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이 아닌 방패를 드는 믿음

시편 3:1 - 8

by Nomad K

시편 3편에는 “다윗이 그의 아들 압살롬을 피할 때에 지은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시는 다윗이 아들의 반역 앞에서 왕의 자리를 내려놓고 도망치며, 하나님께 부르짖었던 기도의 기록이다.

1절과 2절에서 다윗은 자신의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대적이 너무 많고, 자신을 치는 자가 많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상황의 위협뿐 아니라, 사람들의 말이 다윗을 더욱 몰아세우고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런 현실 한가운데서 다윗의 고백이 이어진다.


“여호와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자이시니이다.”

다윗은 왜 “주는 나의 창이시요”가 아니라 “나의 방패”라고 고백했을까?

큐티를 하며 이 질문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지금 다윗이 처한 싸움은 적을 쓰러뜨리는 전쟁이 아니라, 버티고 견디며 하나님께 맡겨야 하는 싸움이었다. 아들 압살롬을 향해 창을 들 수 없는 상황에서, 다윗에게 필요한 것은 공격이 아니라 보호였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을 나의 방패라고 부른다. 내가 맞아야 할 공격을 대신 맞아주시는 분, 그 보호하심 안에서 버텨야 하는 시간임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4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께 부르짖으니

그의 성산에서 응답하시는도다.”

2절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이라고 했던 것과 대비되어 “나의 목소리”라는 표현이 더욱 도드라진다. 수많은 말들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 앞에서 들려야 할 것은 오직 나의 목소리

라는 신앙 고백처럼 들린다.


“천만인이 나를 에워싸 진 친다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

이 구절에서는 오히려 다윗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에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도 함께 담겨 있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선택하겠다는 결단이다.


7절의 표현은 더욱 강렬하다.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주께서 나의 모든 원수의 뺨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

이 장면을 묵상하다 보니,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적을 제압하는 퍼포먼스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는 고대 문화 속 ‘승리의 상징’을 빌려온 표현이다. 뺨을 치는 것은 공개적인 수치를 의미하고, 이를 꺾는 것은 짐승의 송곳니를 부러뜨려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장면이다.

그러나 지금 다윗은 실제 전장에서 승리한 장군이 아니다. 아들 압살롬에게 창을 겨눌 수 없어

도망자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시편은 더 깊다. 다윗은 싸우지 못하는 자리에서, 버티는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방패로 고백한다. 공격하지 못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다윗이 선택한 믿음의 싸움이었음을 이 시편은 보여준다.

작가의 이전글경건도 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