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올랜도로 떠나는 날이다. 오전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6시에 일어났다. 올랜도에는 점심 무렵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짐만 내려놓고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해가 다 진 저녁 6시에 도착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제 장 본 음식들을 처리해야 했다. 메뉴는 스테이크와 전날 오스틴에서 포장해 온 브리스킷. 아침부터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와 훈연한 소고기를 함께 먹는 묘한 식사였다. 결국 소고기 안심 한 팩은 다 먹지 못하고 숙소에 두고 나왔다. 3일간 머물렀던 숙소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눈이 완전히 녹지 않은 댈러스를 보니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눈이 오지 않은 플로리다로 얼른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렌터카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있으니 마음이 한결 든든했다. 도심 도로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어 브레이크를 조심히 밟으며 움직였다. 외곽도로로 나가니 눈은 거의 다 녹아 있었다. 큰 길가에 ‘텍사스 사이즈’답게 거대한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텍사스의 마지막 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주유를 마치고 렌터카 반납 장소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 인수할 때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차는 크고 최신 사양이라 편안하게 이용했다. 급하게 빌리느라 영수증을 꼼꼼히 보지 못했는데, 반납하며 받은 내역서를 확인해 보니 여러 세금과 추가 요금이 붙어 예상보다 비용이 올라가 있었다. 그래도 편리함을 얻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우버나 택시 요금이 워낙 비싸 렌트가 오히려 경제적이었다. 차가 있고 없고가 여행의 질을 크게 좌우했다. 남편에게 “당신 외국에서 우버 드라이버 해도 되겠어.”라며 농담을 건넸다.
셔틀버스를 타고 댈러스국제공항(Dallas/Fort Worth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s) 체크인과 수하물 수속을 마쳤다. 국내선이라 그런지 직원들이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직원들은 아들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으며 관심을 보였고, 나에게는 미성년자인지 묻기도 했다. 국내선을 타서 미국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니 괜히 더 시선을 받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한 오전의 과정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게이트에 도착하자 출발 시간이 한 시간 뒤인 11시로 변경되었고, 곧이어 게이트도 바뀌었다. 우리는 허둥지둥 스카이 링크(Skylink)를 타고 A터미널에서 C터미널로 이동했다. 스카이링크는 10개 역과 약 7.7km의 고가 선로로 구성된 공항 내부 교통 시스템이다. 이제 탑승하겠지 싶었는데 출발 시간은 또다시 12시로 미뤄졌다. 기다리는 김에 남편이 먹고 싶어 하던 와타버거(Whataburger)를 사러 E터미널까지 다녀왔다. 1950년 텍사스에서 시작한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100% 쇠고기 패티와 머스터드 소스가 특징이다. 머스터드 맛이 생각보다 강해 인상적이었다.
스카이링크를 타고 이동하며 공항 전경을 내려다보니, 넓은 부지와 터미널, 활주로가 어마어마했다. 하나의 항공 도시처럼 느껴졌다. 햄버거를 먹으며 기다리는 동안 비행 시간은 다시 1시로 변경되었고, 기체 정비 문제로 추가 지연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수많은 승객들과 함께 기약 없이 기다렸다. 오늘 안에 출발할 수 있을까 싶던 순간,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비행기가 이륙했다. 결국 올랜도에 도착한 시간은 6시를 훌쩍 넘겼다. 호스트에게 굳이 일찍 간다고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없었다.
올랜도 국제공항(Orlando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다. 이 곳은 플로리다 올랜도 남동쪽 약 11km 지점에 위치한 국제공항이다. 원래는 미군 공군기지였다고 한다. 공항 코드 MCO는 과거 이름이었던 맥코이 공군기지(McCoy Air Force Base)에서 따온 것이다.
수하물을 찾고 우버를 불러 에어비앤비로 향했다. 짐을 빠르게 풀고 곧바로 올랜도 바인랜드 아울렛(Orlando Vineland Premium Outlets)으로 걸어갔다. 영업시간이 8시까지라 남은 시간은 2시간뿐이었다. 원래는 점심에 도착해 여유롭게 쇼핑하고 마트에서 장을 봐 이틀간 요리해 먹을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꼬이면서 마트와 요리는 포기하고 쇼핑만 하기로 했다.
먼저 나이키 매장에 갔다. 구성은 한국의 여주 아웃렛과 비슷했지만 규모는 훨씬 컸다. 남편과 나는 따로 둘러보고, 아들은 의자에 앉아 쉬었다. 70% 할인 코너도 있었지만 디자인이 특이하거나 어울리지 않아 구매하지는 않았다. 이어서 리바이스 매장에 갔는데, 점원이 친절하게 사이즈를 찾아주어 바지 두 벌을 할인된 가격에 샀다. 그 밖에도 게스, 캘빈 클라인, 타미 힐피거 등 여러 브랜드를 둘러봤다. 할인 가격에서 추가 60%를 더 깎아준다고 하니 득템할 것 같은 재미는 있었지만, 폐점 시간이 가까워 충분히 보지는 못했다. 밤이 내려앉은 아웃렛은 조명 아래에서 또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빵을 사 저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어두운 밤거리 위로 달과 별이 반짝였다. 멀리서 테마파크의 불꽃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가 들렸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숙소는 단독주택 별채 형태의 에어비앤비였다. 주변은 평범한 주택가였다. 그런데 숙소는 생각보다 낡았고 물건 관리도 잘 되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 씻고 나오더니 시설이 너무 지저분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남편도 요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제일 별로인 비앤비 1위를 주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 나 역시 올랜도에 좋은 숙소가 많을 텐데 괜히 선택을 잘못한 것 같아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루 종일 기다리고 지연되고, 숙소도 기대에 못 미쳤지만, 내일 하루는 다르겠지 하고 스스로를 달래 보았다. 오늘 밤은 푹 자보자. 그렇게 마음을 정리했다.