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것.

아름다운 곳을 같이 바라볼 때

by 제이슨박

처음 여행이란 것을 시작했을 때, 나는 혼자 떠나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낯설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에게 항상 고립된 사람이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내게 외톨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내게 조금은 나와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의 설득에도 나는 여전히 나가기 싫었다. 혼자 사색에 빠지는 것이 좋았고, 누군가와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가끔 그들과 놀 때에 그들과 노래방, 볼링장, 찜질방 등을 가는 것이 어색했다. 마치, 주변 사람들과는 가면 안 될 것 같은 장소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이 갈수록 더 누군가와 가는 것을 계속 꺼려하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더 혼자 여행을 다녔다. 그게 누군가와 다니는 것보다 훨씬 편하게 느꼈다.


아마도 내가 누군가와 여행을 같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시기는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나는 대학교에서 필리핀의 수빅베이(Subic Bay Freeport Zone)라는 곳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다. 그때에 나는 몇몇 사람들과 겨울방학 기간 동안 10일 정도 연수를 떠날 기회를 얻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과 가는 것도 싫은데 어떻게 가겠냐며, 싫다고 했다. 그러나 단과대학 조교가 내게 그냥 가서 문화체험도 해보고 둘러보기라도 하고 오는 것이 어떨 것 같냐며 이야기를 했다. 그때의 나는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친하지 않은 이들과 가기에 좀 더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겠다고 했다. 그냥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색한 사람들로, 모르는 사람들로 지내고 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나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으로 향했다.


여행 첫날에는 처음 본 사람들과 서먹서먹했다. 물론, 그래서인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같이 지낸다는 것은 결국에는 말을 섞어야 한다는 법칙이었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들과 조금씩 말을 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 셋째 날 정도 되었을 때였나. 서서히 나는 사람들과 친해졌고, 서로 챙겨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같이 놀러 나가자는 약속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모든 활동을 마친 후에 몇몇 타 학과 선배, 동기들과 해변으로 놀러 가려 숙소를 나섰다. 아마도 여섯 시로 언뜻 넘어가려고 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택시를 타고 우리가 시내에 있는 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넘어가고,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그 해변을 본 순간, 곧 주변의 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리고는 그 해변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도로의 끝에서 해변을 본 순간,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이곳에 모르는 사람과 같이 와서, 결국에는 혼자라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곁에 있는 이들보다 더 소중한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며 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조금 착잡하면서도 슬펐다. 그때였나. 그 순간, 처음으로 누군가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곳에서 7일째 되던 날, 나는 피곤한 기분에 그냥 아무 곳도 가지 않고 숙소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내게 그곳은 어떻냐고 물었다. 나는 그 순간, 방 안의 창문에 그려진 풍경을 보았다. 울창한 숲 속의 나무 너머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딱 한마디의 말만이 나왔다. "어. 좋아." 친구는 한국은 너무 춥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여기 겨울에는 따듯하네. 다음에 여기 같이 오자"라는 말을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어딘가를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만나서 놀자가 아닌, 함께 어딘가로 떠나자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나는 드디어 그 친구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물론, 똑같은 필리핀은 아니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향했다. 처음,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아는 이들과 여행을 한다는 것이 무섭고 떨렸다. 그들이 나의 생활패턴에, 나의 행동에 싫어하면서 멀어지지는 않을까. 인터넷에 '친구와 여행하기'라는 검색어를 치면, 나오는 마지막에 싸우면서 절교했다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걱정을 앞서게 했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친구의 한마디가 나를 그런 걱정에서 멈추게 했다.


"너네랑 가니까 그냥 재밌을 것 같은데?"


그가 내게 그 말을 한 순간, 처음에는 몰랐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을 믿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보았고, 서로를 챙겨가며 5일이라는 시간을 지냈다. 그리고 여행 마지막 날, 나는 누군가와 여행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뜻깊은 일이라는 것을 그때야 알 수 있었다. 항상 혼자를 꿈꿔왔던 사람이었는데. 항상 그게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서로의 어깨에 기댈 수 있었고, 옆을 채울 수 있었다. 아마 그런 게 여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옆을 채워주는 그러한 여행. 그리고 나는 그런 것이 고팠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항상 혼자만의 여행을 꿈꿔왔던 나지만, 결국에는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고 싶었기에 혼자를 택하려고 한 것 아닐까?


친구들과 홍콩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웠던 경치를 봤던 적이 있다. 그때에 느낀 것인데, 여행을 한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나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보는 것처럼. 그때 그 여행지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나왔던 말처럼.


"10살이라는 나이에 만나서, 지금 이렇게 같이 여행까지 왔다니. 조금 소름 끼치네."


언제나 그렇듯, 인생이라는 여행 속에서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하여 뛰고 있었을 것이다. 더 나은 성장을 위하여. 서로의 목표는 같지는 않겠지만, 서로의 힘듦을 알고 싶고 나의 어깨를 내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아름다운 장면을 같이 보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인생이라는 끊임없이 이어진 산을 오르다가, 아름다운 경치에서 함께 멈춰 서로가 올라온 길을 바라본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 그들과 나는 나의 마음을 내어주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게 되었다. 서로 외롭지 않게 되고, 서로가 함께해서 참 좋아지는 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에게 그 순간은 세상을 살면서 함께한다는 것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하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더 어울리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려고 했고, 그럴수록 나는 더 다가가고 싶어 졌다. 나는 친구들과 많은 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게임방에 가서 다트를 하기도 하고, 만화카페도 처음 가보았다. 처음에는 너는 어차피 안 갈 거라며, 선을 그은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까지 왜 안 갔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해를 풀었던 날들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싫다는 것은 이야기해주고, 좋아하는 것도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매번 괜찮다고, 하자고 하는 순간에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서 힘들었다고. 이미 그들은 나와 많은 것들을 같이 하고 싶어 했다.


아름다웠던 그 순간에 나는, 가장 소중한 그들과 있었다.


모든 순간들이 아름다운 장면인 것 같다. 나는 사람들과 살고 있고, 때때로는 나에게 소중한 이들을 만난다. 그들이 가족이든, 친구들이든지. 그리고 나는 그 순간들에 행복해한다.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리 멀리 있지는 않다는 것을. 소중한 이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장난을 칠 수 있는 것이 그저 아름다운 순간들이라는 것을. 내가 지금 아름다운 곳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