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후로 멈췄던 에세이를 다시 써봤다.
영감이라고 해야하나? 아니, 소재라고 해야하나?
사실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 8월 이후로 나는 다시 매마른 감정의 사막 안에 갇혔었다. 마치 어른이 된 듯했다. 물론, 내가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아직 잘 모르긴 하지만, 그 감정조차 찾지 못하는 날이 왔던 것이다. 바쁘게 살아왔지만, 아직 잘 모르는 세상에서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무언가를 이루더라도 축복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감정의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최근에는 더욱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자주 만나던 친구조차 만나지 못하는 그러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기댈 곳을 찾아나섰다. 친구도 아닌, 가족도 아닌, 무언가에 기대고 싶었다. 그러던 중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 굴레는 마치 쳇바퀴처럼 다시 돌고 돌아도 나에게 오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감정에 다시 충실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하루에 한번씩 묻는 나의 질문이었다.
감정을 다시 만나는 일은 힘들었다. 상담소에서 처음 감정카드 선택해 집어든 날과 같았다. 1년 전, 처음 상담소를 다니며, 감정연습을 하던 나에게 다시 감정카드를 꺼내든 것이었다. 1년만, 아니 다시 잊었던 감정을 찾는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이것이 분노인지, 하찮음인지, 불쌍함인지 잘 몰랐다. 내 감정을 알아갈 수록 남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한번 했던 연습이어서 그런지 나는 나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쉽게 택할 수 있었다. 물론, 고르고 보면 이게 맞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더 연습을 했다. 감정을 알아가기 위해, 나를 감싸고 있는 감정을 알아보기 위해서 조금씩 더 연습했다.
감정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장애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장애가 아니라 재활치료와 같다고 느낄 수 있었다. 글로는 쉽게 말할 수 있었던 힘들다는 단어가 입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수십분이 들었다. 원망을 하려고 슬퍼해도 눈물은 나지 않았고, 그러한 나의 모습에 측은지심만 들었다. 나의 재활은 더뎠고, 힘들었다. 그렇게 나는 감정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인생을 여행에 빗대어 왔다. 사실 몇개 없는 글이지만, 인생을 탐험하며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었다. 여행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감정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마리 호랑이의 울부짖음과 같았던 목청나간 소리였던 것이다.
나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이제 감정을 읽어나아가는 여행으로 마무리 지어 나아가려고 한다. 시리즈를 끝낸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번 여행은 감정을 읽어나아가는 나를 표현하고, 나의 감정을 조금 더 연습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었을 느끼고 있나.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그 과정을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다.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문장의 앞뒤도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가는길과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외로움과 슬픔, 고독함을 느끼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기시작한 이유와 나의 성장과정을 되돌아 보려고 했기 때문일까. 비참함도 같이 느껴온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충분히 이 감정을 글로 꾹 눌러가며 써가고 있다. 내 감정을 이 글에 최대한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감정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명하고 싶다. 충분히 재활할 수 있는 그 아픈 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앞에서,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한 적이 있을까?
그리고 그 감정을 들킬까 초조했던 적이 있을까?
아니면, 사실 그 감정조차도 느낄 수 없던 적이 있을까?
나는 그런 적이 있었다. 나 혼자 짊어지고 가려고 했고, 나의 감정에게 조차도 뒤돌아버렸다.
감정을 숨긴다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누구나 나의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아는 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보듬어간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았다. 나를 보듬지 못할망정, 그럴때마다 채찍질을 했다. 일어나야 한다며, 이걸로 이렇게되면 안된다며 혼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충분히 나를 다시 일으키고, 다시 걸어가려고 한다.
당신도 나처럼,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았지만,
자신에게 채찍질을 한적이 있었나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