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un Mar 20. 2023

애플이 로고를 활용하는 방법

며칠 전 맥북프로를 교체하기 위해 애플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3월 31일 강남에 한국의 다섯 번째 애플스토어가 오픈한다는 공지를 봤다. 오픈 공지에는 애플의 사과 로고를 화려하게 리터칭 한 이미지만 상징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애플은 세계 각국에서 애플 스토어가 오픈할 때마다 해당 스토어의 상징적인 사과 로고를 만든다. 이런 모습에 흥미가 생겨 애플이 로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게 됐다. 애플은 브랜딩에 로고를 어떻게 활용할까?






애플의 로고 아트





애플 로고의 변천사

처음 애플 로고는 1976년 Ron Wayne에 의해 탄생 됐다. 하지만 그의 로고는 1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그 이유는 매우 복잡하며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딱 들어맞는 메타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는데 브랜드로 인식되기에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사과라는 간결하고 쉬운 의미의 형태의 메타포가 아닌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은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큰 패착이라 생각된다. 로고가 작아지면 그마저 무슨 이미지인지 인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1년 뒤 마침내 1977년 Rob Janoff에 의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애플의 로고가 탄생한다.

애플이라는 브랜드명과 강하게 결합되어 인식에 유리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형태는 오늘날의 애플 로고지만 컬러는 화려하게 디자인되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기본적인 형태는 변하지 않고 컬러나 질감만 변화되면서 사용되어 왔다.  




'사과'라는 강력한 메타포의 승리

나는 애플 로고의 가장 강력한 힘은 사과라는 메타포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과는 전 세계인 누구나 이해하고 있으며 문자가 아닌 시각적 형태로 인식되기 때문에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표현할 때 문자가 필요하지 않다. 물론 브랜드의 이름이 애플이기 때문에 사과라는 메타포를 활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브랜드의 이름을 애플이라고 지었을까? 이 부분은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에도 명확하게 그 의미가 설명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평소 사과를 좋아하고 어느 날 사과농장에 다녀와서 브랜드의 이름을 애플이라고 지었다고만 나온다. 왜 애플이라고 브랜드명을 지었는지 의미나 철학은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아마도 제일 쉽고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로 애플을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추정만 해본다. 인터넷에 떠도는 애플의 철학적 의미 그리고 조형적으로 황금비에 들어맞는 그리드 이미지는 후에 애플을 사랑하는 디자이너들의 끼워 맞추기에 가깝다. 아래 황금비 그리드의 이미지는 판타지에 가깝다.

하지만 단순하고 명확한 메타포는 다양한 스타일에 활용이 가능하고 그 의미 또한 유지하기가 수월하다. 만약 애플의 로고가 사과형태가 아닌 삼성과 같은 문자였다면 지금의 활용은 불가능했을 거라 생각된다. 애플이 로고를 활용하는 것을 보면 옷 잘 입는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 매일 옷을 화려하고 멋지게 입는 사람. 주위에 그런 사람은 매일 새로워 보인다. 그렇게 단순한 애플의 로고는 사과의 메타포는 변하지 않은 채 여러 스타일의 아트를 입기 시작한다.




애플이 로고를 활용하는 방법

애플이 화려하게 옷을 바꿔 입기 시작한 건 2000년 초반부터라 추정된다. 그전까지는 이벤트나 WWDC 같은 행사에 단색의 애플 로고를 사용해 왔으나 2000년 초반부터 애플의 로고는 화려한 패션 아트를 자랑한다.

신제품 이벤트나 WWDC 초대장에 애플 로고를 활용한 비주얼 아트.

세계 각국에 새롭게 애플 스토어가 오픈할 때면 해당 스토어를 상징하는 로고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과라는 메타포를 벗어나지 않고 여러 스타일의 비주얼을 사용함으로써 애플은 장기적으로 사과라는 메타포를 브랜드 시장에서 독점했다.




브랜드는 로고를 활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모든 브랜드가 애플처럼 로고를 활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이 어렵다. 애플처럼 이벤트나 기념일에 로고를 활용해 브랜딩을 할 때 가장 우려스러운 게 자칫 유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고가 문자 형태이거나 심벌의 메타포가 명확하게 상징성이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벤트나 기념 로고가 필요할 때는 기존 로고와 상관없이 별도의 시각적 상징성을 다시 만드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애플은 자유로워 보인다. 그렇다고 애플의 로고가 30년 후 지금의 상황까지를 내다보고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내부적으로 여러 고민과 노력으로 지금의 방식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본인들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 애플은 본인들에게 잘 맞는 옷을 갖춰 입은 듯하다. 다른 사람의 옷을 입는 방식을 따라 한다고 해서 나도 그와 같이 멋있어지지는 않는다. 내 체형 그리고 내 취향등을 고려해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게 브랜드다. 애플은 본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디자이너를 위한 도서 13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