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haun SHK
Dec 28. 2024
돌로미티 산악 지형을 둘러본 후 투어 차량은 다시 꼬불꼬불 길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중간중간 경치가 좋은 장소에서 쉬어 가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방문한 호수는 Lago Antorno 입니다.
Largo Antorno 호수라기보다는 큰 연못에 가까운 작은 사이즈지만 울창한 침엽수림과 멀리 우뚝 솟아있는 바위산들 덕분에 풍경화 같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거대한 호수의 웅장함은 없지만 대신 작은 호수가 주는 소박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잠시 커피 한 잔 하며 평화로움을 느끼기 좋습니다. 시간 여유가 되면 한 바퀴 천천히 산책하며 푸른 자연을 가까이서 만끽해도 좋습니다.
Lago Antorno 그림 같은 풍경을 보니 어릴 때 EBS에서 방영하던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 라는 프로그램이 떠오릅니다.
밥 아저씨가 그림을 뚝딱뚝딱 그리는 마법 같은 모습에 밥 숟가락을 멈추고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밥 아저씨가 그리던 풍경화 속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졌던 자연이 지금 여기 Largo Antorno에도 펼쳐져 있습니다.
호수에 비치는 하늘과 푸르른 숲의 모습을 보고 나면 이탈리아에는 유적과 유물만 가득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도 있다는 말이 이해됩니다.
Lago Antorno 따뜻한 햇살과 파란 하늘이 함께 해 준 덕분에 호숫가 분위기도 더 밝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일정에 맑은 날씨가 도와준다면 가만히 걷거나 앉아 쉬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Lago Antorno 햇살아래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관광객들도 거의 없고 시종일관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일정상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풍경화 같은 Lago Antorno를 떠나 다음으로 방문한 호수는 Lago Misurina 입니다.
Lago Misurina 파란 하늘 아래에는 눈 덮인 산들이 멀리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그 옆으로는 빽빽한 침엽수림이 또 다른 병풍을 펼치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대자연이 감싸고 있는 호수 표면으로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며 평화로운 분위기로 방문객들을 반겨줍니다.
Lago Misurina 작은 오리들이 맑고 깨끗한 호수를 미끄러지듯 움직입니다. 마침 옆에서 관광객이 빵조각을 모이로 던져주고 있었는데 한동안 멍하니 오리들이 빵조각을 먹는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할 때처럼 무언가에 쫓기는듯한 일상이 아니라서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 휴가의 장점인가 봅니다.
이런 자연 속에서 멍하게 쉰다면 느슨한 휴가의 묘미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Lago Misurina 열심히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오리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도 있고, 멍하게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을 마주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 호수와 시간을 보내든 이 순간만큼은 모두 평화롭고 편안한 마음을 품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로 옆에서 접촉사고가 나더라도 운전자들이 운전석에서 허허 웃으며 내리고 평화롭게 사고해결을 할 것만 같았습니다.
이탈리아라고 하면, 발 닿는 모든 곳이 유적과 유물이라는 로마, 붉은빛 두오모로 대표되는 르네상스의 중심이자 낭만의 도시 피렌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독특한 풍광이라는 물의 도시 베니스가 주로 떠오릅니다.
알프스 산맥 가까이 있는 돌로미티 지역은 이들 도시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탈리아 일정에 돌로미티를 한번 넣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베니스에서 두어 시간 정도면 광활한 대자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보니 어느덧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돌로미티 나들이를 마치니 이탈리아에서의 하루가 금세 지나가버렸습니다.
대자연의 광활함과 평화로움이 가득했던 돌로미티를 뒤로 하고 이제 다음 일정으로는 바다 위에 세워진 수상도시, 베니스 여행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