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공항에서 수하물을 나르는 일을 하던 이민자 출신의 파로크 불사라. 보수적인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그에게는 음악에 대한 강한 열정과 탁월한 재능이 있었습니다. 기회를 찾던 파로크는 보컬을 모집하는 스마일 밴드에 합류하게 되고, 이 4인조 밴드는 전설적인 록그룹의 시작이 됩니다.
팀명을 퀸(Queen)으로 바꾼 프레디(성과 이름도 모두 바꿉니다.)와 멤버들은 특유의 음악적 재능과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영국에서 퀸의 이름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합니다. 대형레코드사와 음반계약을 맺고 영국과 미국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다 준 ‘보헤미안 랩소디’가 세상에 나옵니다.
이 독창적이고 특이한 6분짜리 노래는 전세계인들을 열광시켰고, 연달아 발매된 수많은 명곡들은 퀸에게 폭발적인 인기과 명성을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그룹활동이 늘 그렇듯, 솔로활동에 대한 견해차이로 프레디와 팀원들은 마찰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양성애자였던 프레디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과 평범하지 않은 성생활에 따른 갈등으로 개인적 방황을 겪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 프레디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퀸을 하나로 만든 것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그들은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총출동하는 ‘라이브 에이드’ 자선공연 무대에 서기로 합니다.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과 미국 존.F.케네디 스타디움을 무대로, 전세계 100여개국에 걸쳐 15억명이 시청하는 범지구적 자선공연이었습니다.
7만여명이 운집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프레디와 퀸은 최고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전설적인 무대를 만들어 냅니다.
라이브 에이드, 그 이후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지막 15분간 이어지는 ‘라이브에이드’ 공연장면 재연입니다. 그때의 무대모습과 의상, 소품 하나하나까지 디테일하게 당시의 현장감을 그대로 살려냈습니다. 프레디의 화려한 무대는 영화관객들을 일순간에 라이브 공연장에 가져다 놓습니다.
1985년 밥 겔도프가 추진하여 이뤄진 라이브에이드 공연. 에티오피아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살리자는 선한 목표로 추진된 공연에서 가수들은 역사적인 무대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한가지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라이브에이드를 통해 모집된 천문학적인 후원금들은 어떻게 쓰여졌을까요. (공연직후와 이후까지 모금된 금액을 합치면 약 1억5천만 파운드 이상, 현재환율로 2,0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당초 계획 했던대로 참 따뜻하고 의미있게 사용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구글링을 하다보니 예상 외의 기사들이 발견되었습니다. BBC의 뉴스기사로, 라이브에이드 후원금의 상당한 금액이 에티오피아 반군의 손으로 넘어가 무기를 구입하는데 쓰였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BBC의 기사내용은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보도되었습니다.
충격적인 내용들로 논란이 된 지 7개월 후, BBC에서는 라이브 에이드 모금액 대부분이 반군자금으로 유용되었다는 레포트에는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면서 사과합니다. 한창 시끄러웠던 라이브에이드 논란은, 일단 BBC의 사과로 매듭지어진 듯 합니다.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라이브에이드 자체는 성공적인 자선공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는 대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다만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천문학적인 모금액이 모인 행사였지만, 그 기부금이 과연 잘 쓰일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을 알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기부와 감성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자선, 기부, 후원’이라는 단어들에 대해 가지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기부 또는 후원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보통은 공감과 연민 등의 인간적인 감정, 기부를 한 후의 뿌듯한 마음 등이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부라는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감성적, 감정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됩니다. 성공적인 기부에는 대단히 이성적이고 논리적며, 때로는 분석적인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부의 과정에는 첫번째로 돈을 모으는 단계가 있고, 두번째로 모인 돈을 실제 도움이 필요한 개인과 단체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문제는 보통 두번째 단계에서 발생하곤 합니다. 우리가 기부라는 데에 지나치게 감성적, 감정적이 된다면 ‘기부라는 참 좋은 일을 했다’고 만족감과 뿌듯함 속에 두번째 과정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기부금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지갑을 열고 뜻있는 돈을 건네주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일정 요건의 자선단체는 홈페이지에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시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기부하고자 하는 단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누구나 한 해 동안의 수입내역과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약 총 수입금액의 74~76% 정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옵니다. (*월드비전 홈페이지에는 87%, 굿네이버스에는 89%라고 나오지만, 총 수입금에서 전년도 사업비를 포함시키고, 총 지출금에서 차년도 사업비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출했기 때문에 차이가 있습니다.)
세 단체간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평균적으로 약 25%의 금액은 각종 활동비용, 홍보비용, 운영비용, 사업준비금 등으로 쓰였습니다.
