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요약한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마!> 두 번째 장
2장으로 바로 오셨다면 1장 내용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사용성의 정의와 개념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거예요 :)
▷ Chapter.1 <사용성, 누구냐 너!> : https://brunch.co.kr/@shc9500/20
▶︎ Chapter.2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https://brunch.co.kr/@shc9500/21
▷ Chapter.3 <사용성 테스트, 어서 오고> : https://brunch.co.kr/@shc9500/22
앞선 첫 번째 챕터에서 우리는 사용자에게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챕터에서는 사용자를 목적지로 잘 안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울 차례입니다. 사용성을 갖췄다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겠죠? 계속해서 즐겨주세요! :)
- 목차 -
1. 목적지 도달에 적합한 클릭 or 탭 횟수는?
2. 온라인 환경과 오프라인 환경의 차이점
3. 내비게이션을 설계하는 방법
4.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5. 짜장면이 좋을까요 짬뽕이 좋을까요?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 여러분께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 클릭 or 탭 횟수는 몇 번이 가장 좋을까요? 언뜻 듣기에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클릭 or 탭 횟수가 유용한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웹이 아닌 앱이라면 디바이스의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뎁스가 많아질 것 같아 기준이 헷갈리기도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말씀드리자면 클릭 or 탭 횟수는 관계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횟수가 아닌 클릭 or 탭 한 번에 드는 수고의 양입니다.(여기서 말하는 수고는 사용자 스스로 본인의 선택이 옳은지 판단해야 하는 고민의 양을 말하며 불확실성의 정도를 뜻합니다) 즉, 쉽게 선택해서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용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클릭 or 탭 할 수 있고 본인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만 든다면 횟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이는 챕터 1에서 언급한 정보의 냄새를 맡아 먹잇감에 도달하는 동물의 본능과 비슷합니다. 먹잇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믿음만 충분하면 되는 것이죠) 때문에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화면 공간이 부족하다고 사용성을 희생시켜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모든 선택이 간단할 수 없죠. 만약 사용자에게 고민이 필요한 선택지를 줄 수밖에 없다면 딱 필요한 만큼의 적절한 안내를 제공하는 게 좋습니다. 적절한 안내를 제공할 때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하도록 합니다.
1) 간결성 :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선별해 최소한만 남기도록 합니다.
2) 적시성 : 딱 필요한 순간에 마주칠 수 있는 위치에 둡니다.
3) 불가피성 : 반드시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포맷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사용자를 쉽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기 위해선 어떤 설계 요소가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까요? 정답은 바로 내비게이션입니다. 내비게이션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합니다. 어째서 내비게이션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까요? 그 이유는 온라인 환경은 오프라인 환경과 달리 물리적 특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오프라인 환경처럼 궁금한 것을 직원이나 스태프를 통해 물어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온라인 환경에서 사용자는 필요한 대상이 있을 수도 있는 위치를 스스로 탐색해야만 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구조와 종류를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온라인 환경이 가진 한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는 내가 탐색한 부분과 탐색하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있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서비스 규모가 100페이지인지 10,000페이지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사용자는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는 x, y, z 축이 복합적으로 존재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상하좌우가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때문에 사용자는 플랫한 2차원의 세계에서 방향 감각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는 특정 영역으로 가기 위해 시각정보를 통한 공간감에 의존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개념적 계층구조에 의존합니다. 즉,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본인의 경험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이는 바로가기나 즐겨찾기, 뒤로 가기 버튼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온라인 환경에서 필히 길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이러한 온라인 환경에서 계층구조의 단서를 제시해 사용자가 현재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인지시켜줍니다. 즉, 계층구조가 실제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공간 감각을 대체하는 것이죠. 챕터 1에서 배웠듯 사용자는 어떤 서비스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지 못하거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해당 서비스에 오래 머물러 있거나 재방문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를 목적지로 잘 안내하기 위해선 이해하기 쉽고 단순 명료한 내비게이션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비게이션은 어떻게 설계하는 게 좋을까요?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가기 전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1) 해당 제품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
• 2) 현재 사용자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도 역할
• 3)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톨게이트 역할
따라서 내비게이션은 항상 차분한 목소리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에 있어요!
