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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의 시초 '나이키 런'

by Shaun

러닝을 처음 시작한 지는 꽤 됐지만, 전문적으로 러닝을 배우지는 않았다. 그래서 러닝의 내공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올해 10KM 러닝 대회에서 5:20~30 페이스로 50분 초반대 기록을 세울 수 있었으니 평균은 하는 정도다. 요즘 러닝 인구가 많아 평균을 뛰어넘지 않으면 잘한다고 하기가 민망할 정도지만 나는 기록을 위해 러닝을 한다기보다는 즐긴다가 더 맞을 거 같다. 그렇다 난 러닝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즐기는 사람이다. 러닝 후에 오는 성취감과 편안함은 일상의 혼란함 속에서 잠시나마 나를 안정시켜 준다.


오래전 내가 처음 러닝을 시작할 때 스스로 시계를 보고 기록을 체크해야 했다. 그러다가 아이폰이 출시되고 아이폰에 나이키 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기록을 남기고 SNS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2000년 초반 'Nike+' 애플리케이션은 러닝의 이미지를 나이키 브랜드로 투영시키는 브랜드 프로모션의 성공사례였다. 그 후 기록을 재고 공유할 수 있는 많은 SNS 어플들과 스마트 워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 나는 가민 'MK2S'를 통해 기록을 측정하고 나이키 런과 연동해서 사용한다.


지금의 나이키의 러닝 브랜드 이미지는 애플에 의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스티브 잡스는 나이키 브랜드를 매우 좋아했으며, 러닝과 뮤직이라는 연결고리를 아이팟을 통해 나이키와 연결하려 했다. 현재 NRC(Nike Run Club)의 전신은 2006년 아이팟 나노와 연동되던 ‘Nike+iPod Run’ 시스템이었다. 브랜드 철학이 기술과 만나 어떻게 디지털 브랜드 경험의 대표 사례가 됐는지 알아보자.





브랜드 철학이 기술과 만날 때
‘러닝에 데이터라는 언어를 붙이다’





두 브랜드 철학의 만남: “Just Do It” × “Think Different”

2006년 마크 파커가 나이키 CEO로 취임한 직후, 그리고 'Nike+'를 막 출시한 무렵. 파커가 잡스에게 “조언 한 가지를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잡스는 “나이키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제품을 많이 만듭니다. 사람들이 ‘갖고 싶다’고 열망하는 정말 아름다운 제품이죠. 하지만 형편없는 것도 많이 만들어요. 그 형편없는 건 다 없애고, 좋은 것에 집중하세요.”라고 조언했다.


파커는 농담인 줄 알고 웃음이 나올 줄 알았지만, '잠시 정적이 흐르고 아무 웃음도 없었다'라고 회상한다. 그만큼 집중과 편집(editing)에 대한 잡스의 신념이 단호했다는 뜻이다. 파커는 “잡스가 절대적으로 옳았다. 우리는 '에디트(불필요한 것 덜어내기)'가 필요했다”라고 덧붙였다.

마크 파커(좌)와 스티브 잡스(우)

잡스가 애플에서 일관되게 밀던 철학 [좋은 것에 올인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노’]를 나이키에도 권한 거라고 회상한다. 시점상 나이키는 센서, 음악, 데이터를 묶은 'Nike+'를 막 내놓고 제품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넓어지던 때였고, 잡스는 ‘군더더기 걷어내기’로 브랜드 초점을 다시 한 점에 모으라고 조언한 셈이다. '좋은 건 더 좋게, 나머지는 과감히 버려라. 그게 결국 브랜드와 제품을 살리는 길이다.' 결과적으로 'Nike+'는 불필요한 복잡성을 비워내고, 러너가 당장 필요한 측정·피드백·동기에 초점을 맞춘 경험으로 다듬어졌다.




“Just Do It”이 데이터와 만나다, 'Nike+'

한때 러닝은 ‘감(感)’으로 하는 종목이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어느 만큼 좋아졌는지를 정확히 증명하기 어려웠다. 2006년, 나이키는 애플과 손잡고 'Nike+iPod'으로 신발 속 센서와 음악을 연결했고, 러닝에는 처음으로 데이터라는 언어가 붙었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자 기록·코칭·커뮤니티가 한 화면으로 수렴했고, 'Nike+ Running'은 오늘의 'Nike Run Club(NRC)'으로 진화했다. 스우시(나이키 로고)는 신발 옆면의 로고를 넘어, 아침을 여는 알림음과 달리기 끝에 울리는 축하 메시지가 되었다.

NRC의 전신, Nike+iPod (2006년)

이 서사의 중심에는 나이키의 성공적인 디지털 브랜드 경험 디자인에 있다. 'Nike+'를 통해 러너들이 같은 목표로 묶기게 되고 기록→성취→공유→소속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루프가 완성되게 된다. 스톱워치는 데이터가 되었고, 데이터는 커뮤니티가 되었다.

러닝을 데이터로 전환시킨 디지털 브랜딩

'Nike+'(NRC의 전신)는 단순한 러닝 기록 앱을 넘어, 디지털 시대 브랜드 경험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한 사례다. 브랜드와 사용자의 접점을 아날로그 운동 공간에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확장시킨 이 앱은, 러닝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공동체적이고 데이터 중심의 여정으로 재해석했다.




