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는 본인이 창립한 회사에서 1985년 해고를 당한다. 그가 조직의 분위기를 망치고 이사회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당시 본인이 고용했지만 이사회를 장악한 '존 스컬리'에 의해 해고를 당한다. 당시만 해도 잡스는 거만하고 오만했다. 그가 애플에서 독립적으로 개발한 제품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또 애플에서 해고된 후 설립한 넥스트 또한 시장에서 큰 반응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해고를 당했어도 그에게는 많은 자본이 남아있었다. 우연한 이유로 루카스필름에서 픽사를 인수하게 되고 픽사에서 얻은 경험은 그를 다시 성공으로 이끄는 발판이 된다. 그 무렵 애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애플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OS였다. 궁지에 몰린 애플은 넥스트의 인수를 결정하는데, 바로 넥스트에서 개발한 OS가 새로운 전환을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간략하게 요약한 잡스의 퇴출과 복귀다. 그렇게 1996년 잡스는 돌아온 탕아처럼 애플에 복귀한다. 잡스가 인식의 법칙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애플로 복귀 후부터다. 복귀한 잡스는 기존에 산재했던 제품 카테고리를 축소했고, 대대적인 애플의 이미지 쇄신 전략을 세우기 시작한다. 잡스가 복귀했을 때 애플은 더 이상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식되지 않았다. 잡스는 다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 큰 필요성을 느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미친자들이 세상을 바꾼다.', 'Think Different' 캠페인이다. (영상에는 위대한 역사적 인물 아인슈타인, 간디, 존 레넌, 밥 딜런, 피카소, 에디슨, 찰리 채플린, 마틴 루서 킹 등이 나온다.)
'Think Different'
'Think Different' 캠페인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위인들의 이미지를 애플에 인식시킨 것이다. 잡스는 이 캠페인을 슈퍼볼 광고에 송출하면서 애플이 다시 혁신의 기업으로 올라서도록 신호탄을 발사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명칭도 고유명사화 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애플의 제품을 컴퓨터가 아닌 'iMAC'으로 인식한다. 애플은 컴퓨터가 아닌 'iMAC'을 만드는 회사로 소비자에게 인식된다.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잡스는 '애플 컴퓨터'라는 회사 명칭에서 컴퓨터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한다. 그렇게 '애플 컴퓨터'는 '애플'이 되었다.
더 이상 컴퓨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님을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당시 모든 컴퓨터는 오프라인 전자 매장에서 판매되었다. 매장이라고 해봐야 여러 가지 브랜드의 제품들을 함께 전시해서 파는 매장이다. 잡스는 그런 판매방식이 소비자에게 애플의 프리미엄을 인식시키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 판매가 미래의 판매방식인데 애플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것에 전문가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들은 잡스가 미래의 판매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애플의 프리미엄을 인식시킬 수 없다. 프리미엄은 애플의 제품이 아닌 오프라인의 고급스러운 공간 안에서 인식된다. 그렇게 잡스는 버지니아의 타이슨 코너에 최초의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애플스토어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자재들, 그리고 비싼 임대료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는 고스란히 애플의 프리미엄을 소비자에게 인식시켰다. 당시 애플스토어는 갭(GAP) 매장에 버금가는 으리으리한 매장이었다.
