 멀쩡하다가 걷기 시작하니 신호가 오는지.

아직 10분이나 더 걸어가야 하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을 찾으며 터미널까지 빠른 걸음으로 이동.

와중에 길을 지나쳐서 다시 되돌아 가 겨우겨우 터미널에 입성.

다 필요 없고 화장실! 화장실! 



급한 와중에 찍은 터미널 영상. 장하다.


각종 신의 배려로 무사고로 일을 보고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터미널 안의 쿱 매장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마실 물을 사고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여기서 우산을 잃어버렸다. 몇 년간 유용하게 사용하던(하지만 몇 번 못 쓴) 초경량 우산이었는데.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열심히 아이거 익스프레스 탑승장을 찾아갔다.

일찍 출발을 한 것인지 생각보다 줄이 없어서 바로 아이거 익스프레스에 탑승했다. (내가 관광을 마치고 다시 터미널로 내려왔을 때는 아이거 익스프레스 탑승 줄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일찍 일찍 움직이기를 추천한다.)


곤돌라를 타면 왜 VIP 패스가 그 가격인지 인해가 된다.

무제한으로 방문할 수 있는 장소도 많고 시설도 좋고 워낙에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30만 원이라는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졌다.



위 영상이 아이거 글랫쳐 역이다.

예약한 고객의 줄과 비예약 고객의 줄이 나뉘어있다.

단체 투어의 경우 대부분 예약 줄에 서 있었고 나는 딱히 예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예약 줄에 서있었다.

예약 고객들이 다 들어가면 그 이후에 비예약 고객들이 산악 열차를 탈 수 있다.

한 20분 정도 대기했던 것 같다. 


산악열차는 대부분 터미널 안으로 이동한다.

열차 안에서 슬슬 고산병 증세가 느껴지나? 아닌가? 싶었는데 딱히 고산병 증세는 못 느꼈다 ㅎㅎㅎ


정상에 내려서 개찰구를 통과하여 들어가면 천장에 출발 안내 문구가 보이는데 그냥 그거 따라서 가면 된다.

루트가 복잡해서 헤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충분히 그럴만하므로 그냥 처음부터 출발문구 보고 루트를 따라가시기를.

아래 영상과 같이 터미널 같은 곳에서 시작하는데 내 앞의 사람들은 잘 못 된 길이라고 생각해서 되돌아갔다.

나도 가도 가도 저런 터미널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쪽으로 가면 뭐 있어?"라고 물어보니 스핑크스 전망대가 나온다고 했다.

이 루트 맞으니까 확신을 가지고 쭉 가면 된다. 


표지판을 따라서 가다 보면 이런 미디어 홀 같은 것이 있고, 이곳을 지나치면 스핑크스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엘리베이터 줄을 기다렸다가 타고 올라가면 바로 스핑크스 전망대가 나온다.


엘리베이터 엄청 빠르다.


와우와우와우!

스핑크스 전망대는 여러 가지로 놀랍다.

만년설이 쌓여있는 융프라우 정상의 전망이 눈이 부시고 모든 구름들이 발 밑에 있다.

아래서는 그렇게도 흐리던 날씨가 이곳에서는 마치 천국에 온 듯이 구름 위의 새파란 하늘과 태양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

저 좁은 전망대에 사람들이 잔뜩이라 아슬아슬하다.

사진 찍기가 하늘의 별따기!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조명 장식으로 꾸며놓은 방이 있고 그곳을 지나면 얼음 동굴이 나온다.

저기 벽 얼음을 만져보는데 촉감이 얼음 같지가 않은데 차가워서 신기하다.

얼음인데 얼음 같지가 않다.

미끄럽다. 등산화 신고 오시라.

진짜 진짜 조심히 걸어서 통과!



드디어. 

얼음 동굴을 나오면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아마 엘리베이터를 또 탔던 거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우오~

VIP 패스를 사면서 융프라우요흐를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와보는 게 맞다.

사실 보이는 게 저게 다 지만 직접 느끼는 융프라우의 정상은 약간 벅찬 느낌이 있달까?

매번 영상으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가보는 것은 생각보다 그 감동이 더하다. 

실망뿐일 줄 알았지만 전혀!

360도 파노라마 뷰로 융프라우 정상을 즐길 수 있었다.

한국인 신혼부부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친절하게 응해주시고 사진도 정말 많이 찍어주셨다.

감사한 마음에 나도 열심히 커플 사진을 찍어드리고!

한참을 즐기다가 신라면 먹으러 출발.

실내로 들어와 산악열차 타는 곳까지 내려오면 checkout 포인트가 있다.

이곳의 매점에서 VIP pass를 보여주면 신라면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VIP 패스를 살 때 동신항운 쿠폰을 제시한 경우, VIP 패스에 1  worth voucher value 6-라고 적혀있다. 6프랑의 가치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썰매를 탄다거나 신라면을 먹는다거나. 몇 가지 옵션이 있고 나는 신라면을 선택했는데 썰매를 타볼걸. 근데 또 혼자 가서 뻘쭘하게 썰매 타고 놀기도 현타올 것 같고)


사실 스위스에 싸갔던 신라면이 두 봉지가 있어서인지(이탈리아에서 먹었다) 감동스러운 맛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어제 체한 속은 오타이산 한 봉지로 깨끗하게 해결이 된 상태여서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자리 차지하기가 여의치가 않아 그냥 아무 데서나 앉아서 먹었는데 전망 좋은 자리도 대부분 금방 자리 회전이 되기 때문에 기다렸다가 자리가 나면 금세 다들 자리 잡고 앉았다.


