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스페인 - 바르셀로나, 파란 물감 하늘 아래
람블라 거리, 까사밀라
*늦게 쓰는 스페인 여행기 - 감염병이 잦아들길 바라며
세비야에서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까딸루냐 지역의 중심 바르셀로나입니다.
누군가는 메시가 이끄는 세계적인 축구 클럽 도시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92년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땄던 곳으로 기억하는 이곳은, 매년 수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이기도 합니다.
람블라 거리바르셀로나는 세비야에서 보다 더 맑고 따사로운 하늘로 반겨줍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는 고딕지구를 옆에 두고 항구까지 시원하게 뻗어 있는 람블라 거리입니다.
거리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맑은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기 위해 나와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4월의 바르셀로나 날씨를 즐깁니다. 시기로는 4월 초순이었지만 햇살 아래 서 있으면 금세 정수리가 달아오름을 느낍니다. 뜨거운 햇살을 자랑하는 지중해 기후를 온몸으로 느끼며 람블라 거리를 걸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람블라 거리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람블라 거리 곳곳에 있습니다. 눈길을 잡아끄는 재미들이 많다 보니 항구까지는 심심치 않게 금세 도착할 수 있습니다.
대신 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으니 여행객들을 타깃으로 한 경범죄를 조심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콜럼버스 기념탑람블라 거리의 끝, 항구로 이어지는 길에는 콜럼버스 기념탑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산책하며 콜럼버스 기념탑까지 왔다는 것은 람블라 거리의 끝인 항구까지 도착했다는 의미입니다.
항구의 풍경을 잠시 감상합니다. 많은 선박과 요트들이 항구에 줄지어 정박되어 있습니다.
한참 걷다 보니 금세 배가 고파졌습니다. 다시 람블라 거리로 돌아가 한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다양한 메뉴들이 뷔페식으로 나오는 곳인데 푸짐하게 먹기 좋았습니다.
즐겁고 볼거리 많은 여행이라도 일단 끼니를 든든하게 챙겨 먹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이동한 곳은 바르셀로나의 자랑,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까사밀라'입니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건축물들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독특한 작품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합니다.
까사밀라는 외관에서부터 여느 건물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곡선이 건물 전체의 형태를 부드럽게 잡아 주고 있습니다.
날카롭게 각진 모서리 대신 바다 물결 같은 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테라스는 마치 미역 줄기가 헝클어진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직선이 아닌 곡선, 뾰족함이 아닌 둥글함을 입고 있는 건물이라 평소에 흔히 보던 성냥갑과는 건축물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까사 밀라 내부를 들어가 보면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건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건물 내부까지 밝은 햇살이 잘 들어오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아마 가우디는 햇살을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건물 외벽으로 들어오는 햇살만이 아니라 가운데 빈 공간을 통해 건물 내부로 비치는 햇살도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자연채광이 건물 내부에도 생기와 활력을 직접 불어넣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까사밀라 옥상에 올라 건물을 둘러봅니다. 건물 외벽뿐만 아니라 옥상 곳곳에도 가우디의 독창적인 손길이 닿아 있습니다.
건물 옥상에 올라 보면 기묘한 모양의 굴뚝들이 솟아 있습니다.
마치 투구를 쓴 병사의 모습들을 하고 있는데, 가우디의 손길은 눈에 띄지 않는 옥상 공간에까지 세심하게 닿아 있습니다.
기묘한 형상의 굴뚝(또는 환풍구)을 살펴보다 보면 외계인이 사는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가우디의 독창성에 거듭 감탄하게 됩니다.
한참 정신없이 옥상 구경을 하다 보니 내리쬐는 햇볕에 더위를 느낍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까사 밀라는 관광객들에게 일부 층이 공개되어 있는데, 내부에는 실제 이곳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일상 풍경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에 산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해 봅니다.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곳에서 산다는 기분 자체가 좋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건물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건축물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 좋을 것 같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의 건물을 보면 마음도 보다 둥글둥글해질 것만 같고, 건물 깊숙이 자연채광이 들어오게 한 구조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마음도 따뜻하고 온화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습니다.
건축물도 결국 사람이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얼마나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까사밀라는 독창적인 외양 때문에 유명세가 높지만, 부드러운 곡선과 자연채광을 통해 사람 중심으로 설계하려 했다는 점에서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가우디의 철학이 담겨 있는 건축물 하나 하나는 그 자체로 도시 속에 살아있는 작품들인 것 같습니다.
명불허전이라는 말과 함께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관광 산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새삼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