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위의 여행

오늘의 마지막을 향하여....

by 제이슨박

나는 세종에 살고있다. 여기 세종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약속을 세종이 아닌 대전에서 잡는다는 것이다. 특히, 나 같은 대전에서 이사를 온 사람들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나는 어김없이 그날도 대전에서 친구와 술을 한잔 기울이고 세종시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녁 10시, 다른 도시라면 아직 집을 가기 이른 시간이지만 여기는 다르다. 세종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11시면 끝난다. 그렇기에 10시에 타는 버스에는 집에 가는 학생들이나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날도 나는 10시에 세종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그날또한 정류장에 퇴근을 기대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에 지친 눈빛으로 자신의 목적지로 가기위해 버스에 몸을 맡려는 것 처럼 보였다. 그들의 눈빛에서 목표는 꿈과 희망이 아닌 다른 것에 향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오로지 집에서의 쉼, 따듯한 방에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게 해달라는 울부짓음 같았다.


버스를 처음 타면, 대부분 휴대폰을 본다. 어떤 아저씨는 카톡을 하고, 누군가는 전화를 하면서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을 처리한다. 때때로는 가족에게서 온 전화에 곧 도착한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버스가 출발하고 약 10분에 남짓 벌어지는 일이다. 그들은 집에 가면서 회사일을 보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위치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도치 못한 습관에 지쳐버린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너무 지쳐버린 몇몇 승객들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고개를 떨구고 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면서, 문득 저들 중에 자신의 목적지를 지나친 사람이 있진 않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사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내가 더 즐겁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오지 않을 까했다. 그 버스 안의 승객들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이 일만 마치면, 세상을 조금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사랑했던 일에 지쳐있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이 일을 왜 해야만 했을까 고민을 하며 하루를 마쳤을 것이다. 그래, 항상 후회하는 동물이 인간이니까.


어렸을 적의 나의 꿈은 '가.수.'였다. 누군가는 내게 터무니없는 꿈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주변에서 말리는 꿈 대신에, 펜을 잡기 시작했고, 매일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노트북을 덮는 그 시간이 나의 퇴근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그 집에 가는 시간이 슬프지도 않다. 근데 단 한가지를 말한다면, 후련하다. 오늘 하루도 이 글을 쓰기위해, 온 힘을 집중했다는 사실에 후련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퇴근을 하는 동안에 당신이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그저 당신이 조금 더 후련한 마음을 가지고 그 여행길을 마쳤으면 한다. 똑같은 날의 하루하루 흘러가는 굴레의 일상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최선을 다했다며, 다독이며 여행을 떠났으면 한다. 퇴근이라는 여행을.


퇴근, 직장인이 가장 좋아하는 유일한 단어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진정한 나의 퇴근은 어디있을까. 일상이라는 내가 원치않는 인생이라는 버스에서 내리는, 그런 날은 언제일까. 우리는 한번쯤 갈망하지 않았나.


추신) 오늘은 사진이 없는 글을 써보았습니다. 사실 글만 읽는다는 것, 요즘 시대에 너무 따분한 일이죠. 세상에 혼자라는 마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데요.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 시간에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당신은 지금 혼자인가요? 아니에요. 당신은 누구보다 가치있는 사람이라서. 주변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 퇴근하고 있는 당신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있는거에요. 당신을 기다려주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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