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날 수 없는, 하지만 그래야 하는.

더 이상 잃지도... 잊지도 않을 수 있다면...

by 제이슨박


죽었던 사람이 되돌아온다면 어떨까.

그래, 내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졌던 사람이 돌아온다면 어떨까.

나는 오늘 무언가를 잃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되돌아온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매 순간을 잃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족, 친구, 연인, 아내, 남편과 같은 사람들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는 잃는다. 물론, 그 순간들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잃고 싶지 않기에 버텨온다. 아니, 그 순간들이 올 것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와 여행을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 사람들과의 여행은 언젠가 꼭 끝난다는 것을 알고 떠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한 그 아픔들이 여행보다는 못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누군가와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 또한 아플 것이다. 나는 오늘 그러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여행을 하고, 직업을 선택하고, 새집을 구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것들을 하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새로운 것들에 무뎌지게 되어 익숙해지는 느낌. 그리고는 새로운 것들을 평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여행을 할 때마다 가장 무서웠던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이곳에 익숙해져 버리는 것은 떠날 때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나에게 여행은 새로운 것을 선물해주기도 하지만, 익숙함을 더 새롭게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적에 나는 2달 정도 LA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여름학교를 다니기도 했고, 머나먼 목적지까지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 시절, 나에게 익숙한 것을 떠난다는 슬픔보다도 새로운 것을 만난다는 설렘이 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두 달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길고도 짧았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이에서 어울리며 다양한 만남을 이루어 나갔다. 매일 그들과 어울리며 놀았고, 나의 새로운 경험들은 그렇게 나의 여행은 익숙해져 갔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한국으로 오던 날에 나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는 새로운 경험이 신기하고 좋기만 했던 것일까 했는데. 사실 그 생활에 익숙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며, 여행을 더 하고 싶다며 엄마에게 계속 졸랐다. 하지만, 엄마는 모든 일들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라고, 새 학기가 시작되니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날 비행기를 타면서 꼭 이곳에 다시 오리라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거의 두 달을 비운 학교의 냄새를 맡았을 때, 나는 그 모든 것이 다시 반가워졌다. LA에서 잊고 있었던 한국의 학교생활이 다시금 소중하게 느껴진 것이다. 나는 그 짧은 순간에 새로운 것에 익숙함을 잊어버렸고, 다시 익숙한 것을 찾아 나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다시 일상에서, 익숙함 속에서 살아갔다. 어느덧 기나긴 그 시절이 지나고, 내가 2010년의 LA를 거의 잊어버렸을 때쯤, 나는 다시 LA로 떠날 채비를 해야 했다. 그렇게 7년.... 2017년 여름 다시 LA로 떠났다.



내가 다시 LA에 도착했을 때에는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내가 갔던 여행지를 돌아보기도 했지만, 모든 것들이 새로웠다. 그때의 기억 속에 있던 그 장면들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짧은 시간마저 다시 익숙해져만 갔다. 물론, 다른 경험을 했다. 하지만 2010년 여름의 기억 위에 7년 후의 기억을 덮어 씌웠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다시 익숙해져만 갔다. 비록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일주일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도시에 무뎌졌다는 것을.


나는 다시 이곳에 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그곳의 여행을 끝마치지 못했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갈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내가 이 도시를 다시 온다면, 나는 또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할 것이기에. 그리고 나는 이곳이 처음처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나는 이미 그 공기의 느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인간은 쉽게 무뎌지고 그것을 끝내기 싫어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새로운 친구가 이미 익숙한 친구가 되어버리고, 그 친구의 떠남에 눈물을 훔치는 것처럼. 여행을 시작하는 것에는 설레고 여행을 끝낼 때는 아쉬워하는 것들을 보면 말이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가장 두려운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나중에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나중에 헤어짐을 맞이할 때에 내가 책임질 것이 크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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