그렇게 애플은 사치품으로서 소비자에게 인식되었다. 사치품으로서 프리미엄 전략은 후에 엄청난 수익률로 돌아온다. 그리고 매년 신제품 콘퍼런스를 개최하면서 스티브 잡스 본인을 애플의 상징으로 우상화시키기 시작했다. 마치 애플의 제품과 기술들이 잡스 본인이 모든 것을 개발한 것처럼 인식시키기 시작하면서 애플의 잡스가 아닌 잡스의 애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살아 있는 혁신의 상징이 되었고, 그 상징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인식되었다. 소비자들은 잡스를 선지자로 추종하기 시작했다. 선지자의 과오는 혁신이라는 허상으로 가려졌다. 수백만 달러의 재산이 있음에도 딸에 대한 양육과 존재를 법원에서 부정했고, 기부나 사회공헌은 한 푼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년의 백인 남성들만 채용했다. 또 당시에 어떤 기업 CEO도 할 수 없던 행동을 했지만 정부로부터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애플에서 보상 차원으로 받은 스톡옵션 백데이팅(스톡옵션 행사 시점을 주가가 낮은 과거의 어느 날로 허위 기재해 옵션을 행사하여 부당이익을 챙기는 행위)으로 부당이득을 챙겼지만 그를 제재하는 정부기관이나 정치인들은 아무도 없었다. 선지자를 건들면 추종자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란 걸 아는 정부는 잡스가 죽을 때까지 애플에 호의적이었다. 추종자들은 잡스가 '우주의 흔적을 남겼다'라고 말하지만, 스콧 갤러웨이(기업가이자 뉴욕 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잡스는 '우주에 침을 뱉었다.'라고 말한다. 잡스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심어놓은 인식은 애플의 유산이 되었다. 고가의 가격에도 매년 매출은 떨어지지 않고 오른다. 2015년 1/4분기에 아이폰은 전 세계 스마트폰 선적 물량의 18.3%밖에 차지하지 않았으나, 스마트폰 업계의 전체 이익 가운데 92%를 차지했다. 생산비용은 낮추고 판매비용을 높인 프리미엄 전략은 애플에 엄청난 수익을 챙기게 해 줬다. 앞으로 애플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잡스의 인식의 법칙 유산은 애플을 계속 풍요롭게 할 것이다.
일반적인 스토리는 what(무엇), how(어떻게), why(왜) 세 가지 순으로 나열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프로모션의 방식이며, 스토리의 방식이다.
위의 이미지의 방식이 그리 잘못된 방식은 아니지만, 스토리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이 부족한 구성이다. what(무엇), how(어떻게), why(왜) 이 세 가지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나는 제일 중요한 것이 why(왜)라고 생각한다. why는 굉장히 본질적인 질문이며, 그것은 스토리의 목적에 대해 설명하기에 가장 명확한 질문이며 답이다. 그리고 그것을 how(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what(무엇)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한다.
같이 이야기라도 전혀 다른 이야기로 완성된다. 이야기의 핵심은 본질적인 질문인 why(왜)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브랜드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 지향점이다. 이 가치라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치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나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고, 또 그 반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를 어느 집단에 맞출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브랜드 스토리는 상호주관적 연결망을 확대하여 충성적인 집단을 만드는 과정이다. 즉, 나의 가치와 너의 가치가 일치하게 되면, 그것은 우리의 브랜드 스토리가 된다. 브랜드의 팬 클럽은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 된다.
브랜드에는 reality, identity, image 3가지 요소가 있다. 'reality'는 실제로 우리가 어떠한가?이고, 'identity'는 우리가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나타내는 목표 이미지다. 마지막으로 image는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것이다. reality와 identity의 스토리가 강할수록 소비자에게 강하게 인식되는(image)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구상의 포유류 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전파하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언어가 탄생하고, 문자가 탄생한 이후로 인간은 스토리에 집중했다. 문자가 없을 때는 그것을 그림으로, 또 구전으로 후대에 전했다. 문자가 탄생하고 그것을 기록할 수 있을 때가 됐을 때 인간은 많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남겼다. 그것은 지성의 본능이다. 인간은 스토리를 좋아한다. 재미있고, 가치 있고, 정의로운 스토리. 그것이 나와 맞을 때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질감이 솟아오른다. 그렇게 상호주관적 연결망이 견고히 연결되는 것이다. 그것은 제품과 서비스에서도 동일하다. 내가 쓰고 사용하는 것에 스토리가 있길 원한다. 그 스토리가 나의 가치관과 부합하게 되면 그 브랜드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상대방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재밌는 이야기 하나쯤은 준비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팔고, 사용하게 하고 싶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스토리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브랜드가 스토리로 접근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reality와 identity가 부합할 때 소비자에게 강하게 image로 인식된 다는 것을 잡스는 명확하게 알았다.
참고자료
브랜다임앤파트너즈 황부영 대표 : 브랜드 트라이앵글
[사이먼 사이넥, golden circle]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갇혀버린 애플의 생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