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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페인 - 마드리드의 짧은 첫인상

by Shaun SHK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으로 뒤숭숭한 날들입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잠잠해지나 했더니 이제는 유럽 쪽의 확산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스위스 여행 계획을 짜며 한참 전에 환전해 놓았던 스위스 프랑 화폐는 당분간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매년 한두 번씩은 유럽여행을 갔었는데 올해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행을 못가 아쉬운 대신 몇 년 전 다녀왔던 여행지의 사진첩을 다시 정리해 봅니다.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갔던 때는 2016년 4월이었습니다. 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으로 갔던 게 생각납니다. 회사일에 지쳐있을 때라 여행 초반에는 구내염으로 꽤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초반에 힘들었던 기억은 맑은 날씨와 즐거운 추억들에 묻혀갔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즐거웠던 기억들만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휴가 행선지는 스페인이었습니다.

당시 여행지 선정 기준은 꽤 단순했습니다. 따뜻하고 햇살이 좋은 나라로 가고 싶었습니다. 유럽 국가 중에서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저위도 위치한 편입니다. 4월 초에도 반팔을 입고 따사롭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첫 유럽여행은 보통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많이 간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선택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가득한 나라, 스페인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마드리드에 도착한 시각은 늦은 밤이었습니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 쪽에 내리자 밝은 불빛들이 도시를 아름답게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꽤 늦은 시간이라 어둡고 캄캄하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도시 야경이 반갑게 첫 유럽 방문을 맞이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화려한 도시 풍광을 감상하고 나서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적한 거리를 걷고 있자니 고요하게 밤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기분 같아서는 밤새 거리를 걷고 또 걷고 싶었습니다.

밤새 뛰어놀 듯 흥겹고 기분이 좋았지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스르륵 잠자리에 빠져들었습니다. 여행의 설렘과는 별개로 유럽까지의 장거리 비행은 참 고되긴 합니다.


다음날 아침, 마드리드 시내를 거닐었습니다. 마침 주말이었기 때문에 거리는 굉장히 한산했습니다.

시내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며 도시 속 여유로움을 느꼈습니다. 푸른 나무와 잔디 사이를 걷고 한가롭게 호숫가에 앉아있는 오리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드리드의 첫인상은 공원이 많고 걷기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복잡한 평일 러시아워를 겪지 않아서 그랬나 봅니다. 꽉 막힌 교통체증과 정신없이 출근하는 인파를 봤다면 '역시 대도시는 다 비슷하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여행으로 방문하는 도시는 짧은 첫인상이 도시의 전체 인상을 결정짓습니다.

머무르는 동안 깔끔한 거리를 보고 한가로이 산책을 하고 갔다면 여유로운 도시로 기억될 것이고, 자동차 경적소리에 시달리고 불친절한 점원을 만났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도시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듯 여행객 입장에서도 도시의 첫인상이 참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첫인상 판단기준이 꽤나 단순하고 단편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첫 유럽 도시 마드리드에 대한 인상은 상당히 호의적이었습니다.

마드리드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밤낮을 짧게 경험하고, 다음에 또 스페인을 오게 된다면 마드리드에 다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첫인상과 함께 근교 도시인 톨레도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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