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나와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도 서로 마음을 열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는 누구와도 말을 잘 나눌 수 있고 친해지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관계가 아주 깊어지지는 않는다. 살아가다 보니 남편에게서 나와는 다른 면모들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 집 앞에 택배가 하나와 있었다.
내가 주문한 적이 없어 반품하려고 두었는데, 알고 보니 남편 친구가 보낸 택배였다. 출장으로 태국에 가게 되었는데, 마침 그곳에 주재원으로 있는 친구가 있다고 했다. 그 친구가 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우리 집으로 보내 두었고, 남편은 그 물건을 들고 가서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얼마 전 딸아이의 졸업기념으로 가족여행으로 부여에 갔을 때도 그랬다. 근처 세종에 사는 친구 가족이 시간을 내어 부여로 왔고, 우리는 함께 박물관을 보며 한나절을 보냈다. 남편은 멀리 사는 친구이든 가까이 사는 친구이든 종종 안부 전화를 하며 근황을 묻고 관심을 건넨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함께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한다.
참 닮고 싶기도 하고, 참 좋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친해지지 못하더라도 한번 맺어진 관계는 땅속 깊이 내려간 뿌리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이어지는 것.
남편의 친구 관계는
마치 그런 나무의 뿌리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