이제 다시 산악열차를 타러 갈 차례.



융프라우 산악열차의 경우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vip 패스로 한 번만 왕복할 수 있으므로 직원이 와서 저렇게 펀칭을 한다.

그리고 린트 초콜릿을 하나씩 선물로 준다. 나는 하나를 주다가 떨어트려서 새 거를 주면서 떨어트린 것도 줬다. 저거 진짜 맛있었다.

린트 초콜릿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정말 정말 맛있다.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지만 그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었으므로 스위스에서 당 떨어질 때는 린트 초콜릿을 추천한다.


아이거 익스프레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보는 전망


융프라우요흐에서 내려오는데 하늘이 꽤 개었다.

내려오는 전망도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이킹하고 싶은 날씨였다.

큰 기대를 품고 그린델발트 터미널로 내려와서 이번에는 멘리헨 행 곤돌라를 탄다.


(아! 멘리헨을 가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린델발트 터미널의 쿱 마트에 들러 여기서 우산을 잃어버렸는데 혹시 본 적 있을까요?라고 점원에게 물어보니 엄청나게 무서운 얼굴로 오늘? 이래서 네.라고 하니 대꾸 없이 카운터로 가서 찾아보고는 눈도 안 마주치고 고개를 설레설레 하더니 자기 볼일을 봤다.

정말 불친절해...)


멘리헨 행 곤돌라는 아이거 익스프레스보다는 낡았지만 그래도 상태가 좋다. 다만, 혼자 타서인지 중간중간 흔들려서 무섭다.

멘리헨으로 향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거의 오후에 출발했음에도 혼자 곤돌라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곤돌라도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도 멘리헨행은 여유로운 편이라는데 이 날은 멘리헨 정상이 무척이나 흐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없었던 것 같다. 

융프라우 웹캠으로 실시간 날씨를 확인하면서 다닐 수 있으므로 참고하시라.

아이거 익스프레스 탑승 줄. 오후 되니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일찍 일찍 움직이자.
멘리헨 가는 곤돌라


멘리헨 정상.

멘리헨을 상징하는 놀이터.

이미 여기서부터 아 하이킹은 텄구나 싶었다.

멘리헨 정상으로 가는 길도, 33번 하이킹 코스도 눈 때문에 걸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구름도 많아서 바로 앞 전망도 안 보이는 상황.

대실망.

다음에 스위스 올 일이 있다면 꼭! 반드시! 한여름에 오리라.

1일 1 하이킹할 테다.

융프라우는 여러 하이킹 코스가 있지만 멘리헨에서 출발하는 33번 하이킹 코스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니 날씨 좋고 걷기 좋은 시절에 이곳으로 여행 가신 분이 있다면 꼭 걸어보시라.


멘리헨에서 내려오다 보니 산의 중턱 지점부터는 구름이 좀 걷혀있고 걸을만한 길 상태였다.

중간 역에 내려서 2시간을 하이킹할까 아니면 슈피츠 성을 갈까 고민을 했다.

하이킹에 무게가 더 실리긴 했지만 저 외진 길을 혼자 간다는 게 무섭기도 하고 고민 고민을 하다가 그래. 체르마트에서 또 하이킹할 기회가 있겠지. 슈피츠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라는 생각으로 슈피츠 성으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옳은 선택이었다.

혹시 스위스 관광 명소의 바글바글한 사람에 치이고 일정에 치이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라면 이 장소는 꼭 추천한다.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고 아주 고요하게 호수전망을 즐길 수 있다. 

마을 자체가 고요하고 정적이며 호숫가 주변이어서 슈피츠 역부터 온 마을이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인터라켄 OST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서 슈피츠 역으로 향한다.


역에서 내려서 조금 걷다 보면 보이는 슈피츠 성
슈피츠 성으로 향하는 길 마저 아름답다.


슈피츠 성에 있는 카페 평이 좋으므로 시도해 보길 바란다. 나는 영업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패스.



슈피츠성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둘러보는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벤치에 앉아 호수뷰를 감상하는데 왼쪽 아래에 잔디 공원 같은 것이 보였다.

저기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쉬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려가보기로 한다.


역시 가까이서 즐기는 호수뷰는 말해 뭐 해.

여기서의 그 평화로운 느낌은 빡빡한 여행 일정으로 인한 정신과 육체의 피로를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원래 조급증이 있어서 열차 시간에 맞춰 관광을 하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넉넉하게 기차 한 대를 보내고 내키면 또 한대 보낼 생각으로 마음껏 앉아 쉬며 경치를 즐겼다.


너무 좋다. 여기. 

수영도 간혹 하는 사람이 있던데... 여러 가지 면에서 스위스는 한 여름에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이때는(5월 말) 아직 쌀쌀해서 수영은 무리였다.


이쪽에 아예 숙소를 잡는 경우도 있던데, 내 생각에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고 당일치기로 와서 반나절 피크닉을 즐기면서 수영을 하거나 힐링을 하면 딱 좋을 것 같다.

물론 동네도 조용하고 예뻐서 묵어도 좋겠지만 경사진 동네라는 것을 참고할 것.




다시 돌아온 그린델발트역.

3박 4일 일정이 꽤 오래일 것 같았는데 내일이면 떠난다니... 많이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에 귀여운 그린델발트역 촬영.

안녕... 우리 또 볼 수 있을까? 




아니 내일이면 떠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햇살을 보여주다니!

가지 말라고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아 가슴에 맺혔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그린델발트. 

그리고 하나도 아깝지가 않았던 VIP pass 구매.

흐린 날씨마저도 사랑스럽게 느끼게 되는 3박 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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