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갠 맑은 하늘과 함께 피렌체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 조깅을 하려고 캐리어 깊숙이 챙겨 온 운동화를 꺼냈습니다.
유럽 여행을 오면 현지인처럼 아침 일찍 도시를 가로지르며 조깅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오늘 그 실천을 하는 날입니다. 후다닥 세수만 하고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피렌체 대성당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시간엔 분주히 일터로 가는 사람과 카페에서 여유롭게 조식을 먹는 관광객들이 공존하는 시간대입니다. 두오모를 빙글빙글 두 바퀴 돌며 감상하고 나서 아르노 강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강물은 잔잔하게 흐르며 고요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피렌체는 야경도 예쁘지만 아침 햇살과 함께 바라보는 강변 풍경은 여유로움과 한적함이 가득해서 좋습니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저녁과는 달리 지금은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들이 보입니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풍경을 배경으로 담기 위해 사진사를 대동하고 일찍부터 강변까지 온 것 같았습니다.
러닝하면서 아르노 강 다리에서 만난 웨딩사진 커플만 대략 5팀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러닝 중에 옆으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계속 보여 생경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녁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새로운 도시를 뛰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피렌체의 아침을 달린 후 숙소에서 씻고 나서 다음 일정으로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우치피 미술관은 사전 예약 후, 매표소에서 실물 티켓으로 교환하고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우피치 미술관에 온다면 보티첼리 작품의 인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비너스의 탄생을 보게 되면 다른 르네상스 시대 작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듭니다. 다른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보다 장식적인 측면이 강하면서 부드럽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의 작품을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회화 작품을 많이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들도 이곳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직접 감상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미술에 관심이 많거나 거장들의 작품을 한 번에 보고 싶다면 우피치 미술관은 꼭 들러야 할 곳입니다.
베네치아 회화의 거장인 티치아노가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 작품도 있습니다. 주제면에서는 비너스를 그린 작품이지만 그 묘사면에서는 관능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집니다. 이 작품은 후에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오마주 되는데 두 그림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위대한 거장들의 작품이 많다 보니 다른 미술관에서라면 단독 전시회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만한 작품들이 고개만 돌리면 양 사방에 걸려있습니다.
그 외에도 카라바조, 렘브란트 등 한 번씩 이름을 들어봤을 회화의 거장들 작품들이 무심하게 이곳저곳 벽면에 걸려있습니다.
카라바조, 렘브란트 모두 빛과 어둠을 능숙하게 다루는 화가들인데 각각 자신들이 즐겨 그리던 로마 신화의 바쿠스 신,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피치 미술관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나오자 이제 도시는 다시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을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피렌체에 왔다면 미켈란제로 언덕에서 보는 노을을 놓칠 수 없습니다. 곧 해가 질 시간이라 급하게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이동했습니다.
도착 시간이 늦어 아쉽게도 붉은빛 노을이 도시를 물들이는 장관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해가 넘어가면서 남긴 옅은 주홍빛 노을이 아쉬움을 달래듯 길게 도시를 쓰다듬고 지나갑니다.
노을이 지고 어둠과 함께 하나둘 씩 도시의 불빛이 들어오는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시내까지 걸어 내려오는 동안 밤의 피렌체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피렌체 하늘이 완전한 어둠에 잠겼지만 도시의 불빛은 피린체의 밤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고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로 늦은 시간까지 왁자지껄한 도시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낮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아르노 강은 이제 햇살이 아니라 달빛과 가로등에 비친 윤슬로 반짝거립니다.
피렌체 시청사 건물과 두오모를 지나 밤거리를 걷다 보면 적당히 취기 오른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식당 너머로 들려오고, 광장 한 귀퉁이에선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의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여유로움과 북적거림이 한 도시의 밤에 섞여 있습니다.
피렌체는 낮과 밤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곳을 걷다 보면 르네상스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러 온 느낌이 듭니다.
여행은 공간의 이동뿐만 아니라 시간의 이동이기도 하다는 말을 떠올리며 오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