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멕시코 시티를 벗어나 근교 도시 '푸에블라'에 가기로 했다. 계획에 있던 도시는 아니고 즉흥적으로 하루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남편이 하루의 일정을 다 준비하고 나는 간단하게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길을 떠났다. 사실 멕시코시티의 관광명소는 볼 게 많았지만 그 외에 거리나 숙소에서는 실망을 많이 해서 푸에블라 여행이 기대되지는 않았다. 멕시코라는 나라 자체에 크게 마음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멕시코시티에서의 시간은 5박으로 6일로 정해져 있고, 매일 멕시코시티에 있기보다 하루정도 외곽으로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따라나섰다. 어제와는 다른 버스 터미널에서 ADO버스를 타고 푸에블라로 향했다. 2시간 거리가 멀게 느껴지고 멀미까지 나서 가는 길이 너무 고생스러웠다.
푸에블라는 멕시코 중부에 위치한 푸에블라 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140만 명 수준의 멕시코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푸에블라는 수도 멕시코시티와 이웃해 있으며, 16세기 초에 원주민의 반란에 대비한 ‘에스파냐 인을 위한 도시’로 전략적으로 건설되었다. 식민 시기에 세워진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시기까지의 건축물들이 남아 있어 구도심 지역이 198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푸에블라 터미널에서 우버를 타고 구도심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푸에블라 시내 '산토 도밍고 성당(Templo de Santo Domingo)에 도착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화려한 성당 제대가 보이고 더 안으로 들어가니 푸에블라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로사리오 황금 예배당이 나왔다. 제단을 비롯 벽 천장까지 황금박으로 도배되어 화려함의 극치였다. 창문으로 들어온 빛과 어울려 황금빛의 실내가 눈이 부시게 빛났다. 이건 마치 신의 영광의 영광을 눈에 보이게 한 것 같았다. 금박을 모으며 정성을 올렸을 푸에블라 사람들의 집념이 대단했다. 예배당에서 나와 재단으로 가니 수도회 성인들의 부조가 있었다. 검색해 보니 도미니크 수도회 성인들은 영리하고 다방면의 지식이 풍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러 많이 온다고 한다. 아들이 그 말을 듣고 자기도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진지한 기도를 올렸다.
점심이 되어 근처 평점이 좋은 식당을 찾았다. 멕시코 음식을 공부한 남편이 새로운 멕시코 음식을 여러 가지를 시켰다. 이곳이 멕시코 고추창인 '몰레'의 고장이라 몰레 닭고기, 멕시코식 햄버거를 주문하고 나는 포솔레에 다시 도전했다. 내가 시킨 포솔레는 닭곰탕에 옥수수알을 넣고 끓인 맛이었다. 고춧가루를 넣어서 맵게 해서 먹었는데, 보기보다 가루가 매워서 적은 양에도 국물이 많이 매워졌다. 옥수수알이 크고 단단해서 끓였는데도 씹는 맛이 있었다. 포솔레를 다 먹고 나서 튀긴 또띠야에 아보카도와 살사소스를 올려놓고 먹었다. 삼일 내내 먹던 타코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이제 푸에블라의 구도심을 걸으며 아기자기한 거리를 구경했다. 먼저 과자거리가 있었다. 아들이 큰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개구리의 거리라는 수공예품거리를 지났다. 옷이나 잡화를 팔고 있었고, 나무 그늘 아래 플리마켓 잡화상도 구경하기 좋았다. 거리를 걸을수록 거리에 사람들도 적당하고 한가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멕시코시티 센트로의 번잡함에 지쳐버린 나의 마음이 걷다 보니 풀어졌다. 멕시코가 다 같지는 않구나 싶었다. 게다가 건물이 낮고 유럽풍 건물이 많아서 자꾸만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여기가 멕시코라는 걸 자꾸 잊게 된다"라고 하니 남편이 자기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예전 포르투갈 여행 때 보았던 아술레호스(azulejos) 타일 벽으로 장식된 저택들이 있었다. 유럽 양식과 아메리카 양식이 융합된 푸에블라 역사 지구만의 독특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많았다. 푸에블라 역사지구는 유럽의 감성을 느끼며 산책을 하기 좋았다.
마지막 행선지는 푸에블라 대성당(Catedral de Puebla)이었다. 먼저 성당 양옆에 우뚝 솟은 두 개의 종탑이 눈에 들어왔다. 높이가 무려 73m가 넘는 멕시코에서 손에 꼽히게 높은 종탑이다. 아주 무거운 종을 탑 위로 올려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 올라가서 사람들이 고민에 빠졌을 때, 밤사이에 천사들이 내려와 종을 꼭대기에 달아놓고 갔다는 신비로운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황금 제단 (Altar de los Reyes)이 보였다. 화려한 조각과 번쩍이는 금장식이 거대한 보물상자에 들어온 느낌을 줬다. 고개를 올려 보니 화려한 돔 지붕이 보였다. 알록달록한 타일과 정교한 그림이 웅장함을 더했다. 1575년에 짓기 시작해서 완성될 때까지 무려 300년 가까이 정성을 다해 지은 성당의 모습이 이 도시의 위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바깥 광장은 소칼로 광장(Zócalo)으로, 멕시코시티와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성당 앞 넓은 광장에는 큰 나무와 벤치가 많아요. 많은 푸에블라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쉬고 있었다. 우리도 구경을 마치고 차 한잔 마실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적당한 카페를 못 찾아서 익숙한 스타벅스에 갔다. 주문을 하고 음료가 나왔는데,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말했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주문을 제대로 못 들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나는 영어로 말을 하는데 직원은 스페인어로 대답을 하고, 나도 직원도 서로 못 알아듣기 시작했다. 직원 두 명이 나와서 말을 하는데, 그 말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당황하던 차에 '얼음'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 단어인 "이엘로"를 말했다. 그랬더니 바로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다시 만들어줬다. 번거롭게 한 것 같아서 음료를 받으며 "디스꿀뻬"라고 했더니 직원의 얼굴이 좀 풀어지면서 괜찮다고 하는 듯한 스페인어를 쏟아냈다.
푸에블라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고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갔다. 멕시코시티행 버스에 올랐다. 지는 해를 뒤로 하고 달려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사고 때문에 정체가 되어 2시간 30분이 걸려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멕시코시티의 밤거리를 달려 숙소로 도착했다. 푸에블라는 잘 모르는 곳이라 기대가 전혀 없었으나 자꾸 유럽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유럽 분위기가 동네 전체에 물씬 풍겼다. 억지로 '어디의 유럽'이라고 별명 붙여놓은 곳과는 확연히 다른 그냥 유럽 그 자체를 본 것 같았다. 2주간 아메리카 대륙여행 중에서 유럽 여행을 맞본 색다른 전환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