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또 나아가고

by 제이슨박

누군가는 말했다. 결코 헤어지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닐 거라고, 그저 시간의 탓일 수도 있을것이라고...

나와 헤어지려고 했던 이는 이미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또한 그를 더욱이 잡으려 하지 않았다.


얼마 전, 오래전에 헤어졌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이미 끊어진 인연이나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내가 그를 만난 이유는 그 인연을 더이상 이어가지 않기로 결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 속에서 그를 보내기 위한 마지막 맺음이라고 하면 되었을 것 같다. 그게 정답이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그저 묵묵한 발걸음만이 뒤받침했다.

마음이 그렇게 썩 좋지도 않았다. 그래도 언제는 친했던 이였고, 우정을 싹트던 이였으니깐.

그리고 오늘은 그 인연에서 한단계 낮추는 일을 하러 가는 길이었으니까.


그를 만나는 순간은 참 서먹했다. 뭔가 그와 나는 어느정도 굵직한 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냥 그의 말을 들어줬다. 되도록이면 그의 마음을 듣고 싶었다.


그가 내게 먼저 말을 했다. 자신이 왜 내게 그렇게 말을 못꺼냈는지....

그는, 자신은 그저 이제까지 나를 수용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될 것 같아서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내게 말을 해주었다. 쉽게 무너졌던 삶과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다잡아졌고, 현재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와 어떠한 삶을 생각하고 있는지.


하지만 그가 내게 그런 말을 할 수록, 나는 그가 참 안타까웠다.

그는 왜 지금 그 말을 하는 건지. 나는 이제 정리가 되어가는데.


나는 그의 말이 다 끝난 후 말을 꺼냈다.


"인연이 끝을 맺는게 꼭 어떠한 사람 때문에 끝나는게 아니야. 시간때문에 끝나기도 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시 침묵을 이어갔다.


나는 참 그 마음이 씁쓸했다. 속이 좀 쓰리기도 했고, 더욱이 말을 끌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어나가야만 했다. 나의 말을 끝내야만 했다.


"나도 너처럼 많은 굴곡을 겪었다고 하긴 어렵겠지. 하지만, 나도 네가 그런 길을 걸어오는 동안 나도 내 길을 가며 많은 것을 느꼈어. 그중에 하나가 모든 것에 미련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어. 나도 지금은 딱히 오는 사람만 잡기로 했어."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이젠 나와 그사이의 이야기는 이제 종결이 났다고 생각했을까?


우리는 저녁을 묵묵히 먹었다. 이미 닫힌 마음에 그의 인생이야기를 듣는 것을 나는 더는 수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 오랜 세월을 인연으로 지낸 사람이기에 조금의 마음을 열어주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종종 연락해. 이유없는 연락이 가장 좋아.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그는 일이 있어야 연락한다며, 꺼려했다. 하지만, 그게 그가 나의 마음을 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갈길을 갔다. 그리고 나는 그를 더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내게 더이상 친한 친구가 아니었다. 인연 중 한 인연이었을 뿐이었다. 가슴아픈, 조금더 서로가 노력했다면 유지했을 인연. 딱 그정도가 된 것이다.


친구는 돈으로 사는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친구는 서로 닮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배워가고, 존중해주며, 그렇게 서로의 단점과 장점을 서로 채워주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법이다. 아니, 멀어져야만 한다.

서로를 필요로 보는 그런 사이는 친구로 갈 수없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 채워주는 과정은 계약관계라고 표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그와의 관계는 멈춤 관계이다. 시간상 더 이상 녹화하지 못하는 비디오테입과 같다.

아마도 그와 더 나은 관계를 위해서는 비디오테입을 갈아주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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