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un Feb 12. 2019

제안 PT는 에이전시의 숙명.


"이번에 누구누구 들어온데?"

"기존 운영업체에서 들어온데?"

"전체 사업비, 비딩 업체 공개하지 않으면 제안 들어가지 마!"






제안 PT는 에이전시의 숙명이다.





구축과 운영조직.

에이전시에는 보통 2개의 조직이 있다. 구축과 운영조직. 구축조직은 주로 제안 PT 후, 수주한 프로젝트 전체를 기획, 디자인, 개발하게 된다. 제안에서부터 최종 서비스 오픈까지 진행하게 된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하나가 끝나면 다시 제안, 구축을 반복으로 진행한다. 구축조직은 제안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연간 운영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인 조직이다. 반면 운영조직은 제안 PT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운영조직은 구축 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인 조직이다.

에이전시는 크게 구축과 운영 조직으로 나뉜다.


구축 후 운영까지 맡게 되는 프로젝트가 있는 반면 운영만 따로 PT를 통해 수주하기도 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구축조직에서 주로 제안 PT 작업을 진행한다. 운영조직은 리소스 관리가 어렵다. 운영이 종료되거나 기존 운영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면 기존 운영 리소스는 오버 리소스가 된다. 그래서 리소스 리스크로 계약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제안에 참여할 리소스가 없다. 반면 구축조직은 이직이 잦다. 보통 3년 이상 머무르는 사람이 없다.




RFP 및 제안 OT.

보통 제안은 인바운드, 아웃바운드로 나뉜다. 네임벨류가 있는 에이젼시는 인바운드, 클라이언트가 먼저 제안 참여 의사를 묻는다. 그렇지 않은 에이전시는 아웃바운드, 영업을 통해 제안에 참여한다. 먼저 제안 PT 이전 OT를 진행한다. 프로젝트 목적이나 배경을 클라이언트가 공지하고 설명하는 자리이다. 이때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 요청서)를 리뷰하는 클라이언트도 있고, OT를 생략하고 RFP만 메일로 보내는 클라이언트도 있다. 공통된 특징은 프로젝트 전체를 오픈하지 않는다. 보안상 실루엣 정도만 공지하고 PT에서 수주한 후 실제 구축 시 전체를 오픈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안 시안은 구축 시안으로 연결이 될 수가 없다. 클라이언트는 제안 시안에서 에이전시의 크리에티브를 평가한다. 그래서 제안 수주 후 구축 시안을 다시 작업한다. OT는 주로 사업부장들과 PT 실무 책임들이 참석하는데 OT 때 제안 조건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제안 참여의 유무가 결정된다. 보통 3가지 법칙이 있다.

제안이라고 해서 무조건 참여하지 않는다.


첫 번째, 전체 사업비 공개. 클라이언트가 사업비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간혹 사업 자체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제안만 받고 클라이언트가 잠수 타는 경우가 많다. 내부에서 결정도 안된 사업을 에이전시에서 제안받아 임원에게 제안했다 까이는 경우다. 두 번째, PT 참여 업체 공개. 보통 제안 시 작게는 3개, 많게는 5개 업체가 비딩을 한다. 그때 비딩에 참여하는 업체를 공개하지 않으면 제안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보통 짜고 치는 판에 들러리가 될 수 도 있다. 규모 큰 기업은 공개 비딩을 통해 사업을 위탁해야 한다. 업체와의 유착을 막기 위함인데, 제안 PT 없이 미리 내정된 업체와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감사팀의 감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내정 업체를 위한 들러리들을 섭외하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기존 운영업체가 제안에 참여할 경우. 기존 업체가 참여하게 되면 거의 기존 업체가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존 업체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좋을 경우다. 기존 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제안에 참여시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감사팀의 감사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제안 PT로 업체를 선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업체가 마음에 들고 관계가 좋다면 클라이언트는 굳이 업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 이 또한 들러리가 될 경우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OT에 참여한 사업부장이나 실무 책임들은 온갖 정보망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고 결정한다.




전략과 컨셉.

제안에 참여하기로 결정되면, 제안 TF가 결성된다.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기획자 2~3명, 디자이너 2~4명, 인터렉션 개발 1~2명으로 TF가 결성된다. 제안 PM은 기획에서 맡는다. 기간은 보통 2주 이상으로 진행한다. 제안 일자를 금요일로 잡는 클라이언트, 월요일로 잡는 클라이언트가 있는데, 월요일로 잡을 경우 주말 작업 확정이다. 에이전시 출신 천사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면 금요일에 제안 일정을 잡아주는 배려를 경험하게 된다. TF도 결성되고 일정도 확정이 되면 전략 회의부터 진행한다. 전략 작업이 늦어진다면 디자인은 가용할 제안 기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전략이 먼저 가닥이 잡혀야 디자인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제안 작업 진행 시 기획과 디자인의 포지션.


