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0
"그냥 이렇게 해!"
"왜요? 이게 맞는데요?"
"그냥 내 말대로 해!"
팀과 싸우는 리더 VS 팀을 구하는 리더
지금까지 많은 리더를 만나 함께 일했고, 또 리더가 되어 팀원들과 함께 했다. 좋은 리더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리더도 있었다. 내가 좋은 리더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퇴사 후에도 그때 팀원들과 연락하며 지내는 걸 보면 그렇게 불합리한 리더는 아니였을 거라 소망해본다. 그렇다면 리더의 조건은 무엇일까? 조직에서 리더는 회사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물론 팀원들의 인정이 더 중요하지만, 먼저 회사 즉, 조직의 인정을 받아야 리더로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을 수 있다. 회사는 조직의 철학과 사업방향을 기본으로 조직을 이끌어줄 리더를 필요로 한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회사가 구성원 전체를 관리하기 어렵다. 그때 회사의 철학과 사업방향을 이해하고 이끌어줄 리더를 필요로 한다. 리더의 검증은 매우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연공서열을 근거로 한다.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많거나, 또는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나는 그런 경우를 우연한 이유로 리더가 된 사람들이라 칭한다. 리더는 나이나 경력 또는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따르려 하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누군가를 따르려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매우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신뢰는 단기간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사람이 리더로서 자질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리더의 자질은 리더가 될 조직의 구성원들의 의사가 더 중요하고 정확하다.
권위를 내세우는 리더는 팀원과 타툼이 잦다. 본인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 팀원은 본인을 공격하는 적으로 인식한다. 그때부터 팀원과의 경쟁이 시작된다. 리더가 팀원들과 경쟁하는 순간 리더로서 본분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팀 운영과 실무 전반적인 것에서 경쟁이 시작된다. 팀원과 경쟁하는 리더에게는 권위라는 무기가 있다. 바로 권한인데, 이것을 팀 성장의 목적으로 쓰지 않고 본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타툼의 무기로 쓰기 시작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 유시민 작가가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한 적이 있다. 제일 좋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라 다스리는 것, 그다음이 이익으로 국민들을 유도하는 것, 그리고 세번 째는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 그리고 나쁜 것이 형벌로 겁주는 것, 그중 최악의 정치는 국민하고 다투는 것이라 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은 광화문 시위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를 세우고 용접을 했다. 팀원과 다투는 리더는 최악이다.
리더가 팀원과 다투는 이유는 앞에 말한 바와 같이 팀원을 경쟁자라 인식하기 때문이다. 팀원의 의견을 따르는 것을 자신의 입지가 작아지고 리더로서 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착각한다. 그 착각의 근원은 보통 열등감에서 시작한다. 팀원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현재 리더를 밀어내고 리더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히려 그런 팀원으로 인해 팀이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리더 본인의 역량으로 팀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역량 있는 팀원들을 이탈하게 한다. 좋은 리더는 자신의 역량이 아닌 팀원의 역량으로 팀을 성장시킨다. 팀원과 경쟁하는 리더들은 잘못된 소통 방식으로 일을 한다. 팀원의 아이디어가 맘에 안 든다고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푸시한다던가,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팀원을 오퍼레이터로 만들어 10의 능력을 가진 팀원을 5의 능력으로 다운그레이드를 시킨다. 소통의 방식이 양방향이 아닌 단방향이다. 그렇게 점점 팀은 수렁에 빠지기 시작하고, 리더는 이 모든 게 자신의 권위에 반하는 팀원들 때문이라는 원망에 사로잡힌다. 리더의 기본 조건은 '따르려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팀과 싸우는 리더는 자신을 따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
팀을 구하는 리더는 권위보다는 책임과 의무에 대해 고뇌한다.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성찰 또한 가능하다. 본인보다 더 좋은 의견은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서열을 따지지 않는다. 팀원의 아이디어가 미흡하면 디벨롭할 수 있게 끌어주고, 세세한 피드백보다는 큰 그림의 피드백을 주어 업에 맞는 사고력을 키워준다. 좋은 리더는 5의 능력의 팀원을 10으로 끌어올려 성장시킨다. 팀원이 성장할 때 리더도 성장한다. 둘의 관계는 경쟁관계가 아닌 동반성장이라는 공생관계가 된다. 공생관계라는 것을 서로 인식하게 되면 서로 대립하지 않게 된다.
예전 군대 관련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델타포스의 교육과정 다큐였는데 델타포스에 지원한 일반인들이 어떻게 정예요원으로 거듭나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였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퀴가 3개인 수례를 조를 이뤄 비포장길로 끌고 가는 훈련이었다. 그 훈련은 체력과 리더의 통솔력 그리고 팀워크를 위한 훈련이었는데 단합이 잘되는 조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조도 있었다. 문제가 있는 조는 리더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었다. 그때 교관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리더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리더를 대신해서 누군가 나서야 하는데 아무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매우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리더가 판단을 잘못하면 누군가는 나서서 지적해야 한다. 좋은 리더는 그 지적을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그것이 가능한 건 리더의 자존감에서 비롯된다. 팀을 구하는 리더는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 팀원들의 의견을 수용한다고 하여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거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좋은 의견은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여러 의견을 듣는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던가? 퇴사를 한다는 것은 그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닌 사실 속해 있는 리더를 떠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저마다 이유로 떠날 수 없을 때가 있다. 빌런이 리더인 세상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사고 정지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소신과 사고력을 잃게 되면 사고 정지 상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이 지속되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된다. 굉장히 난이도가 낮은 문제 해결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소신과 역량을 지켜야 한다. 그 대가로 스트레스와 불이익이라는 것이 생긴다 해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일은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게 빌런에 동화되지 않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