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도착한 곳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입니다.
깔끔한 도시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리도 청결하고 건물도 단정합니다.
그런데 도착한 첫날부터 하늘은 그리 화창하지 못합니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유럽에서는 웬만한 비에는 우산도 안 쓴다고 하던데, 지금 내리는 비는 웬만하지가 않나 봅니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우산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친구와 나는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비막이가 설치된 노천카페로 들어갔습니다. 비를 구경하며 음료를 마시는 기분이 꽤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금방 멈출 줄 알았던 비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하철역까지 뛰어가기로 했습니다. 비가 그칠 때까지 계속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비를 최대한 적게 맞으려고 열심히 뛰어가던 중 슈테판 대성당이 보입니다. 갑자기 이 멋진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 다시와서 찍어도 되지만 지금 당장 사진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빗 속에서 뛰는 속도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성당 앞에 섰습니다.
포즈를 취하며 여러 장의 사진들을 찍었습니다. 비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는 느낌이 의외로 좋았습니다.
보다 자유로워진 기분이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시내 한복판을 뛰어다니더라도 아무도 우리를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의식할 사람도 없고 신경 쓸 것도 없습니다. 비를 맞아 옷은 젖었지만 자유로움 덕분에 마음은 흥겨웠습니다.
평소 우산 없는 상황에서 비를 마주하게 되면 서둘러 뛰어가게 됩니다.
비 맞은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체면의 문제가 있고, 옷이나 구두가 젖으면 힘들게 말려야 하는 실용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여행을 왔다면 조금 다릅니다. 비를 맞고 다녀도 나의 모습을 이상하게 볼 지인이나 동료는 없습니다. 갈아입을 여분의 옷은 캐리어에 충분히 있고 다음날 출근 때문에 젖은 옷을 힘들게 말려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평소에는 하지 못한 작은 일탈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주 가끔은 내리는 비를 그냥 맞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옷과 머리가 젖어 불편하다는 생각만 잠시 미뤄두면 얼굴을 두드리는 빗방울에 차츰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 빗속에서 뛰놀던 때가 떠오르며 자유로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쾌청한 날씨가 아니더라도 여행은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여행은 단순히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깨우는 일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곳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의미있지만
내면의 자유로움을 일으켜 세운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어쩌면 여행은 자유를 찾아가는 것이라기보다
잠들었던 자유로움을 깨우는 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