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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프펜 Oct 21. 2022

이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

내 나이 벌써 40대 중반이다. 

20대가 끝나기 전에 뭔가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되지 못했다.

30대에 결혼과 함께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내 삶은 일시정지되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뭔가를 열심히 해보려고 하니 이미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SNS'의 발달로 이 지구상에 얼마나 잘나고 능력 있는 이쁜이들이 많은 지 금세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 비해 얼마나 '열등한 존재'인지도 바로 파악이 된다.


난 그들에 비해 이미 많이 늙고, 재능도 시시하고, 내게 주어진 열정도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난 한없이 쪼그라져서 지금 당장 땅을 파고 지하세계로 들어가던가, 

가정주부로서의 평범한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늘 그랬듯이 묵묵히 가족의 그림자로 살다가 종국에는 

'나의 자손들을 이 땅에 뿌렸으니 그걸로 됐다'라며 병원에서 아름답게 생을 마감해야 한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잘난 사람이 많을까?'


"애만 키웠더니 십수 년이 홀랑 지나가서 아무것도 못했다!" 

"이건 모두 내가 결혼을 한 탓이야!"

라고 징징거리고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노력하고, 심지어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면서 꿈을 이룬 여자들도 많다는 것을 SNS를 통해 알게 되었다.


오늘 하루 나의 이 작은 몸부림이 과연 내 인생에 유의미한 일인가? 고작 나 같은 존재가? 이걸 하는 것이 맞는 건가? 매일 의구심이 든다.

인터넷 환경에서 좋은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참 좋지만, 내 의지를 꺾기도 참 쉽다.

사실 난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다른 사람들의 작품이나 성과를 거의 찾아보지 않는다.

그런 대단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과연 내 미비한 창작물들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사실 난 '소심장'을 가진 '소인배'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에게 최면을 건다. 

'내가 그린 그림이, 내가 쓴 글이 항상 최고라고! 너무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줄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40대의 초라한 중년 아줌마는 책상에 앉아서도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에 중요한 해답이 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 것인가? 남들보다 잘난 삶을 살아야만 좋은 삶일까? 

남들보다 잘나서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가 되면 참 좋겠지만, 청춘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늙고 초라해진다. 

1초 만에 나의 무능을 깨닫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남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맞추자.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자. 느려도, 시시해도, 내 기준에 맞는 삶을 살자. 그러면 이 잘난 사람들 틈 속에서도 나는 행복한 삶을 살수 있겠지.

내의 지금 이 말들도 이미 인터넷상에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말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시시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나의 생각을 쓰고, 그림으로 그린다. 세상의 잘난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행위들을 하고, 그동안 해왔고, 앞으로도 하겠지만, 이 작은 행위가 10년, 20년 동안 계속된다면? 나도 어쩌면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남들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난 지치지 않고 내 초라함을 개의치 않고 즐겁게 창작에 임할 수 있다.

결국엔 최고로 멋진 창작물을 만들진 못해도, 최고로 많은 창착을 한 할머니 정도는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육아로 몇 년 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친구에게 인스타툰 연재부터 가볍게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고는 친구가 참고하면 좋을 만한 작가들의 자료를 찾아서 보내주었는데, 난 곧 후회했다.

가득이나 자신감을 잃은 친구를 더욱 벼랑 끝으로 밀어 넣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야, 너의 그림은 이미 예전에 완성형이었어. 이제 그리기만 하면 돼. 내가 보내 준 자료는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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