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로 뛰어든 30대 초반, 나의 가슴에는 두 가지의 큰 불이 지펴져 있었다. 차를 한 대 뽑아 여유로운 삶을 구축할 것인가, 아니면 돈을 아껴 아파트 매매를 꿈꿔 볼 것인가. 사회 초년생의 벌이로는 당장 구매하지 못하는 것들이었지만, 조용히 나만의 목표를 세우고 희망을 꿈꾸던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그 두 가지를 모두 소유한 지금, 그 시간을 돌아보며 현명한 소비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자동차는 즉각적인 만족을 준다.
주말마다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떠날 수 있으며, 사람으로 붐비는 출퇴근에 쾌적한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도 있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움도 준다. 사자마자 정말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도 버는데, 이런 여유와 자유로움을 못 누리나?’ 하는 마음에 차량의 구매를 망설였다. 특히 주변 친구들이 모두 차량을 한 대씩 끌고 다니는 것을 보며, 부러움에 더욱 마음의 불에 부채질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동차는 사는 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진다.
여기에 더해 보험료, 유류비, 주차비, 세금 등등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면 숨만 쉬어도 나가는 유지비들까지. 5년 후를 예측해 보면 차량의 가격은 반 값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 동안에 들어간 유지비에 자산 축적에는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 현실적인 망설임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 “현금으로”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차를 샀다. 하지만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현금으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차.’
당시 친구들은 할부를 이용하여, 현재의 수입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골랐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달랐다. 소비재를 할부 이자까지 내면서 살 가치가 있을까? 감가상각으로 구매하자마자 손해인데, 이자까지 더하는 게 맞을까? 할부금이 매달 나간다면 다른 곳에 쓸 기회는 사라지지 않는가?
결국 내가 현금으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차를 골랐다. 최신형도 아니고 차가 크지 않았지만, 마음의 평안을 주었다. 감가상각으로 손해를 봐도 크게 아프지 않았고, 매달 할부에 쪼들리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차 때문에’라는 핑계로 다른 목표를 미루지 않아도 됐다.
아파트는 정반대의 선택
이에 반해 아파트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장 살 수 있는 현금은 없었지만, 원하는 지역에 대출로 매매가 가능한 시기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대출을 받았다. 물론 처음엔 두려웠다. 매달 나가는 대출금이 부담스러웠고, 몇 백만 원에 달하는 이자도 감당이 가능할 지 답답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파트는 자동차와 달랐다.
자동차는 소비재다. 사는 순간 가치가 떨어지고, 할부는 손해에 이자를 더한다.
아파트는 자산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는 오르고, 대출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 두려움을 이겨낸 우리는 아파트를 구매했다. 물론 앞으로 현금의 가치가 더 떨어질 거라는 두려움이 빚보다 더 크게 와닿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파트를 구매하고, 집 값은 몇억 원이 올랐고, 대출원금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며, 거주기간 내내 심리적 안정감을 얻었다. 최근 크게 요동치는 집값을 보는데도 큰 불안이 없는 것을 보니 당시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도 주었다.
돌이켜보며
두 가지를 모두 소유한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의 원칙이 보인다.
“소비는 현금의 범위에서, 투자는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물론, 후회가 없는 건 아니다.
얼마전 아이의 카시트를 연결하다, 생각보다 작은 실내공간에 한 숨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통장에 조금씩 쌓이는 돈을 볼 때마다, 집 값의 상승을 확인할 때 마다 “잘 선택했다.”는 응원을 하게 된다.
30대 초반, 가슴에 지펴진 두 가지 불.
지금 돌아보면 그 불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했다. 무조건 참는 것도, 무조건 쓰는 것도 답이 아니었으며, 소비와 투자를 구분하는게 답이었다. 내가 세웠던 원칙이 이제 세상에 태어난 아이와 우리 부부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이 작은 기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그래도 다음 차는 조금 더 큰 걸로 바꾸고 싶다. 역시 현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