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Shaun Aug 17. 2020

일인칭 시점, '아만다'.


prologue

내가 사용하는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서비스들을 지극히 주관적인 일인칭 시점으로 개선해보는 것을 주제로 연재를 해보려 한다. 제시하는 개선점들은 모두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주관적인 일인칭 시점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두는 바이다. 주관적인 일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근거로 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알려두는 바이다. 또한 내가 사용하고 애정 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만 글을 쓴다.





탈퇴 버튼을 숨긴다고
사용자의 탈퇴를 막을 순 없다.



아만다.

몇 달 전 아만다를 탈퇴했다. 아만다를 사용하는 동안 많은 과금을 했지만 실제 만남으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에 대한 편견이나 불신은 없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한 한계를 느껴 탈퇴하게 되었다. 아만다를 통해 실제 회사 사람과 매칭이 되기도 했다. (회사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상대방도 분명 아는 눈치다. 그럴 때면 서로 시선을 외면한다.) 아만다의 과금 체계는 사악하다. 이성의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과금을 해야 한다. 데일리 보상으로 주는 무료 리본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거 같다. 실제로 아만다를 통해 좋은 만남 그리고 결혼까지 성공한 커플도 많다. 아만다 자체 서비스를 평가하자면 꽤 만족하며 사용했다. 하지만 나와는 영 핏이 맞지 않는 서비스라는 것을 느끼면서 탈퇴를 하려는데 도통 탈퇴 메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계정을 일시 정지하는 메뉴는 있지만 나는 내 정보가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에 DB로 남는 것이 싫다. 깨끗하게 내 정보가 DB에서 삭제되기를 바란다. 음... 아무리 찾아도 탈퇴 메뉴는 없다. 결국 아만다 탈퇴 방법을 네이버에 검색해 탈퇴를 하면서 문뜩 뇌리에 생각이 스친다. 인간사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사용자는 없다. 언젠가 떠나기 마련이다. 이유가 어떻든 사용자는 언젠가 서비스를 떠난다. 만남만큼 이별도 아름다워야지 하지 않겠는가? 왜 서비스는 사용자를 아름답게 보내주지 않을까?




온보딩은 왁자지껄, 탈퇴는 감추고 숨기고.

디지털 서비스에 가입하면 사용자는 처음 온보딩이라는 콘텐츠를 마주한다. 서비스와 사용자의 첫 대면인 셈이다. 인간관계에서 첫인상이 중요하듯 디지털 서비스도 그러하다. 서비스를 처음 맞이하는 사용자를 위해 반갑게 그리고 쉽고 친근하게 페이지를 구성해야 한다고 온보딩을 주제로 한 UX들은 강조한다. 하지만 반대로 아쉽지만 사용자를 편하게 보내주는 탈퇴 방식의 UX 관련 글을 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오히려 많은 서비스들이 탈퇴에 대한 동선을 교란시키고 불편하게 설계한다. 아만다를 예로 들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들의 탈퇴 동선은 매우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탈퇴 메뉴를 숨겨 놓고 탈퇴하는 이유를 작성해야 하고, 사용자가 서비스에 가입할 때 그렇게 부르짖는 동선의 최소화 직관적인 레이블 쉬운 접근성과는 반대로 탈퇴의 경험을 제공한다. 심지어 UX의 방법론적인 요소들도 탈퇴 페이지나 탈퇴 메뉴에서는 제외가 된다.

'서비스 탈퇴'는 왜 UX의 기본을 외면하는가? (아만다 서비스 탈퇴 화면)


탈퇴 버튼은 탈퇴 페이지의 CTA다. 가입하기 구매하기 버튼에는 그렇게 강조와 직관적인 레이블을 요구하면서 탈퇴에서 만큼은 UX의 방법론을 무시한다. 탈퇴도 서비스 UX의 한 부분이다. 질척이며 불편하게 보내줄 것인가? 아니면 아쉽지만 훗날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할 것인가? 아마 실무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면 미친놈으로 취급받겠지만 실무의 환경을 잠시 접어두고 사용자를 생각하는 가치관을 기준으로 고민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런 고민들이 재밌다.




탈퇴 버튼을 숨긴다고 사용자의 탈퇴를 막을 순 없다.

서비스 디자인을 하다 보면 기획자의 그런 주문을 종종 받는다. "탈퇴나 철회 버튼은 최대한 눈에 안 띄게 디자인해주세요.", "탈퇴 버튼은 아주 안 보이게 작게 넣어 주세요." 과연 그런 방법들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조차도 탈퇴나 철회 메뉴를 찾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올라오는데 과연 그런다고 사용자가 탈퇴나 철회를 하지 않을까? 그런 방식은 오히려 CS 문의만 더 키울 뿐이다. 자주 묻는 질문에 항상 탈퇴하는 방법을 숨바꼭질하듯 숨겨놓는다.

아만다의 탈퇴 화면.


사용자의 탈퇴는 왜 UX에서 부르짖는 편의성, 사용성, 직관성, 일관성 등의 속성들을 위배하는가? 사용자의 서비스 탈퇴는 UI로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용자의 탈퇴는 '잠시만 안녕'이란 생각으로.

혹시 이성에게 차여본 적이 있는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별을 통보받은 적은? 그럴 때면 상대방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것을 한다. 대화로 상대방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또 선물 공세를 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진심을 다해 행동한다는 말이다. 그런 진심으로도 이별을 막기란 어렵다. 이미 떠난 마음은 아무리 진심이라고 해도 돌리기 어려운 법이다. 물론 서비스를 탈퇴하는 사용자에게 이성과의 이별처럼 대응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최소한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탈퇴 버튼을 눈에 띄지 않게 그리고 탈퇴하는 방식을 검색해서 찾아보도록 하는 것은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니다. 서비스는 사용자와의 관계를 견고하게 할 때 관계에 대한 지속성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누구도 탈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부득이하게 또는 이제 별 필요가 없어서 탈퇴하는 경우는 항상 존재한다. 그럴 때 사용자에게 탈퇴 메뉴를 꽁꽁 숨겨 놓아 불편함을 선사하기보다는 지금 당신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와 줄 것을 바라는 것이 사용자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날까 생각한다. 정말 좋은 서비스는 탈퇴율이 낮은 서비스가 아니라 재가입률이 높은 서비스다. 그런 의미로 아만다의 탈퇴 프로세스를 재구성해 보았다. '서비스 탈퇴' 버튼은 CTA로 강조, 하지만 탈퇴보다는 '계정 휴면하기'를 권장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컬러는 '휴면하기'를 강조했다. 그리고 탈퇴의 과정을 온보딩 방식으로 굿바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시지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거 같다. 좋은 기억이 있는 사용자는 언젠가 서비스에 다시 돌아온다.

아만다 탈퇴 프로토타입.


탈퇴하는 사용자의 재가입을 기약하며 아름답게 보내주자. 끝으로 얼마 전 읽은 [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에서 공감되는 글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마케팅 관련 기사에서 '고객을 묶어둔다'는 표현을 자주 보지 않는가? 나는 고객을 꽁꽁 묶어두는 것보다는, 고객이 '언제나 나갈 수 있다.' 또는 '계속 이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하는 편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일단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회원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한다. 한 번 나갔지만 그만둔 뒤에야 비로소 서비스의 가치를 실감해 돌아오는 것이다. 다시 돌아오도록 하려면 반드시 고객에게 '탈퇴도 간단하고, 좋은 경험이었어'라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Goodbye Amanda.

매거진의 이전글 일인칭 시점, '티맵'.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