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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스페인 -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가 가우디의 역작

by Shaun SHK

*늦게 쓰는 스페인 여행기 - 감염병이 잦아들길 바라며


바르셀로나에는 건축가 우디의 작품이 도시 곳곳에 있습니다.

그 중 가우디 필생의 역작으로

아직도 건축이 진행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꼽습니다.

가우디가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건축물이자 그의 독실한 신앙심과 독창성이 깊게 담겨 있는 성당입니다.


성당에는 세 개의 파사드(출입구가 있는 전면부)

있습니다. - '탄생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 '영광의 파사드'.

그 중 가우디의 생각과 손길이 담겨 있는 파사드는 가장 섬세하고 독특한 외관을 하고 있는 '탄생의 파사드'입니다.

탄생의 파사드

탄생의 파사드에는 예수 탄생에 얽힌 이야기들이 섬세하고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마굿간에서의 출생과 동방박사의 경배, 유년기 시절의 이야기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반면 수난의 파사드는 탄생의 파사드와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탄생의 파사드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직선의 시원함과 간결함을 활용하여 예수의 수난기를 표현했습니다.

수난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는 가우디의 뒤를 이어 조각가 수비라치가 완성하였고, 영광의 파사드는 아직 건축 중인 상태입니다.

성당 외부를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내부 관람을 시작합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화사한 빛이 가득 느껴집니다.

유럽의 일반적인 대성당들이 어두운 분위기로 엄숙함을 자아내는 반면,

이곳은 밝은 햇살로 신의 자애로움이 쏟아지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비록 종교는 없지만 압도적인 이미지에 자연스레 경건함이 들게 됩니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숲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듭니다.

빼곡하게 서 있는 높다란 나무들이 성당의 기둥이 되고, 갈라져나온 줄기들은 지붕을 떠받치며 천장까지 시원스레 뻗어 있습니다.

창을 통해 스며드는 빛은 숲속에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느껴집니다.


한참동안 서서 내부의 독특한 구조와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게 됩니다. 왜 사람들이 가우디의 건축물에 감탄하게 되는지, 왜 수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방문하게 되는지 확실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건물 내부라기 보다 가우디가 독창적으로 창조해낸 신비로운 종교적 공간입니다.

토록 독특한 모습의 성당은 처음이고, 이토록 채광이 좋은 성당도 처음이었습니다.

늘 남다른 감각으로 설계하고 쏟아지는 햇빛을 사랑하는 가우디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성당이라는 하나의 건축물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경건함을 주고 신앙심을 높이게 만들 의도였다면 이 성당은 충분히 성공적입니다. 종교를 갖지 않고 있던 사람에게도 신비로운 경건함이 들게 만듭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성당들을 많이 방문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둘러보다가도 비슷한 양식의 성당들을 두 세번 보다보면 감흥이 점차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일정이 바쁠 땐 성당 방문을 일정에서 슬그머니 빼게 됩니다.


그런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여느 성당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혹시나 바쁜 일정 때문에 방문을 건너 뛰려한다면 중요한 볼거리를 하나 잃는 셈입니다. 이곳은 애써 시간내어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 후 파사드(출입구가 있는 전면부)의 윗쪽 부분으로 올라갑니다.

파사드에 어느정도 올라서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파사드 군데군데 나 있는 창을 통해 바깥을 빼꼼히 내다보면 시원한 바르셀로나 시내 풍경이 보입니다.

파사드 외부의 장식들도 꽤나 디테일이 담겨 있습니다. 섬세함의 흔적은 성당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습니다.

신에 대한 믿음과 절대자 앞에 선 인간의 겸손함을 담았다는 점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다른 성당들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한 방식은 꽤 다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느껴지는 경건함은 고요하고 묵직한 어둠을 닮은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내리쬐는 빛과 영롱한 햇살을 닮아 있습니다.


성당에서 신을 만나게 된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만나는 신은 엄숙하고 장엄한 밤에 등장하는 신이 아니라

지저귀는 새를 옆에 두고 아침 햇살과 함께 다가오는 신이 될 것 같습니다.

종교는 없지만 잠시나마 경건함과 신비로움을 느끼며 성당을 나섰습니다.


밖을 나서서 성당을 바라보니 건물이 완공되고 나서 꼭 다시 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가우디의 역작을 둘러보며 한 건축가의 위대한 흔적을 느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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