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5
아이데이션을 빠르고 단순하게 보다는 천천히 그리고 다양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방향이 맞지 않을 경우 디자이너들의 논쟁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논쟁한다는 것을, 논쟁은 좋은 것입니다.
A와 B의 논쟁
A : "아이데이션에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줄였으면 좋겠어요."
B : 처음 시작하는 아이데이션 회의에 불필요한 프로세스는 없습니다. 그 또한 필요한 과정이며, 불필요한지 아닌지는 후에 따져봐도 늦지 않습니다.
A : "추상적인 가치보다 그릴 수 있는 키워드를 얘기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니에요?"
B : 브랜드의 가치는 원래 추상적입니다. 가치에 대한 개념 정립이 먼저이고, 그것을 시각적 형태 또는 상징화하는 작업은 후에 얘기입니다. 당장 그릴 것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세요.
A : "범위를 좁혀서 얘기하죠. 바로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그거에 맞는 거만 얘기해요."
"너무 키워드를 막던지는 거 같네요."
B : 처음부터 범위를 좁힐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가능성을 놓칠 수도 있어요. 카테고리를 바로 분류하면 정형화된 얘기 밖엔 할 수 없어요.
카테고리 분류는 나중에 하는 것이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계기가 됩니다. 아이디어는 발견입니다. 막 던져야 발견 확률이 높습니다. 불필요한 키워드는 나중에 추려내고 그 후에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A : "체계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좋아하지만 그렇게 해서 제대로 된 적이 없어요."
"일을 너무 어렵게 한다고 좋은 건 아닌 거 같아요. 편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B : 성공사례를 만드세요. 실패했을 때 왜 실패했는지 분석은 해봤나요? 분석을 통해 개선된 점을 적용해서 다시 해본 적은 있나요? 다시 말하지만 성공사례를 꼭 만드세요. 프로세스는 어렵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대로 하기 위함입니다. 둘을 혼돈하지 마세요. 또한 고민을 덜하는걸 일을 편하게 하는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A : "최소화된 고민과, 프로세스에서 최대치의 퀄리티를 뽑는 게 실력 아닌가요?"
B : 천재시군요... 그러나 저는 천재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다양하게 고민하고 프로세스를 반복적으로 진행해야지만 오류를 최소화합니다. 노력만이 능사가 아니지만 노력 없이 퀄리티를 논하는 건 양심 없어 보이네요.
논쟁 후에 얻는 것들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이 감정적인 소모전으로 마루리 된다면,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 됩니다. 우리가 논쟁하는 이유는 더 좋은 것을 얻고 더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함입니다.
2019.03.29 추가
A와 B의 문제를 효율과 원칙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기회비용 고려가 먼저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몇 가지 추가해서 말하자면 효율과 원칙 문제도 아니고 기회비용을 고려할 문제도 아닙니다.
A와 B의 사고방식입니다. 과연 A와 B 중 누가 아이디어에 접근하는 확률이 높을까요? A의 방식은 범위를 좁히지 못합니다. A의 방식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A는 문제가 막히면 항상 다시 제로 베이스로 돌아갑니다. 그리곤 벤치를 다시 합니다. 범위를 좁히지 못하니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B는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지만 단계별로 범위를 좁혀갑니다. 단계별로 정리가 되어있기에 B는 막혀도 제로 베이스가 아닌 전 단계로 돌아갑니다. 그렇기에 더 효율적입니다. 단계를 거칠수록 B에게는 벤치마킹이 별 의미가 없어집니다. 물론 방법이 좋다고 결과가 좋은 건 아닙니다. 그 방법을 실행하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의식 수준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에 말씀드리자면, 기회비용이라는 의미는 어떤 것을 결정할 때 결정한 것과 제외한 것의 가치 비교입니다. A와 B의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을까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가치를 퀄리티에 집중한다면 답은 명확합니다.
마지막으로 효율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일을 빠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효율을 고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