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는 주요 사건을 짧게 나열한 스토리, 스토리를 개연성 있게 구성한 플롯,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소품, 음악, 대사, 촬영, 형식, 미장센, 몽타주, 개연성, 맥락, 짜임새, 구성, 디테일 등의 총체를 말한다. 또 서사는 사건과 인물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문학·심리학·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브랜드 또한 디자인에 의미를 부여하고 상징화시켜 브랜드 철학을 만들고 서사로 확장시켜 시장에 각인하게 되면 더 수월하게 기억된다. 브랜드 서사가 공감을 형성하면 더 친근하고 강하게 각인된다. 그렇다고 서사가 장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황한 서사에 제품의 품질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허풍이 된다.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서사가 연결되지 않는다면 브랜드는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는 품질과 가격 등을 포함한 복합적인 총체이다.
위스키를 취미로 즐기면서 위스키 브랜드 서사를 알아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중에도 존 윅의 위스키로 유명한 '블랑톤'을 예로 들고 싶다.
“모든 병은 하나의 배럴에서 나온다”
최초의 싱글배럴 버번 위스키
블랑톤(Blanton’s)
기억되는 브랜드
존 윅 효과: 브랜드 임팩트
디자인 스토리
인지 심리학 포인트
켄터키 버번의 정점이라 불리는 블랑톤(Blanton’s)은 단순한 위스키가 아니다. 오직 하나뿐인 배럴에서 탄생하는 ¹싱글 배럴 버번으로서, 블랑톤은 미국 버번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브랜드 중 하나다. 1984년, 엘머 티 리(Elmer T. Lee)라는 전설적인 마스터 디스틸러에 의해 세상에 처음 소개된 블랑톤은 “모든 병은 하나의 배럴에서 나온다”는 철학 아래, 품질과 개성, 그리고 완벽한 균형을 추구해 왔다.
블랑톤의 핵심 가치는 ‘개별성(individuality)’과 ‘정제된 장인정신’이다. 대량 생산이 아닌, 한 통의 배럴에서 나오는 위스키만을 병입 하여 라벨에 배럴 번호, 창고 위치, 병입일자 등이 '주로 수기(handwritten)'로 표기된다. 이 디테일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소비자가 경험하는 스토리의 일부다. 마치 한 병 한 병이 각자의 운명과 개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처럼 여겨진다.
브랜드의 상징인 경주마 마개는 블랑톤의 서사를 시각화한 대표 요소다. 병 꼭대기에 달린 금속 마개에는 경주 중인 말과 기수의 다양한 동작이 조각되어 있고, A부터 N까지 총 8개의 마개는 블랑톤(BLANTONS)의 철자를 완성한다. 이 컬렉션 요소는 수집욕을 자극할 뿐 아니라, 블랑톤이 강조하는 ‘시간과 정성’이라는 가치를 상징한다.
병 디자인 자체에도 풍부한 브랜드 스토리가 깃들어 있다. 블랑톤의 병은 팔각형 스타일로 보이는 패싯(faceted) 다면체 조형으로, 진열대에서 한눈에 다른 브랜드와 구별된다. 조명 아래에서는 면과 엣지가 빛을 분산시켜 위스키의 황금빛 굴절을 극대화한다. 손으로 묶은 라벨은 초기 생산 당시의 수작업 전통을 이어가며, 병목의 짧고 두툼한 형태는 안정감과 견고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전체적인 시각 언어는 ‘미국적 유산 + 수작업의 온기’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감각 기억(sensory memory)에 깊이 각인되어 브랜드 인식을 강하게 형성하며, 한 번 마셔본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인지심리학적으로도 블랑톤의 전략은 탁월하다. 팔각형 병은 비정형 구조를 통해 시각적 주목도를 높이고, 동일한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구성은 ‘희소성’이라는 인지적 매력을 부여한다. 게다가 황동빛 마개는 무게감 있는 촉각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느끼는 ‘프리미엄’의 감정을 공고히 한다.
블랑톤은 브랜드 서사 면에서도 강력하다. 특히 미국 내에서 블랑톤은 '컬렉터블 버번(collectible bourbon)'의 대표주자로 인식된다. 그 희소성과 수집 가치, 그리고 병마다 다른 스토리를 지닌 싱글 배럴 시스템 덕분에 위스키 애호가 사이에서 하나의 '상징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 내 일부 지역과 리테일에서는 블랑톤을 프리미엄 진열장에 전시하고, 구매 제한 또는 로터리(추첨) 운영 사례가 확인된다.
또한 블랑톤은 영화 <존 윅(John Wick)> 시리즈에 등장해 대중문화 속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편의 봉합/치료 장면과 2편의 바 장면 등에서 블랑톤 병이 노출되며, 주인공의 세련된 취향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상징하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
글로벌 인지도 상승
글로벌 개봉작에 반복 노출되면서 브랜드명이 소비자 기억에 빠르게 각인되었다. 존 윅(John Wick 2015)에서 치명적 부상을 입은 키아누 리브스가 마취제 대신 블랑톤을 마시면서 치료를 받는 장면은 잠깐의 등장에도 블랑톤을 존 윅의 위스키로 만들었다.
