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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Nov 03. 2021

디지털의 경험은 어디에서 오는가?

유사성은 존재자와의 관계에서 사유되기 때문에 그것이 사물에 대한 인식의 관점에서 고찰되는 것은 당연하다. 유사성은 인식의 원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사성의 의미 (아퀴나스 『신학대전』 (해제), 2004., 박경숙)






유사성은 인식의 원인





인식

우리는 어떤 것을 이해하거나 구별할 때 인식을 거처 이해하고 또 구별한다. 반대로 인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이해하지 못하고 구별하지 못한다. 인식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며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이다.

일련의 정신 과정을 거쳐 인식된 것은, 후에 재인식이 더 수월하다

그 과정에서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의미를 인식이라고 한다. 일련의 정신 과정을 거쳐 인식된 것은, 후에 그것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과정 없이 재인식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익숙한 것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방식은 학습을 거쳐 익숙해지기도 한다. 학습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 방식이 불편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경험의 유사성

우리의 모든 경험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온라인의 경험은 대게 오프라인의 경험의 연장선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서비스로 예를 들어본다면, 쿠팡 같은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는 오프라인 마트의 경험과 유사하고,

마트에서의 경험

배달의 민족과 같은 온라인 배달 서비스는 예전 상가 음식점 책자를 보고 전화로 주문하는 경험과 유사하다. 경험의 행동 방식은 거의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면 온라인 커머스의 서비스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험은 그리 낯설지 않다. 다만 모바일 디바이스를 친근하게 사용하는 세대가 아니라면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자체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모바일 서비스의 경험이 더 새롭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물리적으로 마트에 가지 않고도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일 아침 내가 원하는 신선한 상품들을 문 앞까지 배송받을 수 있는 경험은 유통의 혁신에 가깝다. 하지만 그것은 유통 비즈니스의 혁신이다.




인식의 원인 유사성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장을 보러 많이 다녔다. 재밌기도 하고 무거운 물건을 대신 들어드린다는 성취감도 있어 그랬던 거 같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방식의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그 시절 오프라인 장을 본 경험의 유사성 때문일 것이다. 먼저, 마트에 들어서면 장바구니를 하나 집어 들고 원하는 제품들을 담는다. 장바구니는 구매하는 제품을 담을 수 있는 도구다. 

장바구니의 경험

일단 장바구니에 있는 제품들은 구매할 확률이 매우 크다. 그리고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며 필요한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한다. '그래! 집에 간장이 떨어졌지!'. 간장을 하나 골라보자. 우선 간장 코너로 가서 여러 제품들을 비교한다. 그리고 국간장인지 맛간장인지 구별하고 내에게 필요한 간장을 선택한다. 선택을 했으면 그다음 간장의 개수를 결정할 차례다. '몇 병을 살까?', '1병을 살까?', '아니면 2병을 살까?' 가격을 보니 이달 말까지 세일 중이다. '그래! 세일할 때 2병을 사자!' 2병을 집어들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또 필요한 것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또 다른 것들과 비교한 후에 개수를 선택해서 똑같이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서 장바구니에 있는 것을 계산한다. 혹시라도 예산이 초과되면 아까 골랐던 간장 2병 중 1병을 계산대에서 빼고 계산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가 보통의 마트의 오프라인 구매 경험이다. 그렇다면 앞에 말한 오프라인의 경험 얘기가 온라인 모바일 커머스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예전에 누구나 알만한 신선 브랜드의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를 컨설팅한 적이 있다. 그때 실무에서 나왔던 첫 번째 화두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 '개수를 선택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장바구니에서 선택하게 할 것인가?'였다. 가설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개수는 장바구니에서 조정할 수 있게 해서 사용자의 클릭수를 최소화하자! 두 번째, 오프라인의 경험에서는 장바구니에서 개수를 선택하지 않는다. 제품의 개수를 결정하고 장바구니에 넣는다. 첫 번째 가설은 그럴듯했다. 빠르게 제품만 담고 개수는 장바구니에서 선택하게 하자는 말은 매우 새롭고 효율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용자 테스트에서 개수를 결정하지 못한 사용자는 다음 패턴으로 넘어가지 않고 계속 개수를 선택하는 방법을 찾았다. 오프라인의 경험이 영향을 준 것이다. 사용자는 개수를 결정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상품을 넣는 것을 답답해했다. 장바구니에서 개수를 설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거부감을 느꼈다. 어찌 보면 조삼모사의 상황이다. 어차피 두 경우 모두 사용자의 클릭수는 동일하다. 처음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개수를 선택하는가? 아니면 장바구니에 담은 후 계산할 때 개수를 선택하는가? 개수의 결정을 장바구니로 넘겨도 결국 줄어드는 클릭수는 없다는 얘기다. 차이라면 오프라인의 경험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두 가지다.

오프라인/온라인 장바구니(쿠팡)

지금 서비스들은 대부분 개수를 선택하고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결제 전 장바구니에서도 개수를 조정할 수 있다. 그것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모두 동일하다. 내가 말한 경험은 모바일 커머스 초기 구축 시절 이야기다. 그때 모바일 경험은 오프라인의 경험의 유사성 없이 새롭게 룰을 세워도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경험이 유사할 때 인지적 편안함을 느낀다. 반대일 경우 앞서 말한 커머스 서비스의 사용자 테스트처럼 인지적 압박감을 느낀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대부분 온라인 서비스들은 오프라인의 서비스들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넷플릭스,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 등 많은 것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오프라인 백화점 플랫폼 서비스의 온라인 버전이다.

백화점과 앱스토어

백화점은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여러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백화점에서 구매한 브랜드의 영수증에는 브랜드가 아닌 백화점이 판매점으로 나온다. 백화점은 브랜드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앱스토어 또한 백화점 플랫폼 서비스와 동일하다. 수만, 수천 개의 앱들이 앱스토어에 입점하고 그에 따른 판매 수수료를 낸다. 앱스토어의 운영 방식은 오프라인 백화점 플랫폼 서비스와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영화관과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오프라인 영화관의 온라인 버전이다. 우리가 새롭다고 느낀 서비스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분리해 보면 기존 오프라인의 경험과 동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판매 방식을 디지털 온라인으로 전환했을 때 새로워진다. IT 혁신은 오프라인의 경험과 패턴을 연구하는 것이 먼저다. 온라인 은행은 오프라인 은행의 방식과 동일하지만 오프라인 은행의 단점을 버리고 디지털 온라인의 장점을 더해 새로워 보인다. 

토스뱅크

아니, 새롭다. 하지만 오프라인 은행의 전체적인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래야 사용자가 물리적 실체가 없는 온라인 은행도 은행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경험은 오프라인의 경험의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험의 유사성을 남길 것인지 결정하는 것에 크게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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