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민을 처음 접한 건 2018년도 프리다이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해양레벨로 점점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이빙 컴퓨터가 필요해졌고, 여러 다이빙 컴퓨터 브랜드 중에 가민을 선택했다. 다이빙, 러닝, 웨이트 등 여러 운동 모드 지원과 GPS 기능을 갖추고 있는 다이빙 컴퓨터는 가민이 유일했다.
당시 가민의 첫 번째 다이빙 컴퓨터 모델은 디센트 MK1이었다. 나는 처음 이 모델을 사용했었다. 당시 평소에도 해당 모델을 착용했지만 무게가 많이 무거워 손목이 불편할 정도였다. 그리고 후속 모델로 무게와 두께가 한층 더 개선된 MK2S를 사용하고 있다. 무게와 크기가 일반 시계와 비슷해 현재는 러닝, 웨이트, 트레킹, 다이빙 등을 포함해 평소해도 항상 착용해도 불편하지 않다.
GPS 기반의 스마트 워치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나의 이동 거리 및 속도, 심박수 그리고 내 수면 패턴까지 트레킹이 가능하다. 나는 가민을 통해 나의 운동 데이터를 계측하고 자각한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좀 더 좋은 기록에 도전한다.
가민은 계측을 통한 자각 그리고 변화의 서사를 가진 브랜드다.
'계측을 통한 자각, 자각을 통한 변화.'
Garmin(가민)
1989년 미국 캔자스의 한 작은 창고에서, 항공전자 엔지니어였던 게리 버렐(Gary Burrell)과 민 카오(Min Kao)는 지구상의 어디서든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 'GPS'에 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은 단순한 내비게이션 장비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다 정밀하게 기록하고 해석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자 했다.
그로부터 몇십 년이 흐른 지금, 뜨거운 태양 아래, 바람과 파도를 가르는 러너와 프리다이버, 그리고 오지의 트레커까지. 그들의 손목 위엔 언제나 조용한 동반자가 있다. 바로 '가민(Garmin)'이다. 이 브랜드는 단순한 스마트워치를 넘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을 함께 기록하는 장치로 자리 잡았다.
가민의 철학은 명확하다. '계측을 통한 자각, 자각을 통한 변화.'
브랜드의 시작은 1989년, Gary Burrell과 Min Kao—두 항공전자 엔지니어가 창립한 GPS 전문 회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Garmin이라는 이름 역시 창립자들의 이름(게리의 '가'(Gary)와 민 카오의 '민'(Min)을 합친 것으로 그 둘의 우정을 상징한다.)을 따서 만들어졌으며, 초기에는 군용과 항공용 GPS 장비를 제작하면서 정밀성과 내구성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이후 해양, 차량, 그리고 아웃도어 영역으로 확장되며 민간 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혀왔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웨어러블 기기로의 진출은 브랜드 스토리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동 경로를 기록하던 GPS'는 이제 '삶의 패턴을 기록하는 장치'로 진화했고, 가민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삶의 해석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능 확장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서사다. 가민은 그런 과정을 ‘디지털 자기 성찰’이라고 부른다.
대표 모델인 Fenix 시리즈는 단순한 운동 기록을 넘어, 고도, 기압, 수면, 스트레스까지 모니터링하며 사용자의 전방위적 상태를 파악하게 돕는다. 특히 가민은 일상 속 생체 데이터, 예를 들어 심박수, 호흡 수, 걸음 수, 수면의 질과 시간, 체력 회복 지수, 체온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며 '라이프 데이터의 연대기'를 축적해 나간다. 이는 단순한 건강 체크를 넘어 사용자의 삶 자체를 데이터로 설명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인지적 도구로 작동한다. 이처럼 가민의 제품은 '운동 보조기기'가 아니라 '일상의 감각을 복원하는 기술'에 가깝다.
2006까지 원래 가민 로고는 워드마크 왼쪽에 섬세한 지구 엠블럼이 있는 형태였다. 두 요소 모두 검은색으로 표현되어 흰색 배경에 배치되어 진지하고 겸손하며 전문적인 느낌을 주었다. 모든 대문자로 된 문구는 부드러운 선과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약간 기울어진 산세리프 서체를 사용했다. 지구 엠블럼은 흑백으로 그려진 지구본의 양식화된 이미지에 줄무늬 패턴을 더해 구성에 가벼움과 볼륨감을 더했다. 이는 회사의 진보적이고 근본적인 접근 방식과 글로벌 확장을 향한 야심 찬 계획을 상징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인성과 상징성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GPS 기술 기업을 시각적으로 상징하기에는 많이 올드하고 촌스러워 보였다.
해양/항공 GPS 장치에서 일상에 파고드는 스포츠 스마트워치로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접근성이 부족한 로고였다. 브랜드 로고가 리뉴얼될 때는 항상 비즈니스의 방향이 바뀌거나 확장될 때다.
새롭게 바뀐 로고는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하게 바뀌었다. 당시 지구본 모양 자체는 GPS의 상징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큰 개성을 더하지는 못했다. GPS를 상징하는 지구본 모양은 작은 파란색 삼각형으로 대체됐다. 마지막 알파벳 글자 바로 위에 배치되었고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되었다. 이 삼각형은 로고에 역동성을 더하는 동시에 파란색을 사용함으로써 신뢰성을 상징한다. 삼각형이 위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닮았다는 점은 가민이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혁신과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심플한 삼각형 마크는 GPS를 상징한다. 그 옛날 나침판으로 방향을 찾고 탐험하는 도전 정신 또한 담았다. 이는 브랜드가 주장하는 GPS 기반 시야 확장의 은유적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가민의 브랜드를 '삶을 자기 스스로 항해하는 이들을 위한 나침반'으로 접근하기 매우 단순하면서 명확한 형태의 로고가 완성됐다.
가민을 쓰는 사람들은 그저 러닝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심박수와 회복 속도를 이해하고, 바다에서 수심과 수온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며, 밤하늘 아래 고도를 체크한다. 이 모든 순간에 가민은 조용히, 정확하게 동행한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결국 가민은 손목 위의 GPS가 아니다. 삶을 자기 스스로 항해하는 이들을 위한 나침반이다. '측정'은 가민이 주는 기술이자, 철학이자, 사용자 스스로를 믿게 하는 데이터 기반의 용기다.
가민이 말하는 브랜드 슬로건은 이 모든 걸 간결하게 요약한다. "Beat Yesterday." 이 문장은 단순히 어제보다 더 많이 뛰고, 더 빨리 달리라는 뜻이 아니다. 가민은 이 슬로건을 통해 '성장'을 계량 가능하게 만들고, 일상의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한다. 어제의 수면 시간보다 조금 더 깊은 수면, 어제보다 낮은 스트레스 지수, 어제보다 안정된 심박수. 그 모든 작은 승리들이 '어제의 나'를 넘어서게 하는 것이다. 이 슬로건은 가민 사용자들의 삶 전체에 녹아드는 자기 성찰의 촉진제이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태도의 표현이다.
디센트 MK1/MK2S를 사용한 프리다이빙 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