간혹 기획과 디자인이 같이 전략 회의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보통 기회에서 전략의 가닥이 잡히지 않아 디자인과 함께 전략을 잡는 경우다. 또는 디자인에서 컨셉을 먼저 잡고 역으로 기획에 제안하기도 한다. 전략이 결정되면 전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디자인 컨셉 작업을 진행한다. 컨셉은 보통 최소 2개, 최대 3개 정도 잡고 시안도 2~3개로 작업한다. 시안 작업 이전에 이미지 맵을 먼저 기획에 공유하고 협의한다. 이견이 없을 경우 시안 작업을 진행한다. 시니어 디자이너가 메인 페이지 시안을 잡을 때 주니어 디자이너가 서포트해주고 메인 페이지와 서브페이지 시안이 나오면 시니어 디자이너의 가이드대로 주니어 디자이너가 나머지 서브페이지 작업을 진행한다. 인터렉션 디자이너는 2가지 부류가 있다. 가이드대로 작업해주는 디자이너와 본인이 인터렉션 시나리오를 제안해주는 디자이너.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시안이 완성되면 각 컨셉별 시안을 출력해 보드 작업을 한다. 보드 작업을 하는 이유는 클라이언트가 출력된 시안으로 각 시안의 컨셉을 편하게 비교하기 위함이다. 다수가 함께 보며 피드백받기도 수월하다. 디테일은 스크린으로 보지만 전체 컨셉과 플로우를 파악할 때는 출력된 시안으로 비교해서 보는 것이 더 수월하다. 최종 완성된 시안은 이메일과 데이터로 시안 제출 일자에 맞춰 제출한다. 간혹 이메일 접수가 안되고 현장 접수를 요청하는 클라이언트도 있다. 그럴 때는 데이터로 저장해서 제출일자에 현장 제출한다. 간혹 제출한 시안에서 좀 더 디벨롭해 PT일에 가져가기도 한다.




PT 당일.

시안 제출이 끝나면 이제 PT만 남았다. 보통 하루에 모든 업체가 PT를 한다. 오전에 보통 2개 업체 오후에는 많게는 3개 업체. 제안에 참여하는 업체 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 5개 업체를 진행하기 타이트하다. PT시간은 전략 및 시안 리뷰 30분, 질의응답 시간 20분, 총 50분 진행하고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PT 시 선호하는 시간은 오후 2번째 타임이다. 오전은 클라이언트의 기억에 남기에는 좋은 시간이 아니다. 신박한 제안이 아니라면 말이다. 오후 마지막 타임은 지루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오후 첫 번째는 모두가 졸리다... 그렇기에 선호하는 타임은 오후 두 번째 타임이다. 시안 리뷰는 보통 사업부장이 회사 연혁 및 레퍼런스를 소개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전략을 리뷰한다. 전략 리뷰가 끝나면 디자인 PM이 컨셉 및 시안 리뷰를 진행한다. 개발 이슈가 많을 경우는 개발 PM도 참여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개발 실무진은 잘 참여하지 않는다. 간단한 개발 이슈는 기획이나 디자인에서도 충분이 답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리뷰가 끝나면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이때 질문이 많이 나오면 반응이 좋은 것이다. 전략과 컨셉에 관심이 없다면 클라이언트는 질문하지 않는다. 사업부장이나 디자인 PM의 답변에 따라 PT의 분위기가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제안 PT는 발표자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승패가 갈린다. 보통 제안이 PT가 끝나면 승패가 느껴진다. 마치 면접 후 연락이 올지 안 올지 느껴지는 부분과 같다. 클라이언트의 태도와 PT 분위기로 이미 가늠할 수가 있다.




제안 PT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몇 가지 말해본다. 첫 번째, 클라이언트의 일정에 대한 무지, 1주일의 기간을 주며 제안을 요청하는 무례한 클라이언트. 업의 프로세스에 대한 무지로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두 번째, Fee(수수료)에 대한 개념 무지, 모든 제안에는 수수료가 없다. 에이전시는 제안을 수주하지 못하면 제안에 투입된 리소스는 손실이 된다. 클라이언트는 제안 PT 후 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무산시켜도 적용되는 페널티가 없다. 세 번째, 그러한 불합리에도 제안에 참여하는 에이전시의 제 살 깎아먹기 제안문화. 그 모든 과정에서 피 흘리는 건 제안에 참여하는 에이전시의 실무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넷플릭스의 90초 안에 설득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