아이폰을 활용한 '브랜드 내장 전략'

지금 NRC(Nike Run Club)의 전신은 2006년 아이팟 나노와 연동되던 ‘Nike+iPod Run’ 시스템이었다. 신발에 센서를 넣고 아이팟과 연동해 러닝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디지털 피트니스 경험을 제공했다. 이후 2010년 아이폰의 대중화와 함께 나이키는 애플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여 ‘Nike+ Running’ 앱을 출시했고, 한동안 아이폰 기본 애플리케이션으로 등록되며 압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iOS에 'Nike+iPod' 기능이 내장되면서 “러닝을 시작하려는 순간, 바로 실행”이 가능해졌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일상 루틴으로의 편입이 쉬워졌다. 이는 단순한 앱 론칭이 아니라, 애플 생태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브랜드 내장 전략(embedded branding)’의 대표적 사례였다.

특수 센서가 필요 없는 앱, iPhone에서 실행되는 'Nike+ Running' (2010년)

'Nike+ Running' 앱(2010년)은 iOS 3.0부터 기본적으로 제공되었던 앱과 유사하며, iPhone에 탑재된 GPS 덕분에 더욱 강화되었다.


이전 시스템의 기본 애플리케이션과의 차이점은 이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Nike+' 센서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시작할 때 사용자는 기본 (거리 또는 시간 목표 설정 없음), 시간별 , 미리 설정된 거리 별 등 세 가지 실행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아이폰의 GPS 기능으로 별도의 칩이 필요 없게 됐다

운동을 야외에서 하는 경우 GPS 신호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실내(예: 헬스장의 러닝머신)에서 하는 경우 이 장치는 가속도계의 정보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얻었다.




전 세계 Nike+ Running 사용자를 거리로 끌어내다

Nike+ Human Race (2008)는 25개 도시가 2008년 8월 31일 같은 날 10km 러닝을 여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부로 서울도 참가했다. 해당 대회에서 기록은 참가자의 신발에 내장된 RFID 칩이 자동으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진보된 기술이었다.

Nike+ Human Race, 전 세계 러너들이 달린다 (2008)
나이키 휴먼 레이스 네이버 광고 (2008)

이후 나이키는 'WE RUN SEOUL'과 같이 도시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행사를 이어갔으며, 여성들을 위한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도 별도로 진행되었다. 2010년 아이폰의 GPS 기술을 이용해 개인기록 체크가 가능해지면서 나이키는 'Nike+ Running'(현재 NRC)을 이용해 참가자 기록을 체크했다.

나이키 '위 런 서울' (2014)
Nike+ Running을 통해 개인 기록 체크

나이키는 디지털 기록 오프라인 축제를 하나의 서사로 묶어 글로벌 커뮤니티를 체감하게 했다. 이는 제품 기능(Nike+)과 문화 경험(러닝+공연)을 접목한 브랜드 시스템 캠페인의 전형이었다.




브랜드 인식과 시장 효과

아이폰 기본 앱으로 등록된 초기 성공, 그리고 글로벌 러너 커뮤니티를 결집시킨 이벤트들은 NRC를 단순한 헬스케어 앱이 아닌 브랜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켰다. 실제로 NRC는 나이키의 디지털 전환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며, 운동화 판매 증대·브랜드 충성도 제고·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확장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안드로이드 기준 5천만+ 다운로드, 리뷰 110만+로 앱 생태계 내 존재감이 크고, 2016년 Apple Watch Nike+ 출시와 함께 NRC가 기본 워크플로우에 깊게 통합되며 러너 접점을 대폭 확장하였다. 2020년(팬데믹 시기) 1분기 NRC는 월 100만+ 다운로드 흐름을 기록하며(연속 4개월), 디지털 러닝 수요 또한 흡수하였다.


“Just Do It”이 데이터와 만나 즉시 행동(press to run)과 즉시 보상(음성·그래픽 피드백)으로 구현되어 사용습관 형성을 도왔다. Nike+의 2000년대는 제품(센서·앱)·플랫폼(웹·iTunes)·프로모션(글로벌 레이스)이 한 서사로 엮이던 시기였다. 애플의 내장 경험층은 러닝의 진입을 ‘한 탭’으로 만들었고, 나이키는 그 위에 도전·코칭·커뮤니티를 포개 “달리는 문화”를 구축했다. 오늘의 NRC까지 이어진 이 궤적은, 브랜드 철학이 기술과 만날 때 어떻게 습관이 되고 시장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나이키의 브랜드 슬로건

나이키 런 애플리케이션은 ‘달리기’라는 원초적 행위를 디지털과 공동체, 그리고 브랜드 철학으로 재해석한 성공 사례다. 초기 애플과의 전략적 제휴, 직관적 디자인 언어, 글로벌 커뮤니티 형성, 그리고 자연스러운 브랜드 확산 구조까지 NRC는 스포츠 브랜드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브랜드 경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 남는다.


'Nike+' 브랜드 타임라인

2006.05 Nike+iPod 파트너십 발표(센서×iPod nano) → 아이튠즈—nikeplus.com 연동 시작.

2006.07 Nike+iPod Sport Kit 출시.

2008~2009 iPod touch(2세대), iPhone 3GS 등에 Nike+ 내장 기능 제공(설정→홈 아이콘 노출).

2008.08.31 Nike+ Human Race: 25개 도시 동시 10K 글로벌 이벤트.

2010.09 Nike+ GPS(현재 NRC) 앱 출시, 동글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러닝 기록.





나의 챌린지 및 NRC 러닝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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