당신이 어디에 있던 저는 항상 여기에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답니다!
때문에 내비게이션은 (1) 모든 페이지의 같은 위치에서 (2) 일관성 있는 형태로 제시되어야 하며 (3) 어느 곳에서든 사용자에게 노출되어야 합니다. 이 같이 설계되어야 사용자는 자신이 동일한 계층 구조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물론 결제 페이지, 가입 페이지 등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환경에서는 내비게이션을 미노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더해 하위 내비게이션 설계를 같이 고려하면 좋습니다. 실제 사용자들이 머무는 시간의 양은 상위 페이지나 하위 페이지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서비스 경험은 공원을 산책하는 경험보다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납치 경험에 가깝습니다. 보통 디자이너는 화면을 설계할 때 사용자들이 플로우대로 탐색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오히려 플로우의 한가운데에 뚝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를 역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사용자가 페이지를 대충 훑으면서 봐도 전반적인 서비스 구성을 유추할 수 있어야 하며 현재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비게이션을 설계하며 함께 고려해야 될 것으로는 서비스의 메인 홈 화면이 있습니다. 어째서 많고 많은 화면 중 메인 홈 화면을 고민해야 할까요? 서비스의 메인 홈 화면은 가장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사용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첫 번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찾는 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을 찾는 방법을 명확히 보여줘야 하고, 사용자가 찾지 않은 내용이라도 관심이 있을 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줘야 합니다.
때문에 서비스의 메인 홈 화면은 이해관계자들 간 영역 싸움이 치열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때 디자이너는 영역을 한 곳이라도 더 만들도록 압박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다 보면 꼭 필요한 콘텐츠 영역이 주의력을 잃거나 자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서비스의 메인 홈 화면을 설계할 때 내비게이션 설계와 마찬가지로 서비스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것을 핵심 요소로 삼고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누구라도 서비스의 메인 홈 화면을 보고 해당 서비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사용자가 서비스의 첫인상을 결정하는데 1,00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초기에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빠른 판단을 내리고 그 이후에 보이는 모든 것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형성된 첫인상은 일정 시간 이상 서비스에 머무르더라도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이 서비스는 ~을 위해 존재한다."는 가정을 세우는 것이며, 해당 가정이 틀려도 뒤에 나오는 내용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메인 홈 화면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순간을 고려해 전체적인 그림을 명확히 그릴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메인 홈 화면 설계 다음으로 디자이너가 가장 많은 압박을 받는 부분으로는 사용성 토론이 있습니다. 사용성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 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토론은 마치 종교적 논쟁 혹은 정치적 논쟁과 비슷합니다. 대체로 이런 토론은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증명할 수 없는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나기에 개인의 견해를 바꾸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성 토론은 효과적인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은 세상을 본인에 빗대어 투영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호불호를 자연스럽게 일반화하죠. 대표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오류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설계 관련 회의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나(개인) 혹은 우리(팀)와 비슷할 것이라는 교착 상태에 빠집니다. 이런 상태에 빠지면 높은 확률로 평균 사용자(=우리 사용자)를 찾게 되는데 이는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합니다. 왜냐하면 평균 사용자가 어떠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용자는 다릅니다. 평균 사용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평균 사용자 신화가 끼치는 가장 큰 폐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알아낸다면 좋은 설계,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하는 설계는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즉, 설계 이슈에 관해 딱 잘라 '옳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답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성 토론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골자는 이렇습니다. "우리 사용자가 드롭다운 버튼을 선호할까요?"와 같은 질문보다 "드롭다운 버튼을 사용하면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바로 직접 사용성 테스트를 해보는 것입니다.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면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의 영역에서 '어떤 것이 효과가 있고 없는지'의 영역으로 질문이 옮겨가게 됩니다. 그러면 사용자가 나 혹은 우리와 닮았다는 큰 착각에서 벗어나 프로젝트가 고착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성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하는 걸까요? 다음 챕터에서는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법과 이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Chapter.1 <사용성, 누구냐 너!> : https://brunch.co.kr/@shc9500/20
▶︎ Chapter.2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https://brunch.co.kr/@shc9500/21
▷ Chapter.3 <사용성 테스트, 어서 오고> : https://brunch.co.kr/@shc95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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