블랑톤은 이후 존 윅 시리즈에 계속 등장한다.
프리미엄 인상 강화
주인공의 미니멀하고 절제된 취향과 연결되며, 블랑톤의 고급·정제 이미지가 대중에게 명확히 전파됐다. 결과적으로 ‘특별한 날에 마시는 버번’이라는 포지셔닝이 강화됐다.
수집·2차 시장 수요 자극
코르크 8종 컬렉션과 영화 노출이 결합해 수집 동기를 촉발했다. 일부 지역 리테일의 구매 제한 등과 맞물려 희소성 인식이 높아졌다.
소셜 UGC 확산
병·마개 사진, “BLANTONS” 완성 컷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가 영화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며, 자연스러운 입소문 효과를 냈다.
바, 레스토랑에서 블랑톤
바텐더가 스토리텔링 소재로 활용하기 쉬워 바 리스트 진입과 시그니처 칵테일 제안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제 시장 파급
영화 팬덤을 통해 해외 소비자에게 ‘미국식 헤리티지 버번’ 이미지가 빠르게 전파되며, '관광형 구매(트래블 리테일)'와 선물 수요가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효과는 영화 노출이 일시적 화제에 그치지 않고, 희소성·헤리티지·수집성이라는 블랑톤의 고유 자산과 결합될 때 지속성을 갖는다.
팔각형 스타일(패싯) 실루엣
탑뷰에서 팔각형처럼 보이는 다면체 구조로, 조명 아래서 위스키의 황금색 굴절을 극대화한다. 진열대에서의 식별성과 프리미엄 인상을 동시에 강화한다.
경주마(스터퍼) 시리즈
8개의 서로 다른 경주 동작이 병마개에 조각되어 “BLANTONS” 철자를 완성한다. 수집 동기를 자극하는 ‘의식(ritual) 형’ 디자인으로, 구매 이후에도 상호작용과 회상을 유도한다.
손글씨 라벨 UX
배럴 번호, 창고 위치, 덤프(병입) 일자 등을 수기로 표기해 ‘한 병=한 이야기’ 경험을 만든다. 이는 정보 전달을 넘어 '개별성(uniqueness)'을 체감하게 하는 스토리텔링 장치다.
² 희소성(Scarcity)·³ 패턴 불일치(Novelty)·⁴ 촉각 피드백(Haptics)·⁵ 형태 구별성(Shape Distinctiveness)이 결합해 ⁷ ‘첫 노출 기억’과 ⁸ ‘재인(re-cognition)’을 높인다.
이 브랜드는 “미국 최초의 싱글 배럴 버번 중 하나”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품는다. ‘모든 병이 유일하다’는 메시지는 오늘날 같은 대량 생산의 시대에 오히려 더욱 특별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블랑톤은 개성과 감성, 미학과 과학이 절묘하게 만난 위스키다.
진짜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블랑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다.
¹ 싱글 배럴(Single Barrel)은 하나의 배럴(숙성통)에서 나온 위스키만을 병입 하는 방식으로, 블렌딩 없이 배럴 고유의 풍미를 그대로 담는다. 같은 브랜드라도 배럴마다 맛이 다르기 때문에 희소성과 개별성이 강조된다.
² 희소성(Scarcity) 공급이 제한되거나 접근이 어려울 때 대상의 지각된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 할당·로터리 운영(구매 추첨제)등은 소비자에게 희소성 단서로 작용한다.
³ 패턴 불일치(Novelty) 기대 스키마와 다른 자극이 주의를 강하게 끌고 기억 잔존성을 높이는 효과. 독특한 병형·라벨 변주가 매대에서 탐지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⁴ 촉각 피드백(Haptics) 무게·재질·온기 등 손으로 느끼는 감각이 품질 판단과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 황동 스토퍼, 두툼한 유리, 엠보싱 질감 등이 해당한다.
⁵ 형태 구별성(Shape Distinctiveness) 형태 자체의 특이성이 브랜드 식별과 재인에 기여하는 효과. 다면체 실루엣은 원통형 병군과 대비되어 주목·기억을 강화한다.
⁷ 첫 노출 기억(First-Exposure Memory) 소비자가 처음 접한 자극이 강하게 부호화되어 이후 인출이 쉬워지는 경향. 매대에서 독특한 형태·라벨이 첫 시선에 포착되면, 이후 재방문 시 기억·선호가 강화된다.
⁸ 재인(Recognition) 이전에 본 대상을 단서와 대조해 ‘봤던 것’으로 식별하는 기억 과정. 회상(recall)보다 인지적 부담이 낮아, 진열대에서 ‘봤던 병’이 더 빨리 선택되는 경향을 만든다. 리테일 조사에서는 도움 인지도(aided awareness), 브랜드 재인지율 등으로 측정된다.
UGC(User-Generated Content)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생산·공유하는 콘텐츠. 예) 언박싱·시음 영상, 병·마개 사진(수집 셋), ‘BLANTONS’ 철자 완성 컷, 리뷰 포스트 등. 브랜드에서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와 알고리즘 증폭(share/save·완시율↑)을 통해 인지도·호감도 확산에 기여한다.
개인 소장 중인 블랑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