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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Dec 25. 2024

다시 이탈리아 여행 - 돌로미티(1)

이번이 3번째 이탈리아 여행이었습니다.

전 세계 백 개 넘는 나라한 번씩만 가더라도 평생이 모자랄 텐데 

굳이 가봤던 나라를 또 가는 걸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방문했던 나라를 다시 방문할 때는 여행의 설렘과 함께 전에 가본 곳을 다시 간다는 익숙함이 공존합니다.

새로운 풍경을 처음 볼 때의 환희도 좋지만 몇 년 만에 그곳을 다시 가면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반가움이 들어 좋습니다.


이번에는 9박 11일 일정으로 이탈리아를 북부부터 남부까지 종주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로마를 경유해서 베니스 국제공항에 착륙 예정이었습니다.

밤 비행기가 베니스 공항에 가까워지자 창밖으로 해안가의 불빛이 보입니다.

멀리 벌집모양의 베니스 야경이 내려다보입니다.

잔뜩 먹구름이 낀 하늘이었지만 도시의 불빛들이 보이니 장거리 비행의 피곤도 잊은 채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스마트폰으로 창밖 풍경을 열심히 찍게 됩니다.

간간이 먼 하늘에서 번개 치는 모습도 보였지만 내일부터는 날씨가 맑아질 거라는 예보를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북부에서부터 시작하여 남부에서 마무리하는 이번 일정에서의 첫 여행지는 돌로미티였습니다.

돌로미티는 2009년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인데, 북부 이탈리아에 위치해 있는 알프스 산맥의 일부입니다.

백운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뾰족한 산봉우리와 암벽들이 독특하고 장엄한 경관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베니스 숙소에서 짐을 푼 후 다음날 아침 일찍 돌로미티로 가는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했습니다.

베니스에서 돌로미티까지는 차량으로 2~3시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투어프로그램들이 많았습니다.


촉박한 일정에서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운전의 수고로움과 동선을 짜는 번거로움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몸이 편안해지고 싶을 때는 지갑을 조금 열면 되는구나를 느끼며 투어집결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장거리 비행으로 녹초 된 상태로 도착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2시간가량의 차량 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 처음엔 부담스럽긴 했만 바꿔 생각하면 시차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차량 뒷좌석에 몸을 구긴 채 눈을 감고 마음 편히 쪽잠을 잘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가이드 분이 수시로 무엇인가 설명을 하지만 상세한 이야기들은 꿈결에 귓등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돌로미티로 가는 길에 모닝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잠시 들렀습니다.

뒷좌석에서 단잠을 자던 터라 카페 때문에 차량에서 내리는 게 귀찮게 느껴졌는데, 막상 발을 딛고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자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잠이 확 깼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시원하게 뻗은 산등성이와 그 아래 하늘보다 더 파란 호수가 보였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더 짙은 빛을 뽐내는 나무와 잔디를 보고 있으니 이제야 멀리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한 서울과 좁은 이코노미석을 벗어나 한적한 풍경을 보자 시차적응으로 넋이 나가있던 얼굴도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햇살과 모닝커피로 기분 좋게 몸을 데우고 다시 투어차량에 몸을 구겨 넣었습니다. 이제 차는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이드분이 중간에 포토 이 있다고 차를 세웠습니다. 길게 뻗은 푸른 나무 위로 암석으로 된 산이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산의 모습이 맑은 하늘 아래 낯선 방문객들을 멀리서 굽어보며 환영하여 백발의 이탈리아 노인 같습니다.


이제 대략 1,700m쯤 올라왔습니다.

잠깐의 휴식 후 다시 차는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구불거리는 산길의 시작입니다.  


어찌나 코너를 많이 도는지 처음엔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신났지만 점차 속이 거북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을 감고 차분히 멀미가 사라지길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지러움을 참고 눈을 잠시 뜨면 옆으로 청량한 돌로미티의 풍경이 펼쳐지는 장면들이 좋았습니다.