우리가 10,000원을 기부한다면 7,500원은 수혜자에게 귀속되고 약 2,500원은 관련된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내가 기부한 금액의 몇 퍼센트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는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뜻과 취지로 기부를 한다면, 이왕이면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금액이 전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기부라는 행위에 지나치게 감성적인 태도를 가진다면 위와 같은 분석적인 관점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순간 불우한 이웃과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극히 일부의 금액만이 지급됐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전혀 의도하지 않은 집단의 손에 우리의 돈이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기부라는 행위는 우리의 돈을 꺼내 자선단체에 전달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돈이 수혜자에게 귀속될 때에만 기부행위가 완결될 수 있습니다. 이왕에 기분좋게 하는 행위라면 마무리도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 성공적인 기부를 위해
그렇다면 성공적인 기부를 위해서는 어떤 점을 체크해봐야 할까요.
첫째는 이 단체가 믿을만한 곳인지 여부입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투명공시 항목을 한번쯤 클릭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자선단체의 투명성지수를 체크하는 경우도 있으니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공시된 내용이 전혀 없다거나 비리와 관련된 뉴스기사들이 검색된다면 다른 단체로의 기부를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해당 단체가 똑똑하게 사업집행을 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여기서 똑똑한 단체란 무슨 의미일까요?
한번 예를 들어볼까요. 에티오피아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고 책과 책걸상을 지원하려는 따뜻한 단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단체는 성실하고 투명한 경영으로 신뢰도 높은 단체로 유명합니다. 기부를 주저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단체가 지은 학교에 학생들이 오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확인해보니 해당 지역은 기아와 위생 문제가 시급한 곳이었습니다.
고학년 학생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을 나가야 했고, 저학년 학생들은 기생충 보유와 영양결핍 문제로 등교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우리의 기부금은 텅 빈 건축물을 짓는데 쓰이고 만 것입니다. 사실 이 지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몇 알의 구충제와 모기장, 식량공급이었습니다. 시급성 높은 일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하여 아쉬운 결과만을 낳은 것이죠.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로컬 전문가나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과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지역 공동체 대표자의 의견과 해당지역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자선단체가 스마트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론 기부자의 입장에서 자선단체의 스마트함까지 파악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투명경영공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떤 자선단체가 자신들의 사업집행으로 해당 지역과 주민들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꼼꼼하고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현명한 사업집행으로 단기적으로 어떤 성과가 이루어졌고,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긍정적인 결과들이 만들어졌는지 공시하는 것이지요. 심지어 어떤 사업은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자기반성까지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의 기부금을 보내줄 때 더 신뢰감가는 단체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기부를 대할 때,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며 분석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현명하게 자선단체를 고르고 성공적인 기부를 완성할 수 있으니까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감성과 이성이 조화된 기부가 있을 때 더 빛나는 후원이 될 것입니다.
# 더하기
2010년에 발생한 아이티 지진으로 약 20여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국가전체 GDP의 120%에 해당하는 재산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발생한 일본 지진으로 약 2만여만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국가 전체 GDP의 5%에 해당하는 재산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대지진 직전 아이티의 국가 GDP는 65억 USD(2009), 일본은 5.7조 USD(2010) 이었습니다. 약 876배의 경제규모 차이가 있었습니다.
1억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1억2천만원의 피해를 본 경우와 876억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45억원의 피해를 본 경우를 비교해 보면 좀 더 비슷한 비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해액수는 일본이 더 크지만 복구여력은 일본이 월등히 나았습니다.
그런데 지진 모금액은 아이티 대지진 때보다 일본 대지진 때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아래 뉴스기사를 한번 볼까요. 일본 대지진 후 1개월간의 국내 모금액이 아이티 대지진 후 1개월간의 모금액보다 3배 가까이 많다는 내용입니다.
[힘내요! 일본]日돕기 한달새 588억… 해외지원 역대 최고액 모금 : 뉴스 : 동아닷컴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에서 588억 원 이상의 성금이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대한적십자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국내 주요 모금단체 및 기관에 따르면 지진 발생(3월 11일) 직후인 3월 14일부터 4월 14일까지 한 달간 모금을 진행한 결과 약 588억4348만원이 모였다. 이는 지난해 1월 아이티 지진 발생 이후 한 달 동안 주요 단체들이 모은 205억9300만 원의 3배 가까이 되는 금액으로, 이번 동일본 대지진 모금액은 해외 지원을 위해 모은 성금 중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사람들은 복구여력이 떨어지는 아이티보다 익숙함과 친밀감을 느끼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규모의 기부금을 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문화에 대해 알고, 일본 국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국가의 수도가 어디인지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난주에 오사카나 도쿄를 여행다녀왔을 수도 있죠.
하지만 아이티는 그렇지 못합니다. 태평양의 타히티와 카리브해의 아이티를 헷갈려 하기도 합니다. 주위 사람 중에 아이티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은 아직 못봤습니다. 아이티의 국기가 어떤 모양이고 수도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곳이죠.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감정은 기부금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내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이 곤경에 처하면 감정적으로 더 흔들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부는 대단히 용기있고 칭찬받을 만한 행위입니다.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행동이죠. 하지만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만을 가진다면 성공적인 기부가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분석적이고 깊이 있는 관점에서 기부에 접근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름다운 후원자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이성과 분석력, 그리고 균형잡힌 시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