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 시절 쇼핑몰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내가 판매한 제품은 주얼리였는데 주얼리는 당시 인터넷으로 꽤 잘 팔리는 아이템이었다. 당시 지인의 소개로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주얼리의 온라인 판매를 제안받았다. 제안 조건은 좋았다. 재고관리는 본사가 부담하고 온라인 쇼핑몰 구축과 프로모션, 판매는 알아서 진행하는 조건이었다. 일단 재고 걱정이 없었고 오프라인에서 이미 반응이 좋았기에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대박이 날 줄 알았지만, 판매를 시작한 지 몇 달 안되어서 접었다. 이유는 안 팔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크게 손해 본 것도 없었다. 손해라면 호스팅 비용 정도였다. 그 당시 제품 사진도 내가 찍어서 올렸다. 주얼리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고유의 빛이라는 특성을 사진에 잘 담아야 한다. 주얼리 제품 촬영은 굉장히 까다롭다.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을 사진에 잘 담아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제품 사진 촬영 비용이 아까워 손수 찍었다.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화장실 등을 조명삼아 제품을 촬영하고 포샵질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 이미지는 소비자가 구매하기 위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했다. 당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똑같았을까? 아니면 조금은 달랐을까? 물론 이미지 하나가 판매에 절대적인 건 아니다. 가격 및 품질 또한 중요한 판매의 원인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내가 찍은 제품 이미지는 경쟁 브랜드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지금 생각해도 최악이었다. 판매하는 사람의 가장 큰 착각은 '그래도 팔리겠지'다. 나는 백화점 입점 브랜드라서 '그래도 팔리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그래서 안 산다'.
팔기 위해 소비자에게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는가?
'그래도 팔리겠지' vs '그래서 안 산다'
이미지가 중요한 이유
에어비앤비는 초창기 숙소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방이 잘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그 부분에 대해 고민했고 문제점을 발견했다. 자신들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숙소의 사진들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스트들이 올리는 숙소 사진의 퀄리티는 굉장히 떨어졌다. 호스들이 숙소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 올리는 게 문제였다. 당시 핸드폰 사진은 지금처럼 해상도가 좋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는 5천 달러를 들여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해 호스트들의 숙소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숙소 사진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방을 직접 예약해 생활해 본 게비아(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사용할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으니 예약을 할 리가 없었다.”라는 평을 남겼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호스트를 위해 숙소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하단 이미지는 에어비앤비의 가이드 샘플이다.
에어비앤비는 가이드에서 게스트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숙소에 대한 시각 정보를 제공하며, 호스트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또 전문가처럼 사진을 수정할 수 있는 자동 조정 기능 활용법도 제공한다. 숙소에 대한 중요한 세부사항을 설명하고 예비 게스트가 숙소에 머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도록 사진 설명 또한 넣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사진을 잘 편집하고 올리는 방법 또한 제공한다.
넷플릭스는 커버 이미지가 90초 안에 시청해야 하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용자는 다른 활동으로 이탈한다는 것을 알았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커버 이미지를 사용자에게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다. 커버 이미지를 개선한다면 사용자의 경험 또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용자에게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 더 빨리 보고 싶은 비디오를 찾고, 더 많이 시청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커버 이미지를 개선하는 이유다.
넷플릭스의 '어바웃 타임' 커버 이미지는 여러 개로 전환되며 노출되다가 현재 왼쪽 이미지로 고정 노출되고 있다. 언제 다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왼쪽의 이미지가 더 매력적이다. 넷플릭스는 커버 이미지의 A/B테스트를 진행하고 흥미로운 트렌드들은 많이 발견했다고 한다. 비디오 제목의 톤을 전달하는 감정 있는 얼굴 표정 이미지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현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테스트를 통해 넷플릭스의 제품 경험이 향상되고 사용자들이 더 빨리 비디오를 찾고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배달의민족은 메뉴 이미지를 통일하고 내부 검수를 통해 노출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이미지 가이드 중 '음식의 종류에 따라 위에서 찍은 음식 사진이 맛있어 보일 수 있고, 옆에서 찍은 음식 사진이 맛있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탑뷰, 쿼터뷰, 사이드뷰 등 다양한 구도에서 음식을 촬영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구도가 다른 사진이 섞여있는 메뉴판은 고객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 가게 온라인 메뉴판이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나로 통일된 구도의 음식 사진을 등록해 주세요.'
배달의민족은 이미지의 해상도와 구도를 심사한다. 배달의민족은 메뉴 이미지는 우리 가게의 첫인상이자, 온라인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하며, 식욕을 끌어올리는 퀄리티 높은 음식 사진을 등록하라고 권장한다.
마켓컬리를 통해 식재료를 구매하고 다음날 받아보면 거의 대부분의 식재료가 주문할 때 본 제품 이미지와 동일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마켓컬리를 신뢰한다. 마켓컬리 이슬하 대표는 '화려하고 예쁜 이미지만 있는 것은 의미 없다. 오늘은 뭐를 해봐라,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다.라는 구현 가능한 액션을 넣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식재료이다 보니 식재료로 할 수 있는 액션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 마켓컬리 식재료 이미지는 일관된 톤을 유지하고 있다. 식재료의 이미지들은 음식 관련 잡지에 써도 손색이 없을 만한 이미지들이 많다.
예시를 든 서비스들은 흔히 말하는 썸네일 즉, 팔기 위해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노력을 썸네일 이미지를 통해 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강력한 근거는 제품의 썸네일 이미지다. 판매자가 엄지손톱만 한 이미지의 의미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소비자에게 충분한 근거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우리는 안 해야 할 이유는 찾고 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답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안 해야 할 이유를 찾았을 때 나는 도태되었었고, 해야 할 이유를 찾을 때 나는 발전했다. 나는 20대 시절 판매자의 큰 착각을 했다. 안 해야 할 이유를 찾았던 것, 대부분 귀찮고 하기 싫을 때 안 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다.
'그래도 팔리겠지?'
하지만, 소비자는 '그래서 안 산다!'
[참고자료]
디커플링 - 탈레스 S. 테이셰이라
넷플릭스 - 테크 블로그
배달의민족 - 메뉴 이미지 가이드
창업가의 브랜딩 - 우승우, 차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