투어 차량이 멈춰 섰습니다.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이곳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고도가 높지만 유명한 산악 드라이브 코스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에서 주행테스트를 이곳에서 자주 하기도 하고 자동차 CF를 종종 찍기도 한다고 합니다.


산장 근처 주차장에는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바이크를 타고 이곳까지 올라온 사람들이 많은 점이 독특했습니다.

Passo Giau

머리 위로는 파란 하늘이 가득하고 눈앞에는 바위 산맥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덕분에 맑고 깨끗한 경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날씨에 상황에 따라 운이 좋고 나쁜지 판단하게 되는데 이번 여행의 시작은 운이 좋습니다.

Passo Giau

고도가 높다 보니 불어오는 바람이 꽤 차게 느껴지긴 했지만 탁 트인 풍경을 파노라마로 보고 있자니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니스에서 2~3시간여 이동했는데 이렇게 높은 고도에 도착하여 웅장한 풍경을 볼 수 있다니 돌로미티 투어 일정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시 차량으로 이동하여 조금 더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가이드분 말씀으로는 돌로미티 투어는 그때그때 날씨라는 변수에 맞춰 방문하는 장소들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데 오늘처럼 쾌청하게 맑은 날에는 꼭 방문해야 할 곳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Lagazuoi 로 올라가는 길

차량은 케이블카 타는 곳에 섰습니다. 이 케이블카는 탑승객들을 2,700미터 지점까지 끌어올려줬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옆으로 대자연의 풍경들이 펼쳐지는데 처음 보는 돌로미티 풍광에 감탄하는 동안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 위쪽에 Lagazuoi 산장이 보입니다. 많은 등산객들과 방문객들이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십니다.

해발고도 2,752m에 위치한 Lagazuoi 산장
족제비과 동물 페럿

산장에서 동물을 데리고 휴식을 취하는 아저씨를 보았는데 처음에는 야생동물을 데리고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보는 이 애완동물은 족제비과 동물인 페럿이라고 한다. 산장을 방문한 사람들 모두 조용하게 일광욕하는 페럿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지나갔습니다.


산장 뒤쪽으로 슬쩍 돌아보자 돌로미티의 거대한 풍광과 마주합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에 걸음을 멈추고 파노라마를 감상하게 됩니다.

Lagazuoi

해발고도 2,700m가 넘는 높이로 한라산이나 지리산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는 게 체감되지 않았습니다.

가이드분 말로는 이렇게 쾌청한 날이 자주 있는 편은 아닌데 오늘은 날씨 운이 근래 보기 드물게 좋다고 하였습니다.

돌로미티는 백운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산맥이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내서 지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산들의 모습을 연신 감탄하며 바라봤습니다.

Lagazuoi

멀리 산 정산에는 눈 쌓인 풍경들도 살짝 보입니다. 한여름을 지나면서도 녹지 않고 있는 산 위의 눈들을 보며 대자연의 거대함이 느껴집니다. 이제 계절이 바뀌면 이곳은 새하얀 눈으로 가득한 설산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Lagazuoi

광활한 자연을 마주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나의 존재가 무척 작게 느껴집니다. 영겁의 세월 동안 형성된 산맥들들을 보고 있노라면 찰나의 시간을 보내는 한 개인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내가 일상에서 느꼈던 고민들 또한 이 대자연 앞에서는 사소하고 가벼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귀국 비행기를 타는 순간 다시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민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잊고 즐길 수 있는 시기입니다.


탁 트인 마음과 함께 돌로미티의 풍경을 360도로 마음껏 눈에 담았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은 세 번째였지만  돌로미티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첫 방문에서 맑은 날씨가 펼쳐져 기뻤고 예상보다 더 압도적인 광활한 대자연이 펼쳐져 감동했습니다.

맑은 날씨와 압도적인 풍광 앞에 겸손함과 행복감을 느끼며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다음으로 돌로미티 지역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들을 보러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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