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었다. 하루 한 갑씩 대략 15년을 피워댔던 담배. 매캐한 냄새를 없애고자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긴 지 어느덧 1년 2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담배를 끊기까지의 여정
금연을 시작하는 건 정말 어려운 길이었다. 먼저 니코틴과의 친분을 끊어내기 위해 니코틴 함량이 적은 연초를 피웠고,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연초를 끊고 궐련형 담배를 피웠다. 나도 싫고 남도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면서 일하는 게 얼마나 민망하던지. 무심코 업무 얘기를 하다가 맡은 나의 담배 냄새에 얼굴이 부끄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경제적 부담과 냄새의 혐오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액상형 담배. 처음엔 정말 신세계였다. 향료를 넣어서 달콤한 냄새만 나기도 하고, 담배 줄기에서 추출된 니코틴에 세금 부담도 적으니 얼마나 혁명적인가. 마음 한편에 금연 고민을 미뤄두고 액상형 담배를 즐기는 시기도 있었다.
한 달에 13만 원, 포기했던 것들
담배는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었다. 하루 한 갑꼴로 피워댔을 때, 30일이면 대략 13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담배로 흘러나갔다. 물론 흡연을 하고 있을 땐 기회비용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생각해 보면 금연을 하루빨리 했더라면 그 돈으로 아내와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생활비가 떨어져도 담배 한 갑을 살 돈만큼은 꼭 쥐고 있는 흡연자의 마음을 아는가?
진짜 기회비용을 깨달은 순간
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담배와의 인연은, 지금의 연인을 만나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 사람과 결혼을 생각하고 아이를 낳기도 할 텐데 괜찮을까?’
‘액상담배로 마음의 부담만 회피하고 너무 책임감 없이 구는 건 아닐까?’
담배를 피우는 것의 진짜 기회비용은 돈이 아니라 가족과의 건강한 시간과 아이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담배를 끊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금연, 생각보다 어려웠던 과정
마음만으로는 쉽게 생각한 금연은 큰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 자꾸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출근해서 묵직하게 내뿜는 연기가 참 그리웠다. 참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했는데, 흡연자의 액상담배를 구걸해 한두 모금을 피운 경험도 있었다. 참 구질구질하지 않은가? 남의 담배까지 빌려서 피우다니. 그런데 그때는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어떻게 해소할지 정말 어려웠다.
그러다 아내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구걸하는 모습을 들켰으니 얼마나 부끄러운가. 여기에 아내의 엄청난 실망하는 모습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현타가 크게 왔고, 스스로 의지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 실망감도 크게 왔다. 마음 한편에선 한 번 사는 인생 뭘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사나 싶기도 했지만, 스스로 세운 의지를 자기 위로로 회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내 도망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자기 최면이라는 방법
내가 금연에 성공했던 키워드는 자기 최면이었다. 나는 원래 담배를 안 피우던 사람이라고 스스로 속였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기피하지도 않았다. 너무 딱 잘라서 환경을 바꾸면 반발감이 커지잖아. 그래서 흡연자들과 평소처럼 다니며 “나는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이다”를 속으로 되뇌었다.
술을 마실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흡연을 하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피하긴 했지만, 다행히 주변에 흡연자가 많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자기 최면으로 유혹을 이겨냈던 것 같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다. 특히 밀폐된 노래방이 그랬는데, 술을 마시고 벽지에 붙은 담배 냄새를 맡다 보니 흡연 욕구가 너무 강렬하더라. 그럴 땐 누가 붙잡든 얼른 자리를 피해 집으로 와버렸다. 다음 날 상황을 얘기하면 다들 이해해 주더라.
1년이 흐르고
드디어 스스로 잘 해냈다는 뿌듯함이 드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가끔 꿈에서 그 묵직한 연기를 내뿜는 나의 모습이 나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깰 때도 있지만 잘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스트레스로 담배 생각이 떠오를 때면 “나는 담배라는 걸 피워보지 않았다”는 자기 최면과 가족을 떠올리고 있기도 하고. 생각이 완전히 지워지진 않지만 금연 기간 중에 아이도 생겼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경제적으로도 1년 동안 156만 원을 아낀 셈이니, 쉬는 날 아내와 치킨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비트코인과 로또를 일주일에 5천 원씩 투자하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담배를 안 태우니 경제적으로 더 열심히 해보자는 의욕이 더 샘솟더라.
진짜 기회비용
돌이켜보면 담배를 피울 때 내가 포기했던 기회비용은 생각보다 컸다. 156만 원이라는 돈도 돈이지만, 가족과의 건강한 시간, 아이가 태어날 깨끗한 환경, 그리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성취감. 이 모든 게 담배 한 갑보다 훨씬 값진 것들이었다.
지금 금연을 하고 있거나 시작하려는 모든 분들께 말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처럼 남의 담배를 빌려 피우다 들키고, 꿈에서까지 담배를 피우며 놀라는 그런 과정도 금연의 일부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담배를 끊는 건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더 가치 있는 것들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다준 삶의 변화는, 담배를 피우며 느꼈던 어떤 순간보다도 값지더라.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아낀 돈으로 아이 적금을 들었다. 15년 담배값이면 얼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