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다

by 다인

집으로 가고 싶다.

집에 있지만 집으로 가고 싶다.

이번에 집에 가면 집에서 나오지 않고 싶다,
집에만 있는 히키코모리처럼 정신이 이상해질정도로 집에 있고 싶다,

이불을 옷 삼아 그 안에 있고 싶다.

옷을 벗고 다니는 것은 이상한 거니까 계속 이불을 덮고 24시간 있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면 좋겠다.

어쩌다 이동할 때는 화장실 욕조 안이 목적지다.
욕조가 없다. 그냥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샤워기 물에 하염없이 적셔지고 싶다.

물의 미끈 매끈함을 넘어서 얼굴부터 손가락 발가락까지 온몸을 물에 팅팅 불려 외출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싶다.

집 밖은 너무 어렵다. 집에 찾아와 주던 사람들도 이제는 끊기는 걸까, 두렵다.

아늑하고 무섭다. 혼자는 편안한 두려움이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와 컴퓨터를 켜고 그저 모니터만 본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아무 가면이나 쓴다. 그러다 에너지가 급속도로 고갈되면 눕는다.

이상한 생각이 들고 배가 고프다. 여전히 발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든다.

머리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주섬주섬 야채를 꺼내려다가 도마를, 칼을 꺼내기가 귀찮아졌다. 왜 날 위해서 요리해 주는 사람은 없지.

화가 났다. 좋아하던 요리하기도 의미가 사라진 것 같아 짜증 나고, 무서웠다.

지금은 '요리하기'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홀린 듯이 배달 앱을 켜서 음식을 시키고 초조해했다.

꼴에 돈은 아끼겠다고 기본배달. 60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잠이 오면서 잠이 안 왔다.

문자가 왔다. 분명 문 두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문을 2번 두드렸다.

X발, 문 두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아, 내 식사는 망했다.

배달기사가 아직 떠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배달이 오고 나서도 현관문을 한참 동안 열어보지 못했다. 조금만 더 있다가... 기사가 간 게 확실해지면 가서 문을 열자.

잠에 들었다.

아... 음식.

상쾌하지 않게 일어나는 게 이제는 익숙했다. 온몸이 퉁퉁 부었다. 그럴 수밖에.

으..

주섬주섬 빈속에 소화약들을 털어 넣고 그제야 현관문을 열어 음식을 갖고 들어왔다. 이미 다 식었다. 먹고 싶은 음식도 아니다.

그냥 몇 숟가락 끄적이며 먹다가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먹은 음식들을 바로 토해냈다. 그리고 남은 음식을 음식물쓰레기봉투에 넣어 바로 버렸다.

멍했다. 그냥 침대에 누웠다. 씻어야 하는데, 하다가도, 왜 씻어야 하지. 약속도 다 취소해 버렸다.

괜찮아.

X년이라고 해도 좋아, 이 상태로는 도저히 못 나가겠다.

강아지 인형이 날 쳐다보는 듯했다. 주인은 왜 저러지. 강아지 인형을 꼭 안아주고 화병에 물을 채워줬다.

토해냈으니 속은 안 좋은데 배는 고팠다. 속이 이상해서 그런 건지,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이불을 빨기로 했다. 나와 너무 오랜 시간 접촉해 있었던 저 이불은 필히 더럽혀졌으리라.

생산적인 삶을 목표로 한 것이 무색하도록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못했다.

이불을 세탁기에 돌리고 이불 없이 누워있으니 참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공허했다.

힘이 없었다. 먹긴 먹는데 이상하게 힘이 없었다. 이상하게 먹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상하게 먹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렇게 된다.

속상하니 또 눈물이 났다. 청소라도 해야지.

청소가 끝나니 조금은 개운했다. 창문을 열어 잠시 바깥공기를 마셨다.

그때뿐이었다. 다시 급속도로 마음이 공허해졌다.

컴퓨터를 킬 기력도 없었다. 그때만 재미있는 게, 그 직후의 나를 생각해 보니 사실은 키고 싶지 않았다는 게 맞다.

인형을 꼭 안았다. 이불이 없으니 인형이라도 안고 엎드렸다. 똑바로 누우면 공허해.

다시 일어나 식물에 물을 주고 액자를 정리하고 다시 누웠다.

눈물이 났다.

암막커튼이라도 살 걸.

눈물이 나는 게 싫어서 늦은 오후에 휴대폰만 보다가 음식을 시켜 먹었다. 또 절반 이상은 버렸다.

소화가 잘 안 되네.

약을 입 안에 털어 넣고 대충 치우고 다시 청소하고 누웠다.

집에만 계속 있으니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눈물이 났다. 그만 좀 질질 짜...

듣지 않기로 했다. 유튜브를 비판 없이 멍하게 보다 보니 밖이 금방 어두워졌다.

빨래를 널었다. 냄새 좋다. 빨래 냄새. 축축한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소리 냈다. 소리가 안 들리네.

그러고 아, 이불 언제 마르지, 생각하고 누웠다.

강아지 인형이랑 눈을 마주쳤고 안아줬다. 식물에 물을 주고 주변을 정리했다.

다시 인형을 안고 모든 불을 끄고 냉장고 소리를 들었다.

집에 계속 일주일 동안 나가지 않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다 이제는...

따뜻한 품에 안기면 그게 집일 텐데, 집이 도대체 어디인지 모르겠다.

무서워지고 있었다.

점점 더 박스 안에 뽁뽁이 없이 포장된 유리컵이 되는 기분이었다.

갓난아기처럼 하염없이 울고 싶었다.

한 것도 없으니 울 자격도 없다. 그러니까 아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양수 안에 따뜻하게 웅크리고 있고 싶다.

조악하게 구성된 내 마음의 논리들은 값을 쳐주기도 아까운, 말 그대로 조악한 것들이다.

조악한 구성물은 스스로를 무너져 내리게 한 다음 재구성되어야 핢을 알아야 한다.

푹신한 솜사탕은 실제로는 끈적하다. 맛이라도 있다 솜사탕은.

조악하다 못해 그냥 겉모습이라도 멀쩡해 보여서 다행인 건가,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조악하다고 한 게 나한테는 칭찬의 수준일지도 모른다.

이 더운 날씨에 따뜻해서 녹아버리고 싶다. 따뜻한 것들이 그립다. 짜증 나면서도.

이불은 언제 마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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