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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스페인 - 바르셀로나, 까사 바뜨요

신비로운 건물 속으로

by Shaun SHK

* 늦게 쓰는 스페인 여행기 - 감염병이 잦아들길 바라며


까사 밀라에 이어 방문한 곳은 까사 바뜨요 입니다.

까사 밀라가 물결 넘실대는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 까사 바뜨요는 뼈와 해골 모양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외양을 하고 있습니다.

전설 속 용을 형상화한 건물은 관광객들을 동화나 신화 속으로 곧장 안내할 것만 같습니다.

건물 외양을 보고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내부에서는 연이어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게 됩니다.

신비로운 동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과 함께, 외부의 독특함은 내부의 독창성을 위한 맛보기 정도였음을 느끼게 됩니다.

계단을 오르는 목재 손잡이는 중간에 마치 용이 휘감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벽면 쪽 불빛이 들어오는 부분은 흔히 보던 네모난 창과는 거리가 멉니다. 내키는 대로 그린 모양인 듯하면서 곡선의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이 담겨 있습니다.


천장이나 기둥은 용의 비늘로 덮여 있는 듯한 문양을 띠고 있어 건물 전체가 딱딱한 돌덩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방을 오가는 문에도 곡선의 형태가 두드러집니다. 접이식의 문은 활짝 펼쳐지면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천장이 마치 소용돌이치듯이 나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선이 머무르는 곳 하나하나 신비로움을 느끼며 감상을 하게 됩니다. 평소 흔히 보던 집이나 빌딩의 내부와는 너무나 다릅니다. 미지의 신세계를 탐험하듯 기둥 하나, 창문 하나, 천장 구석까지 탐험가의 마음으로 둘러보게 됩니다.

푸른빛의 청량감 넘치는 타일들은 이곳이 지중해와 인접한 곳임을 다시금 생각나게 해 줍니다.


까사 바뜨요도 까사 밀라와 마찬가지로 가운데 빛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 지어져 있습니다. 연의 빛이 충분히 들어오도록 한 채광은 가우디 건축의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자 건물의 색을 더욱 뚜렷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면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창문의 크기가 점점 커집니다. 건물 가운데로 햇빛이 들어오더라도 아래층에는 상대적으로 빛이 덜 들어올 테니 창문을 조금씩 더 크게 했다고 합니다.


단순한 시각적 독특함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 입장이라면 어떻게 짓고 싶을까 생각해서 지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동화 속 건물처럼 신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건물이지만 본질적으로 거주자 중심, 인간 중심의 사고가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건물 옥상에 올랐습니다. 이곳에도 가우디의 창의적인 흔적들이 가득함을 확인하고 내려갑니다.

까사 바뜨요는 신비한 외양에 끌려 입장한 후 동화책 속을 한바탕 다녀온 느낌으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건물은 마치 놀이동산에 있을 법한 마법사의 집처럼 느껴집니다. 신비로운 외관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잡아끌고, 내부로 들어갈수록 신비롭고 독특한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놀이동산에 온 아이처럼 재미와 독창성을 느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감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까사 바뜨요는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해 지어진 건물은 아닙니다. 이 건축물은 시내 외곽 놀이동산이 아니라 바르셀로나 시내 한복판, 사람들이 활발히 오가는 거리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건물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놀이동산에 있는 각종 컨셉의 집들이 짧은 순간의 호기심을 자극해 사람들을 방문하게 하는 곳이라면, 이곳 까사 바뜨요는 긴 호흡으로 사람들에게 독창성과 감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바르셀로나 여행 중 잠시 동화 속 집을 다녀오고 싶다면, 이곳 까사 바뜨요에 들러 흥미롭고 신비로운 시간을 보내기 바랍니다.

여행 일정 중 예상보다 더 큰 즐거움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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