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탈리아 여행 - 피렌체 두오모

by Shaun SHK

베니스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피렌체에 왔습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기차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쏟아지는 환한 햇살이 도시의 환영 인사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선 그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고 눈여겨보지도 않겠지만 피렌체 햇살만은 나를 알아차려주는 기분이었습니다.


피렌체 골목 곳곳에 있는 작은 식당과 서점들은 머릿속에 그리던 고풍스러우면서도 소박한 이탈리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르네상스가 찬란하게 꽃 폈던 이 도시의 문화적인 풍성함은 수백 년 전이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소담한 중고 서점, 뮤지션들을 위한 악기 가게, 여유로운 관광객들로 가득한 식당들을 구경하며 골목을 걷습니다. 울퉁불퉁하고 좁은 돌길을 캐리어를 끌고 가는 일은 불편하지만 얼른 숙소에 짐을 놓고 이 도시를 가볍게 걷고 싶은 마음이 들자 발걸음은 더 빨라집니다.

숙소로 체크인을 하러 가기 전에 식당을 들렀습니다. 열차가 다른 차편 사고로 인해 우회하느라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일단 허기부터 채우고 싶었습니다.

방문객이 많은 티본스테이크 가게로 가서 조금 늦은 점심을 스테이크로 먹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고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레스토랑인데 식사 시간을 조금 벗어난 시간이라 좌석엔 여유가 있었습니다. 인기 메뉴인 티본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두툼하게 나온 티본스테이크를 먹으니 이제 피렌체를 뜀박질할 수 있는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식사를 마친 후 숙소에 체크인했습니다.

숙소는 아카데미아미술관 바로 앞에 위치했는데, 숙소 건물 대문을 열면 바로 미술관 입장객들의 관람대기줄이 보일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일정이 타이트해서 정작 바로 앞 아카데미아미술관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호텔은 아니고 에어비앤비로 운영되는 복층구조의 방이었다. 화장실이 2층에 있다는 점이 번거로웠지만 호텔보다 넓고 쾌적한 환경에다 아담하고 예쁜 공용 안마당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피렌체의 상징과도 같은 피렌체 대성당을 보러 갔습니다. 두오모가 시내 중심에 있고 대부분의 길들이 이 두오모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다 보니 피렌체 어디에서 머물든 이곳을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거리 구경을 하며 걸어가다 보면 골목길 사이로 두오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 조반니 세례당과 두오모, 그리고 종탑

다시 방문한 두오모는 여전히 크고 웅장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습니다. 두오모는 르네상스의 황금기를 이끈 도시의 상징이자 르네상의 시대 건축의 꽃입니다.

펠리페 브루넬리스키가 완성한 대성당의 돔 부분은 약 500년도 넘는 오랜 시간 전에 완성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웅장하고 압도적인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합니다.

피렌체에 두오모가 없었다면 이토록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를 방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우디의 이색적인 건축물이 바르셀로나로 호기심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듯이, 이곳 브루넬리스키가 얹어 올린 붉은색의 대형 돔은 낭만을 찾는 관광객들을 피렌체로 불러 모읍니다.

수많은 인파들이 대성당 주위에서 사진을 남기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십니다.

주위 관광객들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피렌체 대성당 근처에 둘러앉아 있다 보니 같은 공간에 있는 나도 마음이 덩달아 충만해지는 기분입니다.

근처에 두오모가 잘 보이는 루프탑 카페가 있어 올라가 봤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에 앉아 휴식하며 이야기 나누면 일상의 근심들이 모두 잊혀질 것 같습니다.


미리 예약해 둔 두오모 쿠폴라에 올라갈 시간이라 다시 두오모로 향했습니다.

두오모의 붉은색 돔 윗부분의 구조물을 쿠폴라라고 합니다. 쿠폴라를 올라간다는 것은 두오모의 붉은색 돔 부분을 걸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성당 안으로 들어와 한 계단 한 계단 쿠폴라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피렌체 대성당의 웅장한 내부와 화려한 천장화가 쿠폴라를 향해 올라가는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두오모의 돔을 걸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돔은 붉은색 벽돌로 쌓아 올려진 외부의 큰 돔과 내부의 작은 돔으로 이루어진 이중돔의 형태인데, 돔과 돔사이에 이렇게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앞사람을 따라 부지런히 올라가다 보니 옆에 난 작은 창으로 달이 뜬 것이 보입니다. 이제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 해질녘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좁은 붉은 돔 내부 계단을 걸어 올라 쿠폴라 위에 올라섰습니다.

마침 종탑과 대성당 뒤로 붉은 노을이 피렌체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탁 트인 시야에 피렌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이 쿠폴라 위에서의 시간을 잊지 못할 낭만적 순간으로 만들어줍니다.

붉은색 지붕의 소담한 도시 위로 주홍빛 노을이 내리는 순간 이곳은 낭만이 가득한 공간으로 바뀝니다.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내려가는 것이 아쉬운지 주홍빛 노을을 길게 뻗어주고 이제 도시는 고요하게 잠들 준비에 들어갑니다.

피렌체 방문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두오모 위에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왜 두오모 위에 꼭 올라가 봐야 한다고 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 해가 아쉬움을 남기며 길게 주홍빛 노을을 드리우는 이 시간, 붉은색 지붕으로 가득한 도시 전체를 르네상스의 낭만에 빠지게 만듭니다.

가슴에 깊은 만족감을 안고 두오모 쿠폴라 방문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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